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보조공학기기를 사용하는 모습.

장애인 선교단체에 근무하는 오영희(가명)씨는 요즘 신바람이 난다. 팔을 전혀 사용하지 못해 모든 작업을 발가락으로 수행하던 오씨에게 발로 사용할 수 있는 마우스가 생겼기 때문이다.

선천적인 원인에 의해 뇌병변 3급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오씨는 일반 책상을 사용할 수 없어 다리 높이에 맞는 상자위에 널빤지를 올리고 그 위에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오씨의 주된 업무는 홈페이지 관리나 서류 작성으로 컴퓨터를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는데 이미 기존의 의자나 책상은 어느 것도 높이가 맞는 것이 없었다. 불편한 환경에서 장시간 진행되는 컴퓨터 작업은 허리에 통증을 가져왔으며 일반 마우스를 발로 사용하다 보니 발에도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보조공학센터 담당 직원의 현장 평가 결과 업무를 수행하는데 불편한 점이 매우 많았으며 계속적으로 작업을 할 경우 이로 인한 2차적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높낮이 조절과 경사 조절이 가능하고 발을 편안하게 올려놓을 수 있는 키보드 받침대를 무상으로 지원하게 되었다. 또한 발로 사용하기 쉬운 키보드와 마우스를 지원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지원된 보조공학기기를 쉽게 사용할 수는 없었다. 막상 사용을 해보니 처음 원했던 높이보다 좀 더 낮아야 편안함이 느껴질 수 있고, 마우스의 경우에도 다른 버튼이 왼쪽에 달려 있는데 주로 사용하는 부분은 엄지 발가락이다 보다 버튼들이 180도 회전되어야 사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보조공학센터 맞춤 개발팀의 개조와 변형을 통해 오씨는 자신에게 꼭 맞는 보조공학기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오씨가 발로 사용하는 특수마우스.

이런 일은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보조공학기기를 구입하는 경우 종종 생기는데, 장애유형은 같아도 개인마다 기능이나 사용방법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증 장애인일수록 자신만의 방법으로 기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보조공학기기라 할지라도 개조와 변형 혹은 주문 제작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2006년부터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보조공학센터에서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별도의 맞춤 개발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신청이나 문의가 있는 경우 관련 전문가가 직접 방문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이, 그것도 여자 중증장애인이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죠. 설상가상으로 저는 손을 전혀 쓰지 못하고 대신 발로 손이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에게 일자리가 생겨서 3년째 직업인으로 살고 있는 것도 감사한데, 제 몸에 꼭 맞는, 저만의 보조공학기기가 생겼다는건 정말로 감사할 일이고, 어떻게 보면 기적같은 일인지도 몰라요.

우리 사무실 사람들은 오선생님 자리만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고 부러운 듯이 이야기하곤 합니다. 저는 보조공학기기 덕분에 최첨단 환경속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답니다. 앞으로도 이런 서비스들이 많이 개발되고 지원되면 좋겠습니다.”(보조공학기기를 지원받은 오영희씨의 수기 중에서)

*염희영 기자는 에이블뉴스 누구나기자로 현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보조공학센터 작업치료사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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