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모씨가 최근 은행에서 새로 지급받은 OTP. ⓒ에이블뉴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OTP(One Time Password) 서비스’가 도입했지만 이를 사용해 본 시각장애인이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음성 OTP는 금융감독원이 시각장애인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금융거래를 위해 도입한 일회용 비밀번호생성 기기다.

음성 OTP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1분간 일회용 비밀번호가 생성돼 인터넷뱅킹이나 폰뱅킹 시 이어폰으로 일회용 비밀번호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존의 입출금 통장 크기의 점자 보안카드를 각 은행마다 만들어야 했던 불편함 달리 간편하게 휴대하며 사용할 수 있고, 보안성도 높아진다는 말에 시각장애인들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사용한 지 얼마 안 돼 기기고장도 발생하고 있고, 막상 사용해보니 몇몇 아쉬운 기능도 눈에 띄어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지난달 OTP기기를 수령 받은 정모(남, 24세, 시각1급) 씨는 “OTP기기를 받고 점자보안카드보다 더 편리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시각장애인을 더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정씨는 지난달 기기가 도입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은행으로 한 달음에 달려 가 음성 OTP기기를 수령 받았다.

절차에 따라 이용하고 있는 모든 은행에 음성 OTP기기 등록을 마친 뒤 폰뱅킹으로 송금할 일이 생겨 사용을 시도했다.

음성 OTP를 통해 안내되는 6자리 일회용 비밀번호를 또렷이 기억하고, 실수 없이 정확히 입력했지만 몇 차례 오류가 반복됐다.

10회 이상 오류가 반복되면 거래를 할 수 없다는 말에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음성에 귀 기울이며 9번까지 시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다음날 은행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고, 전화로도 해결할 수 없어 직접 방문하라는 말에 다음 주 은행을 직접 방문했다.

창구에서도 오류가 난다는 말에 정씨는 기기를 교체할 것을 권유받았고, 결국 은행을 방문해 새로운 기기를 신청했다.

결국 한 주가 더 지난 후에야 기기를 수령해 이용하는 은행 총 3곳을 돌아다니며 다시 등록을 마쳤다.

정 씨는 “보통 음성 OTP기기를 신청하고 수령하기까지 1~2주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 기간 동안 금융거래는 마비가 되는 상황”이라면서 “더욱이 시각장애인의 경우 이동이 불편한 점을 고려할 때 음성 OTP로 많은 불편을 초래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 씨는 “이번에는 급한 거래가 아니라서 지인을 만나 돈 거래를 했지만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너무 불편하고, 불안할 것 같다”면서 “시각장애인들의 위해 보급된 만큼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음성 OTP를 단순한 구조로 구성하다보니 몇몇 아쉬운 기능도 눈에 띈다. 음성 OTP는 일회용 비밀번호를 생성할 수 있는 버튼과 이어폰을 꽂을 수 있는 단자로만 구성돼있다.

정씨는 “주변소음에 따라 음량을 키울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음량조절버튼이 없다”면서 “나 같은 경우는 괜찮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6자리 음성을 잘 기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속도조절 기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음성 OTP기기의 경우 배터리가 분리 되지 않는데 잠금 버튼이 없어 음성 OTP가 눌릴 경우 배터리가 빨리 없어지게 될 우려도 있다”면서 “이어폰을 꽂지 않으면 시각장애인들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잠금 버튼이 있으면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음성 OTP가 외장스피커가 되지 않아 폰뱅킹 거래를 할 때에 양손에 이어폰을 꽂고, 기기를 들고 거래를 해야 한다”면서 “금융감독원이 시각장애인들의 불편사항을 수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의 공유 웹사이트에는 정씨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d******는 “오늘 OTP를 하나 더 받아 왔는데도 고장이 났다. 출시 전 사전 테스트만 거쳤어도 대부분의 문제들이 발견됐을 것 같은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보급을 중단시킬 게 아니라면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e*****도 “이렇게 불안한 기기를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한 번 가기도 어려운 금융기관을 내 집 드나들 듯 할 수 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도 “지인중에서도 동기화가 제대로 안 돼 오류가 났다는 소식을 들은 적 있다”면서 “다행히 잘 사용 중이지만 볼륨이 좀 작다는 아쉬움이 있다. 아주 약간만 크게 설정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재단 서인환 사무총장은 “금융감독원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개선방안 등을 협의해 왔다고는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의 불편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보다 더 충분한 의견수렴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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