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 앞서 개최된 '장애인 고등교육 차별 진정 기자회견'에서 한 장애학생이 차별사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교육법 제정되면 뭐하나요? 우리 장애학생들은 여전한 교육차별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장애인 고등교육권을 온전히 보장해주세요!"

장애 대학생들이 대학 내 장애학생들의 교육차별사례를 모아 1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 진정을 제기했다. ‘장애인고등교육권 확보를 위한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가 주도한 이번 집단 진정에는 총 13건의 진정이 모아졌다.

이 진정서의 담긴 사례들은 ‘청각장애학생에게 수화통역 및 문자통역 미제공’, ‘교내 셔틀버스를 저상버스로 완비하지 않은 것’, ‘장애학생에게 신입생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지 말 것을 권유’, ‘시각장애·지체장애학생을 고려하지 않은 교내 ATM기기’ 등 교육현장에서 겪는 직·간접적인 차별을 담고 있다. 각 진정서들은 장애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직접 작성했다.

연석회의는 “장애인교육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지만, 장애인대학생들은 무수한 교육차별 속에서 힘겹게 학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장애학생들은 어려운 관문을 뚫고 학교에 들어와서도 제대로 된 대학생활을 누리지 못하며, 또 다른 차별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연석회의는 또한 “우리는 다른 학생들보다 더 많은 것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장애학생들과 같은 조건에서 공부하기 위해 최소한 필요한 것들을 얘기하고 있다. 장애학생의 권리와 역량강화를 위해서는 학내 교육권을 확보하고 학내에서의 경험을 통해 졸업 후에도 차별을 경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석회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진정을 제기하는 장애대학생들을 포함해 연석회의 소속 대학생 20여명이 참석했다.

대구대 하용준 학생은 “대구대는 장애인교육에 있어서는 전국 최고라고 말하지만, 우리학교가 최고라는 것을 실감할 수 없다. 지난 2007년 새터(신입생오리엔테이션)에서 한 장애학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난 이후로 학교 측에서는 장애학생들은 참가하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 동기들을 처음 만나는 귀중한 자리에 참석하지 말라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하용준 학생은 이어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장애학생들에게는 편의가 잘 제공되고 있는 편이지만 일반전형으로 들어오는 장애학생들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 얼마 전 일반전형으로 입학한 한 자폐장애학생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학교에서는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했다. 학교에 직접적 원인이 없더라도 장애학생들에 대한 전반적인 욕구조사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대 이원재 학생은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서울대도 미흡한 점이 많다. 학교에는 장애학생을 위한 휴게실이 마련돼 있지 않다. 또한 필수적으로 치러야하는 텝스시험에서 청각장애학생들은 듣기평가에서 점수를 받을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농아대학생연합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울대 이동엽 학생은 “농대연 활동을 하면서 청각장애대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많이 듣게 됐다. 아직도 문자통역과 수화통역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는 학교가 수두룩하다. 또한 어떤 교수님은 청각장애학생을 발표시간에 배제시키기도 했다. 이는 대학이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단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애 대학생들이 대학 내 장애학생들의 교육차별사례를 모아 집단 진정을 제기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고등교육권 확보를 위한 연석회의'가 1일 오후 2시 개최한 '장애인 고등교육 차별 진정 기자회견'에서 청각장애학생들을 위해 문자통역을 제공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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