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관계자가 20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부모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 장애학생 인권침해, 위험한 존재로 비하하는 발언에 뿔난 장애인부모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장애부모들의 분노를 산 사건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이하 본부) 주관으로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특수교육지도사 정책토론회’에서 벌어졌다.

특수교사를 보조하는 특수교육지도사의 열악한 처우개선을 위한 토론 중 업무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한 장애 여학생이 변기에 앉아 용변을 보는 사진이 공개됐다.

특수교육지도사가 장애 여학생의 신변처리를 돕고있는 모습으로 눈과 주요 부위만 스마일 표시로 처리된 채로 스크린을 통해 참석자들에게 노출됐다. 장애 여학생의 모습은 정책토론회 자료집에도 실렸다.

당시 현장에 있던 장애학생 학부모 A씨가 ‘인권침해’라고 거세게 항의하자 본부 소속 특수교육지도사 B씨는 “이런 애들 X치워주고 가르치니 위험수당을 받아야한다”고 말했고, 이어 본부 관계자 C씨의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있으니 호신술을 배워야겠어요”라고 거드는 말에 분위기는 더욱 악화됐다.

이 같은 상황은 전국의 장애부모들 사이에 퍼졌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장애부모 관련 단체들이 공동행동에 나설 뜻을 모으고 경찰서에 1달 동안의 민주노총 앞 집회신고를 냈다.

집회 첫날인 20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앞에는 전국 각지에서 비행기, 버스 등을 타고 올라온 장애부모 50여명이 운집했다.

전국특수학교학부모대표자협의회,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이 공동 주최하는 본부 규탄 기자회견 후 면담에서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본격적으로 진행될 집회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장애부모들은 민주노총에게 장애학생 인권침해 등과 관련된 사과문 일간지 및 홈페이지에 게재, 장애인권교육 이수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후 장애부모 대표단 4명은 답변을 듣기 위해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 4명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이 시작되자 현장에 있었다는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정책토론회에서) 화장실 사진 하나가 크게 딱 올라갔는데 엄마들이 다 기겁을 했다”, “딸아이가 화장실 의자에 앉아있는데 눈 가리고 중요 부위만 가렸다”, “화장실 안이었고 보조원이 있었고 문을 연채로 하의를 벗겨놓고 찍었다”, “자기 딸 같으면 그렇게 하겠냐”는 등 울분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신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전부를 알 수는 없지만 당사자들과 부모님들의 마음에 많은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면서 “저희들의 정당함(직무의 어려움)을 위해서 다른 분들에게 상처를 드릴 순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이어 “진심으로 사과드리면서 부모님들이 요구하는 사과방식에 대한 부분은 실무적으로 검토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인권교육에 대한 부분도 연계하고 있는 장애인단체와 논의해 내년 사업계획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 위원장은 학부모들이 근거가 없는 특수교육지도사라는 명칭이 학교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특수교육보조원’으로 통일시켜 사용해 달라는 것과 관련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신 위원장은 “비정규직인 것도 힘든데 명칭에다 보조를 붙여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추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면담을 마친 뒤 신 위원장은 밖에 운집해 있는 장애부모들을 찾아 “많은 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려 죄송하고, 사과드린다. 같이 이야기할 구조를 만들어 처리하겠다.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시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 같은 사과에 장애부모들은 ‘이미 상처를 받았다’ 등 비통한 심정을 전하면서도, 추후 논의의 자리를 만들어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에 각자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후 3시경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특수학교학부모대표자협의회 요구에 대한 입장’에 대한 성명서를 게재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책임을 통감하며 장애학생은 물론 부모님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여러 문제에 대해 협의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특수학교학부모대표자협의회 등 장애학생 학부모들로 구정된 단체가 민주노총에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에이블뉴스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이 '민주노총 각성하라!', '부모의 피눈물이 보이지 않는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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