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공학기기를 활용하여 밑그림 및 시안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염희영 기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컴퓨터로 공공기관의 민원 업무에서 개인적인 쇼핑까지 많은 일들을 수행하고, 핸드폰으로 밖에서도 집안일을 할 수 있으며, 로봇이 집안일을 수행하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시대. 인간의 한계라고 느꼈던 생명 연장과 난치병의 치료에 이르기 까지 첨단 과학 기술의 발달은 오래 동안 지속되었던 일상적인 우리 삶의 모습을 짧은 시간 동안 크게 바꾸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장애인의 삶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힘들게 바퀴를 돌리지 않고 스위치만을 활용해서 움직일 수 있는 휠체어, 음성만으로 집안의 가전 제품들을 작동시킬 수 있는 장치,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이모든 것들이 첨단 과학기술이 장애인과 노인의 욕구에 부합하여 발전된 보조공학의 성과이다.

보조공학이란, 장애인이 직면한 문제를 공학적 기술을 응용하여 개선시키는 기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조공학의 발전은 이전까지 장애로 인해 가능하지 못하다고 생각된 영역에 새로운 길을 열어줌으로써 장애인에게 교육의 혜택, 여가활동, 자립적 능력 그리고 직업적 활동을 가능하게 하며, 장애를 가진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 나아가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삶의 질까지도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14년 전 다이빙을 하다 사고로 경추 손상을 입어 전신마비를 입은 A씨는 관련 기술을 열심히 습득하여,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관리하는 일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마비된 손으로 홈페이지 디자인에 필요한 스케치나 컴퓨터에서의 그림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 최종 작업물의 질이 좋지 않거나, 남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들여 일을 해야 했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점차 일을 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던 중, 보조공학기기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중증의 장애로 인해 이미 시중에 나와있는 보조공학기기는 사용하기 어려운 형편이어서 자신에게 꼭 맞도록 맞춤제작 하는 과정을 통해 손의 움직임으로 미세한 펜 작업이나 수작업을 할 수 있는 보조공학기기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보조공학기기를 사용하고 나서 작업 시간은 반 이상 줄어들었고, 내가 생각하고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7년 전 갑자기 찾아온 고관절의 무혈성괴사증으로 5차례 걸친 대수술 끝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가 되었지만 고관절이 구부러지지 않는 장애를 갖게 된 B씨. 언제나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있어야 하고, 밖에 나가거나 무언가 작업을 해야 할 때는 간신히 의자 끝에 걸터앉아서 할 수 밖에 없었고, 오랜 시간 무언가를 한다는 건 생각하기 힘들었던 그에게 모든 부분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특수작업의자는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도록 희망을 주었다. 의자 안장과 등받이의 각도, 높이를 조절해서 이제 의자에 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그는 이 의자와 함께 ‘텔레마케터’라는 새로운 직업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는 시작에 불과하다. 2004년 2개의 보조공학센터가 문을 열었고, 그 중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보조공학센터가 국민들의 복권기금으로 만들어지면서 장애인과 보조공학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이 표명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 실질적인 보조공학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가 이제 마련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보조공학의 발전은 지금까지 기회와 참여에서 소외되어온 장애인에게 삶의 모습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제 몫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많은 보조공학 전문기관이 생기고 이를 위한 전문가들이 배출되며, 한 사람 한 사람 보조공학을 통해 꿈을 이루는 장애인들이 점차 많아지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염희영 기자는 에이블뉴스 누구나기자로 현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보조공학센터 작업치료사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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