2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복지대학교 주최로 '한국 장애인 고등교육 발전방안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학생들이 4차 산업 시대 인력 수요 변화에 따른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고등교육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현행 고등교육의 범위를 고등학교에서 대학, 대학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서울교육대학교 홍성두 교수는 2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복지대학교 주최로 열린 '한국 장애인 고등교육 발전방안 포럼'에서 '4차 산업 시대 인력 수요 변화에 따른 장애인 고등교육 혁신 방안' 주제 발제를 통해 장애인 고등교육의 현실을 설명하고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홍 교수는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두 가지 축”이라며 “어떻게 산업이 변화하고 있는가, 그에 맞춰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가에 사회적으로 대답할 필요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4차 산업시대 인력 수요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변화하는 4차산업혁명의 시장수요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그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며 “현재 전공자보다 일자리가 많은 분야, 즉 구직이 비교적 쉬운 분야는 기계·금속·전기 등 이공계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현재 장애학생들은 대부분 인문계열에 집중돼 있다. 이들을 이공계열로 가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장애학생들이 이공계열로 가지 않는 이유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복지대학교 주최로 열린 '한국 장애인 고등교육 발전방안 포럼'에서 서울교육대학교 홍성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홍 교수는 “이공계열로 가는 과정에서 장애학생들은 ‘수학’이라는 핵심교과목과 마주하게 된다. 감각적 채널의 곤란을 경험하는 장애학생들이 수학을 이해하기란 매우 어려우며, 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교육계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복지대와 교육부가 장애학생을 위한 수학 교육 컨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장애인 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의무고용률은 증가하는 반면 실제 고용률은 떨어지고 있다. 전국 교육청과 이공계열 연구소 등에서 장애인을 거의 고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이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업무에 필요한 ‘전문성’의 결여”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장애학생들이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고등교육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대학에서 대학원으로 진학해야 한다”며 “장애대학생들이 대학원에 가기 위해서는 ‘텝스(TEPS)’라는 시험을 봐야 하는데, 텝스에는 듣기평가가 포함돼 청각장애인들이 응시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법대에 다니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법전을 점자로 프린트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문제, 현행 고등교육 전문용어들을 수어로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지원을 확대하려면 현행 고등교육의 범위를 고등학교에서 대학, 대학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복지대학교 주최로 열린 '한국 장애인 고등교육 발전방안 포럼'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김호진 연구위원, 연세대학교 김종배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한편 토론자로 나선 김호진 연구위원은 기술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발달장애인 부모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등교육에 대한 욕구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현재 장애인의 경제활동 상태가 굉장히 열악하다. 현재 장애인 잠재실업률은 18%에 육박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장애인들에게 부여할 '적합한 직무'가 없다며 장애인 고용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이 장애인들을 고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하이테크 시대에 발맞춰 장애인들이 기술적인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의 로체스터공과대학, 일본의 츠쿠바기술대학처럼 비장애인들과 동일한 기술을 장애 특성에 맞게 가르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종배 교수는 휠체어 장애인 당사자로서 직접 경험한 대학의 장애학생 처우 현실을 설명하고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지금 근무하는 대학에서 제가 교수로 임용됐을 때 자동문과 경사로를 설치하고 계단을 없애는 등 많은 배려를 해 주셨다. 그런데 솔직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저와 같이 휠체어를 타고 수업을 들으며 졸업한 장애학생들이 그동안 상당히 많았을 텐데, 장애인 교수를 임용하고 나서야 장애인을 위한 시설물을 설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존재한다. 교육부 차원에서 장애학생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식개선교육도 학생들이 들을 수 있도록 교양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교수는 "4차산업시대에는 IT기술의 영향으로 중증장애인들이 신체적인 한계에서 벗어나 더 많은 역할과 기회를 얻을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중증장애인 고등교육에서 기술지원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며 마이크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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