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혜진 기자 = 작년 초 시각장애인에게 불리하게 설계된 주식거래 수수료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금융당국과 증권사가 공언했으나 홍보 부족 등으로 성과를 거의 거두지 못해 개선책은 생색용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증권사 60개 중 개인을 상대로 영업하지 않는 증권사를 제외한 41개사는 2009년 11월 장애인 증권매매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결의하고서 작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시각장애인이 수수료가 저렴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하기 어려워 비싼 수수료를 내고 있다는 민원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6개월 이상의 사전 조사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걸쳐 마련한 방안이었다.

시각장애인 수수료 인하책 도입 이후 1년 4개월이 흘렀지만 애초에 기대했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모니터링에 손을 놓고 있고 증권사들은 해당 제도를 알리는 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가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취재한 결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보는 장애인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하반기에 41개사 중 10개 증권사를 골라 장애인 수수료 인하책을 시행하는지를 조사한 것이 전부였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투자협회 증권지원부 관계자는 "잘 시행하는지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렵고, 장애인 이용객이 얼마나 있는지는 영업비밀에 가까워서 조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가 주요 13개 증권사에 직접 문의해봤더니 장애인으로 등록된 고객에게 오프라인과 자동응답전화(ARS) 주문 때 온라인과 같은 수수료를 모두 적용하고 있었으나 이런 혜택을 누리는 장애인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우리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 동양종금증권, 하나대투증권은 집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혜 장애인 수를 아예 공개조차 하지 않았다.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으로 고작 144명이었고, 그다음은 대우증권 72명, 삼성증권 40명, 신한금융투자 36명, 키움증권 35명 순으로 확인됐다. 유진투자증권은 16명, 메리츠증권은 3명, 대신증권은 2명에 그쳤다.

증권사들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여론 등을 의식해 장애인 수수료 인하책을 내놓고도 막상 시행 단계에서는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의도적으로 숨긴 탓에 수혜자가 매우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황모씨(60)는 "시각장애인 수수료를 낮춘다는 얘기를 듣고 증권사에 문의했다가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다. 여러 차례 항의한 끝에 최근에야 혜택을 보게 됐다. 상당수 장애인은 이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며 증권업계의 `감추기 실태'를 꼬집었다.

수수료 인하책과 별도로 HTS나 증권사 홈페이지에 음성서비스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장애인을 배려하는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장애인을 돕자는 이런 의견에 금융감독당국은 소극적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투자서비스국 관계자는 "HTS 기능을 바꾸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장애인들의 불편이 크다면야 고려해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단계에서 장애인을 돕는 제도를 계획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hope21@yna.co.kr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