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재활원(원장 이성재) 중앙보조기기센터에서는 보조기기 사용 인식 개선 및 보조기기센터 저변 확대를 위해 ‘2016 전국 보조기기 수기공모전’을 진행했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 보조기기센터에서 14편 접수했고 심사를 거쳐 대상 1편, 최우수상 1편, 우수상 3편 등 총 5편을 선정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첫번째는 대상 ‘장애인보조기기 가이드러너’ 이다.

대상 ‘장애인보조기기 가이드러너’

김은평(경기도 보조기기센터)

이글은 경기도 보조기기센터에서 개조·제작 서비스 등 지원을 했던 한미경(가명, 49세, 여, 뇌병변장애 1급) 님의 사례입니다.

상담을 다니다 보면 많은 장애인분들이 좁은 환경에서 생활 하는 것보다 좁은 환경을 더 좁게, 정돈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활하는 모습에 더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있다.

가령 리프트가 필요하지만 사용할 공간이 없어보조기기를 지원 받거나 대여하여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도 사용 할 공간이 없다며 장애인이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보호자의 물리적 노동을 소비하는 경우를 볼 때면 더욱 그렇다.

지난 6월 상담을 위해 찾아간 양주시의 한미경님의 집은 이러한 나의 걱정과 안타까움을 느낄 틈을 주지 않을 만큼 아주 깔끔하고 잘 정돈 되어 있었다. 오전 10시, 아파트 14층에 스며드는 밝은 햇살과 깔끔한 집안 분위기만큼 환한 미소로 맞아주시던 한미경님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돌 무렵 고열로 인해 뇌손상이 있었다고 했다.

중증의 뇌성마비 장애인인 대상자는 2년 전 장애인보조기기 교부사업을 통해 욕창 방석을 지원 받았고 2년의 시간이 지나 새로운 보조기기를 신청할 수 있었지만 기존에 지원받은 방석을 깨끗이 잘 사용해 추가적인 지원은 필요하지 않다고 하였다.

다만 현재 거실의 조명은 리모컨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욕실과 침실의 조명은 리모컨으로 조작할 수 없어 센터에 서비스를 의뢰하였다는 것이었다.

욕실 사용 환경 평가(사진 왼쪽)과 침실 사용 환경 평가(사진 오른쪽). ⓒ국립재활원

먼저 대상자의 욕구에 기반하여 전반적인 대상자의 운동기능과 가정환경을 평가하며, 한미경님께 필요한 보조기기가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실내에서 엉덩이를 밀어 이동하는 대상자는 양팔의 강직과 불수의적 움직임으로 인해 기능적으로 손을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양쪽 발을 사용해 필기 및 리모컨 조작 등이 가능하였다.

상담을 통해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야간 시간에는 스스로 용변을 보는 것이 가능하지만 변기의 물을 내릴 수 없는 어려움이 있음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거실 TV 옆에 놓여있는 컴퓨터와 키보드를 보며 컴퓨터 사용의 불편함은 없는지 확인하고, 현재 수행하고 있는 방법을 관찰하였다. 일반 키보드와 마우스를 발로 사용하였으나 비교적 오타가 잦아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어보였다.

전반적인 평가 후 한미경님이 우선적으로 의뢰하신 조명컨트롤 욕구 해결을 위해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스위치와 리모컨의 정보를 확인하였다.

그 후 바로 개조·제작 서비스를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혹시 대상자에게 추가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는 욕구의 파악과 적합성 평가를 위해 센터로 방문할 것을 권하며 다음 상담 날짜를 잡았다.

글씨 쓰는 모습(사진 왼쪽)과 컴퓨터 사용하는 모습(사진 오른쪽). ⓒ국립재활원

센터에 방문한 한미경님과 센터의 상담평가실, 보조기기 전시체험장에서 상담과 함께 보조기기 적용을 실시하였다.

먼저 방바닥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한미경님의 컴퓨터 접근 능력 향상을 위해 특수마우스와 특수키보드를 연결하여 적용해보았다. 발을 사용해 팜온키보드를 적용해보자 기존 사용하던 일반 키보드와 달리 오타가 없었으며 사용에 매우 만족함을 보였다.

또한 트랙볼 마우스를 적용했을 때는 이전에 사용했던 경험이 있었으나 지원을 받거나 구입처를 알지 못하여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였다. 특수키보드의 경우에는 비급여 품목 보조기기이지만 경기도저소득장애인 의료비 지원사업을 통해서 지원이 가능함을 안내하고, 트랙볼 마우스(로지텍)의 경우 인터넷에서도 2~3만 원대에 충분히 구입이 가능한 제품임을 알려드렸다.

또한 장애인 보조기기 교부사업을 통해 지원 받을 수 있는 목욕의자를 안내하였으나, 현재 수행하고 있는 목욕 방법이 익숙하여 지원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이를 더욱 필요로 하는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셨다.

마지막으로, 야간에 독립적으로 변기 물을 내리고자 하는 욕구에 따라, 간단하게 설치가 가능하며 발로 밟아서 변기 물을 내릴 수 있는 Foot Flush 라는 제품을 온라인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사이트를 안내하였다.

상담 이후, 센터 개조·제작 서비스로 형광등 리모컨을 설치해드리기 위해 다시 한미경님 가정에 방문하였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경기도의료비지원사업을 통해 지원 받은 팜온키보드를 보여 주시며 사용에 매우 만족함을 표현해주셨다.

상담을 통해 추천해 드린 보조기기를 아주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보람과 감사의 마음이 교차하였다. 그리고 형광등 리모컨 설치를 위해 차단기를 내렸다. 연결된 스위치를 분리한 뒤 동일 업체를 통해 구입한 스위치를 교체하여 화장실과 침실에 설치하고, 형광등에는 안전기를 장착하였다.

형광등 안전기를 설치하는 모습(사진 왼쪽)과 기존 스위치 분해 및 교체된 스위치(사진 오른쪽). ⓒ국립재활원

다시 차단기를 올려 리모컨을 사용해보니 정상적으로 모든 조명을 컨트롤 할 수 있었고, 설치를 지켜보시던 한미경님께 전달하여 발로 리모컨을 사용해 보도록 하였다.

욕실과 침실 모든 공간의 조명을 리모컨으로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어 서비스 수혜자와 제공자 그리고 활동보조인 선생님까지 집안 모두가 만족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foot flush(사진 왼쪽)과 로지텍 트랙볼 마우스(사진 오른쪽). ⓒ국립재활원

마지막으로 상담을 통해 안내해 주었던, Foot Flush 제품과 트렉볼마우스를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였으나 아직까지 구매하지 않은 상황을 듣고, 다시 한 번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 주소를 알려주었다.

이는 한미경님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단순히 수동적인 서비스 수혜자의 역할을 넘어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권장한 사항이었다.

지금까지 다양한 장애인들을 만나 보조기기를 안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오면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동시에 스스로의 부족함 또한 점검해보았다. 최근 한 통신사 광고에 시각장애인 스키선수와 그녀의 가이드러너가 나와서 인터뷰하는 장면이 있다.

서로를 전적으로 의지하며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장애인을 만나고 그들에게 적합한 보조기기를 찾고 안내해주는 그 과정 안에서 절대적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신뢰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제공자가 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아보며 글을 마친다.

[국립재활원 중앙보조기기센터 공식 홈페이지 참고 : http://www.kna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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