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지난 3월 18일부터 21일까지 제24회 국제 보조공학기기 박람회가 열렸다. 보조공학의 힘으로 다시 강단에 서게 된 서울대 이상묵 교수도 이번 행사에 참여해 주목을 끌었다.
이 행사는 매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놀스리지(Northridge) 캠퍼스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 행사에서는 장애인 일상 생활과 관련된 첨단 보조공학 기기 신제품이 발표되고 보조공학기기 지원을 위한 전문가 훈련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된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놀스리지 캠퍼스(CSUN)에는 교내 600명 가량의 장애인 학생들의 대학 수업 참여 및 취업을 지원하는 장애센터(Center on Disabilities, CON)가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장애학생들을 직접 지원하기 위한 점자 참고서의 발간 및 개인 교습, 다양한 보조공학 장비의 대여가 이뤄진다.
미국 전국에서 모여든 장애인 보조기기 전문가(작업치료사, 재활공학사, 로봇공학자 등)들은 이곳 장애인 특성화 대학에서 직접 장애 유형 별 보조기기의 선정과 일대일 맞춤식 적용에 관한 교육에 참가하게 된다.
보조기기의 지급 및 적용이 이뤄지는 기관은 다양하다. 사고로 인한 장애를 지원하기 위해서 미국의 경우 병원 안에서부터 보조기기 지원 및 훈련이 시작된다. 이때에는 작업치료사(Occupational Therapist)들이 직접 환자의 회복기 및 재활 과정에 맞게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을 평가하고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한 보조기기를 선정해 치료계획에 맞도록 훈련시키게 된다.
그밖에 차량의 개조 및 휠체어의 선정에 있어서도 작업치료사의 평가 및 보고서 작성이 보조기기 구입비용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애 이후에 처음 집이나 병원 밖으로 외출을 할 때 장애인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커다란 두려움에 휩싸일 수 있다. 보조기기 지원은 이들이 장애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으며 보다 많은 사회활동 참여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요한 과정인 것이다.
그밖에 장애학생들에게는 무엇보다 교육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보조기기의 지원이 이뤄진다. 이때에는 학교에서 직접 학생의 장애 특성에 맞게 보조기기를 선정하고 제공하게 된다. 장애인의 직업 선택에 있어서도 보조기기는 빼놓을 수 없는 사항이다.
미국의 장애인 법의 경우에는 직장에서 고용주가 장애로 인한 불편함이나 직장 내 차별이 없도록 합리적인 보조공학 장비를 지원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 안에서는 보조공학 장비의 구입비용을 최대 1,000달러까지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오랜 시간 휠체어에 앉아서 작업을 하는 것이 힘든 경우에 작업에 꼭 필요할 수 있는 인체공학적 의자의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매년 개최되는 보조공학기기 박람회 행사에서는 새로운 보조공학 장비의 소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번 행사에서는 시각장애인 전문 보조기기 생산업체인 옵텔렉(Optelec US Inc)에서 휴대용 확대장치- 파뷰(FarView)를 개발해 새롭게 선보였다.
이 장치는 그 동안 책상 및 데스크탑 환경에서 글자를 확대해서 볼 수 있었던 저시력 장애인들에게 일상생활 및 바깥 외출동안 불편함 없이 글자를 볼 수 있도록 고안됐고 문서의 캡쳐 및 저장, 전송 및 배경색 변경 등 다양한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이 제품의 현지 판매 가격은 1,500달러 정도 이다.
미국에서는 공항에서도 청각 장애인의 경우 노트북 크기의 단말기를 항상 휴대하며 수화 사용 가능여부와 상관 없이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최첨단 로봇공학 기술을 갖고 있는 국내에서 장애인들의 편의를 증진시키고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다양한 보조기기 제품의 개발이 가시화 되고 있다. 더욱이 새로운 보조공학법의 제정은 이러한 장애인의 보조기기 지급 및 사용을 획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 있어서 장애인 자립생활이 보다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어떠한 경로를 통해 장애인의 맞춤식 보조기기의 지원 및 훈련이 이뤄질지 외국의 사례 등을 통해서 보다 현실적으로 준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나 인터넷 접근성이 외국보다 우수한 국내 환경의 장점을 살려서 장애인들이 보조기기 지원을 위해 먼 곳을 찾아 다니기 보다는 지역사회 병원 및 보조공학지원센터에서 온라인을 통한 상담 및 방문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획기적인 방안일 수 있겠다.
장애인의 재활 치료 및 처치와 관련된 기술 역시 보조공학의 한 부분인 만큼 전문 의료인력에게 적절한 교육을 통해 최신 보조공학기술을 지속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미래 지향적인 의료재활시스템의 필수 조건일 것이다.
*정봉근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의과대학에서 작업치료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