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11시.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는 장애아동을 둔 어머니들이 ‘특수학교 설립 요구’ 피켓을 들고 하나 같이 “중랑구, 동대문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중랑 통합부모회(이하 부모회) 회원들인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는 중랑구·동대문구에 거주하고 있는 초등학생 6학년(중학교 입학 예정자) 15명 모두 특수학교 미배치를 통보받았고, 지역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배치될 것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부모회에 따르면 중랑구·동대문구의 초등학교 졸업예정자들은 배치 학군에 의해 서울동천학교와 서울광진학교에 입학 신청을 할 수 밖에 없지만 과밀학급으로 인해 더 이상 학생들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부모들은 두 곳의 특수학교가 학교 셔틀버스를 타고 1시간 이상 가야하는 먼 거리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올해 우선 배치되길 희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부모회는 “성동교육지원청에 특수학교 미 배치와 관련한 ‘재심사청구’를 접수시켰으며, 15명의 학생들은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배치될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학생들의 특수학교 배치를 요구했다.

부모회는 또한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동부교육청 산하의 중랑구, 동대문구에 특수학교가 없기 때문”이라며 “빠른 시일 내 특수학교를 만들어 장애학생이 가까운 곳에 배치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부모들이 자녀의 특수학교 배치를 원하는 이유로는 ▲일반학교 특수학급의 과밀현상으로 인한 교육 질 저하 ▲장애 정도의 심함으로 인해 교사로부터 방치 ▲장애로 인해 비장애 학생들의 놀림 등 폭력에 노출될 우려를 들고 있다.

중랑 통합부모회의 1인 시위 첫 주자로 나선 권미숙 씨. ⓒ에이블뉴스

이날 1인 시위 첫 주자로 나선 권미숙(44세)씨의 자녀 한석희(남·14세) 군도 특수학교 미 배치 통보를 받았다.

권 씨는 긴 한숨을 내며 “오죽하면 하나밖에 없는 아이의 생일날에 미역국도 못 끓여주고 나와 이렇게 피켓을 들게 됐겠냐”고 토로했다.

권 씨는 “통합교육의 중요성도 매우 중요하지만 통합교육이 어려운 장애아이도 있다”며 “우리 아이의 경우 일반학교에 다니면서 괴롭힘과 폭력 등을 받아왔는데 작년 6학년일 때는 반 정도를 출석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날은 집 출입구 앞에서 ‘학교 가기 싫다’고 소변을 본 적도 있었다. 이처럼 아이에게 학교가 공포의 대상이 될 바엔 차라리 통합보단 특수학교에 보내는 게 낳다”며 “어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내 아이가 학교를 통해서 즐겁게 생활하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 훗날 부모로부터 자립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권 씨는 “시교육청은 ‘통합교육’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2017년까지 특수학교를 배치하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이 지역에 특수학교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특수학교 미 배치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 관계자는 “교육감의 정책기조, 발전계획에 따라 통합교육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특수학교 설립보다는 일반학교 배치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특수교육 기획, 계획을 주관하는 부서가 책임교육과이기 때문에 우리 과는 권한이 없으며, 당분간 특수학교 설립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시교육청 책임교육과 관계자는 “학교 신설은 학교지원과가 담당하지만 교육감의 방침이 분리된 특수학교보단 통합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체제라 신설 어려움의 책임을 우리 쪽으로 몰고 있는 것 같다”면서 “최근 부임한 부교육감이 특수학교의 필요에 대해서 계속 보고는 받고, 부교육감도 필요성 인식하며 중장기적으로 생각을 해보는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부모회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중랑구, 동대문구의 특수학교 신설에 대한 확답을 들을 때 까지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며, 현재 이대영 부교육감과의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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