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시청각장애인공동체에서 만난 밀라(Milla). ⓒ제민희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관하는 ‘2017년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PVC팀이 지난 8월 4일부터 12일까지 ‘나도 동네 친구와 집 근처 학교에 다니고 싶다(통합교육)’을 주제로 핀란드 연수에 나섰다. PVC(4-Paired Vision Challengers)는 ‘시각장애인 4명과 비장애인 청년 4명이 짝을 이루어 시각장애(Visually Impaired Person)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서로를 보완하며 비전(Vision)을 찾아 이루어 나아가겠다(Challenger)’는 의지가 담겨 있다. 연수 내용을 연재한다.

PVC팀은 28월 10일 이른 아침 탐페레(Tampereen)에 위치한 ‘Deaf Blind Community’(이하 시청각장애인공동체)를 방문했다.

시청각장애인공동체에서 만난 밀라(Milla)는 현재 고등학교에서 미술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있었고, 그 외의 특별한 어려움이 없는듯했다. 그러나 어셔증후군(Usher syndrome)질환으로 인한 시각장애와 청각장애가 있는 여성이었다.

어셔증후군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으나 평균적으로 10만명 당 4명의 유병율을 보이고 있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특정 감각장애가 있는 경우 손상된 감각외의 감각을 사용해 일상생활을 하게 된다. 장애가 있는 감각을 보완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손상된 감각 대신 사용해온 특정 감각이 활성화 되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청각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 시각적 정보에 의존하게 되고, 시각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 청각적 정보에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시청각중복장애인들은 청각적 정보도, 시각적 정보도 없이 누구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일까?

핀란드 시청각장애인공동체에서의 점심. ⓒ제민희

PVC팀은 점심시간이 되어 안내자와 함께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당에는 이미 식사중이거나 식사를 위해 손을 씻고 준비 중인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함께 살아가기’그 자체였고, PVC팀 눈에 아름답고도 애절하게 뇌리에 박혔다.

서로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내 손과 상대방의 손이 맞닿게 하여 수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 그리고 시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 등 모두 서로 이야기하고, 함께 지내는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그 자체였다.

시청각장애인공동체는 핀란드에서 최초로 시도 되었다고 한다. 중도·중복장애인의 경우 이동 및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단일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 활동이 제한된 채 고립되어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핀란드에서는 이들 역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고, 배우고, 살아가면서 사회가 모두를 받아들이고, 이들이 온전히 통합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중도의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이동이 어렵고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장애유무와 정도를 떠나 장애를 갖지 않았다면 살아갈 모든 환경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소중한 생명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과 노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되어온 것이다.

PVC팀에게는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 안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수화를 통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이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뇌리에 박혔다.

입을 통해 전달되는 언어가 서로의 손과 감각을 통해 전달이 된다는 것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이들이 어떻게 소통 하겠냐’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었다.

핀란드 시청각장애인공동체 앞에서 PVC팀의 기념촬영 모습. ⓒ제민희

우리가 만난 밀라는 이들처럼 전혀 보이지 않고 전혀 들리지 않는 사람들보다는 독립보행이 가능하고, 언어적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이렇게 비장애인에 비해 부족하지만 부족한 자원을 서로에게 공유하고, 도와가며 살아가고 있다.

밀라 역시 잘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나 보다 어려운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그 모습을 통해 우리 비장애인들이 가진 충분한 감각을 이용해 이제는 함께, 걸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글은 '2017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PVC팀의 제민희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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