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특수학교 전공과 입학전형 안내문, 기초조사 카드.ⓒ에이블뉴스

지난 9월, 서울지역 A특수학교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이활인(지체·뇌병변1급) 학생의 어머니 최버들 씨는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아이의 전공과 진학을 위한 입학전형 안내문을 받았다.

A특수학교는 지적·자폐성 장애 학생 70%, 최 씨의 자녀와 같은 중증중복장애 학생 30%가 함께 교육받고 있다.

총 3학급, 21명을 모집하는 전공과는 총 2년제로, 서울 거주 내년 졸업예정인 특수교육대상자는 지원 가능했다. 전공과는 장애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기 때문에 최 씨 또한 관심이 높았다.

입학전형을 자세히 살펴보니, “진단평가” 즉, 적응행동, 기본생활기능, 의사소통기술 등의 점수를 합산해 고득점 순으로 선발하는 내용이다. 이는 중증중복장애학생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선발방법인 것.

최 씨가 제공한 A특수학교 전공과 입학대상자 기초조사 카드에 따르면, 운동기술, 사회적 상호작용 및 의사소통기술 등 총 4개 영역 65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 안에는 ‘혼자 50m를 걷는다’, ‘혼자 경사진 계단을 오르내린다’, ‘껌이나 사탕 같은 작은 물체의 껍질을 벗긴다‘, ‘유리잔을 잡고 거의 흘리지 않고 물을 마신다’, ‘혼자 가서 용변을 보고 뒤처리를 한다’ 등 중증중복장애학생들이 타인의 도움 없이 할 수 없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학교에서는 “지체장애 학생들도 할 수 있다”며 차별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최 씨는 “우리 아이는 혼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50m를 걸어오라고, 사탕껍질을 스스로 까라는 내용들이 구성됐다. 그러면서 학교에서는 전공과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고 한다”며 “특수학교 내에서 조차 중증중복장애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는 11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 씨 등 총 74명의 특수학교 현장에서의 지체장애 학생 교육권 침해 사례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했다.ⓒ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는 11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 씨 등 총 74명의 특수학교 현장에서의 지체장애 학생 교육권 침해 사례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했다.

함께 진정한 사례로는, 보조 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 식사보조를 학부모가 참여하도록 강요, 교외체험학습 참가 횟수 제한 및 차량지원 미제공, 통학버스 부족으로 인한 장시간 통학 및 학부모 통학 부담 가중 등이다.

특히 지난해 집단진정에 담겼던 뇌병변장애 학생의 가래 흡인 의료조치를 두고 인권위가 교육부 등에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정되지 않아 이번 집단진정에 포함시켰다.

장애부모 조지현 씨는 “중증장애 학생은 호흡곤란 때문에 석션 행위를 해야 하는데 책임질 수 없다는 이유로 여전히 시정하지 않고 있다. 특수학교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 이정욱 회장은 “중증장애학생들은 의료 석션 등 의료적 지원이 필요함에도 모든 교사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전적으로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 1년전 진정을 하고 인권위에서도 권고를 내렸지만 여전히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2차 진정을 통해 특수학교의 불법적인 행태들이 반드시 시정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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