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부터 만 5세 유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누리과정’에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특수교육법)’에 따라 의무교육대상자인 장애유아가 배제돼 있어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목소리는 전국장애아동보육제공기관협의회(이하 장보협)가 지난 8일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이행과 장애아 보육의 질적 개선 위한 2013년 예산요구 관련 토론회’에서 나왔다.

토론회에 참석한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김치훈 집행위원장(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실장)은 ‘장애유아 의무교육 시행을 위한 만5세 누리과정 정책요구안’을 발표, 조목조목 문제점을 설명했다.

누리과정은 부모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어린이집 보육료와 유아학비를 지원하고, 공통된 보육교육이 실시된다. 올해 3월 만 5세 유아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정부는 내년 대상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반면 장애유아 의무교육은 특수교육법에 따라 만3세 이상 장애유아가 유치원 또는 일정한 교육요건을 갖춘 어린이집을 이용하면 대상이 된다.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김치훈 집행위원장이 '장애유아 의무교육 시행을 위한 만5세 누리과정 정책요구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유아 누리과정에 배제=먼저 김 위원장은 누리과정의 정책 수립 초기단계부터 정부가 의무교육 대상자인 장애유아를 배제하고 비장애유아 일반을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 추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장애유아 의무교육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누리과정을 통해 의무교육대상자가 아닌 전체 비장애 만5세 유아에게 지원하는 것은 장애유아의 의무교육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의무교육에 종사하는 교원의 보수와 기타 의무교육에 관련된 경비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로부터 전입금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누리과정을 통해 장애유아 의무교육 시행의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된 장애유아는 의무교육대상자임으로 만 5세 뿐만 아니라 만 4, 3세까지 포함해 누리과정에 따른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정부가 발표한 누리과정 운영기준에는 만 5세 장애유아가 부족할 때 만 6세 이상, 만 4세 이하 순으로 어린이집 반 편성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누리과정 예산편성에 장애유아 의무교육 시행을 위한 별도의 항목을 설정해야 한다”며 “현 누리과정 운영기준에서 규정하는 장애아 보육료 및 어린이집 특수교사 인건비 등 지원과는 별도로 일반유치원의 특수학급 설치와 유아 특수교사 인건비 지원을 위한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지침으로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내년 누리과정 예산수립에 어린이집 장애유아 의무교육 시행을 위한 별도의 항목을 수립하고, 장애유아를 위한 교재·교구비, 급식비 등을 유아교육기관 수준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아보육료, 부처 간 떠넘기기=특히 김 위원장은 장애아보육료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분할해 지급하게 되면서 부처 간의 책임 떠넘기기로 번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현재 5세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의 격차를 줄이고 양 기관 간의 공평한 교육수준을 마련해 의무교육 1년 전 5세 유아에게 동일한 지원을 국가수준에서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면서 “어린이집에서의 장애유아 의무교육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기존에 지원되던 장애아보육료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떠넘기면서 부처의 책임까지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장애아보육료로 39만 4천원을 지원하고 있었지만 누리과정 도입으로 인해 39만 4천원 중 20만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과학기술부), 19만 4천원은 보육료(보건복지부) 예산에서 지원된다.

김 위원장은 “원래대로 복지부가 39만 4천원을 지급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따른 장애유아 1인당 20만원의 재정은 유아특수교사 인건비 등 어린이집의 장애유아 의무교육 여건개선을 위한 비용에 쓰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유아 의무교육 위한 교사 배치 문제=김 위원장은 “특수교육법에 따른 유치원과정의 의무교육은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의무교육이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유아특수교사 배치는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유치원 일반학급에 다니는 1,660명(2011년 특수교육연차보고서)과 일반어린이집에 다니는 5,314명(2010년 보육통계)의 특수교육대상자들은 유아특수교사에 의한 특수교육서비스를 전혀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

김 위원장은 “장애유아를 위한 만5세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유아특수교사를 우선적으로 배치하도록 지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유아특수교사의 배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만5세 누리과정 운영기준은 어린이집 특수교사의 법적 자격기준도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어린이집의 특수교사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특수학교 유치원교사 자격증을 소지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발표한 누리과정 운영기준에는 현행 어린이집 특수교사 자격인정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 교과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인건비를 지원하는 특수교사의 법적 자격기준을 어기게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어린이집 통학지원 이행='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장애아동의 통학지원은 어린이집에서 장애아동에게 제공해야 하는 '정당한 편의제공'에 해당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현재 어린이집에서는 장애아 보육료 틀 속에서 매우 불안정하게 되어 실질적으로 장애아동의 통학지원은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김 위원장은 ▲장애전문어린이집 이하 시설규모(장애아동 12명 미만): 장애유아마다 개별적으로 통학비 지원 ▲장애아전문어린이집 시설규모(장애아동 12명 이상): 통학차량, 운전원 인건비, 차량운영비 등의 지원을 통한 통학지원을 제시했다.

또한 복지부 예산 편성 시 꾸준히 논의 됐고, 복지부 측도 이에 대해 수긍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작년에도 기재부가 통학지원 항목을 잘랐다고 설명하며, 예산 검토 시 복지부보다는 기재부를 압박해 통학지원의 필요성을 알려야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위원장은 전반적인 누리과정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아특수교육 전문가, 종사자, 장애아 부모, 보건복지부·교육과학기술부 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장애아 누리과정 시행을 위한 민·관 합동 TF팀’ 구성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이 요구안과 관련해서 지난 3일 복지부와 면담을 가진 바 있고, 여러 의견이 오가는 상황”이라면서도 “빠른 시일 내 교과부 특수교육과나 유아교육과, 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 장애아 부모, 장보협 관계자 등과의 면담을 다시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 오재욱 사무관은 “누리과정에 대한 문제점이나 장애아 교육환경 개선 등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하겠다”면서 “사실 100% 복지부가 독단적으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교과부와 협의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러한 의견들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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