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확정을 위한 당정의 실무협의가 진행중인 가운데 장애인예산확보를 위한 장애인계의 투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9일 출범식을 가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19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2010년 장애인예산확보공동행동'이 14일 심재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에 공개편지를 보냈다.

아래는 그 전문이다.

심재철 의원님께 보내는 공개편지

심재철 의원님, 우리는 의원님을 간절히 만나고 싶습니다.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내년도 장애인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동행동입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편지를 띄우는 것은 의원님은 장애인이시고, 장애인의 기대를 담아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 선거에 나오셨고, 또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장으로 내년 국가예산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에 계시는 분이시기에 급한 마음에 편지를 보냅니다.

다름아니라, 지금 정부와 한나라당이 2010년 예산과 관련하여 당정협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소식을 들어서 입니다. 의원님도 당정협의에서 중요한 결정력을 가진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의원님께 장애인계의 예산 요구안을 담아 공문을 보내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습니다. 의원님을 찾아뵈려 했지만 의원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의원님, 이렇게 보내는 편지에 대해서도 부디 침묵하지 마시고 꼭 좀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여의도 이룸센터 외벽에 정부의 기초장애인연금법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인연금은 우리 장애인들에게 절망과 분노만을 안겨줬습니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께서 포천의 직업재활시설을 방문해 ‘일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을 국가가 보호하기 위해 장애인연금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셨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많은 장애인들이 진심으로 환영했습니다. 장애인가구의 평균소득이 비장애인가구소득의 절반 정도이며 실업률은 전국실업률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실정입니다.

더군다나 장애로 인해 교통비,교육비,의료비 등이 추가로 들어가는 상황이라 우리 장애인들의 경제사정은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연금제도는 우리에게 생명줄과도 같은 제도입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알게 된 장애인연금의 실체는 우리들을 분노케 했습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장애인연금의 총액을 매월 13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에서 결정하려고 한답니다. 지금 현재 받는 장애수당도 13만원입니다. 당장 장애로 인해서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조차도 13만원을 훨씬 넘어섭니다. 심의원님, 우리는 너무나 실망스럽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액수를 껌값만큼 조금 올려주고, ‘장애수당’을 ‘장애연금’으로 이름만 바꿔치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대통령께서 장애인시설에서, 라디오에서 장애인연금을 설명하며 ‘정부가 일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을 책임지고 보살피겠다’고 하시니 우리로선 정말 사기당하는 기분입니다. 의원님께서도 진정 기획재정부가 관철하려는 장애인연금액으로 ‘정부가 책임지고 장애인을 보살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부는 장애인들에게 약속한 법과 예산을 지켜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고 수없이 강조하였습니다. 그래서 집회및시위에관한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알리기 위해 나온 수많은 사람들을 현장에서 즉각 연행하기도 합니다. 법의 준엄함을 알리기 위함이라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법을 지키지 않습니까? 정부마저도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정부가 말하는 법의 준엄함을 지키도록 할 수 있는 기관은 입법부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과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근거하여 2012년까지 저상버스를 전체 50%로 까지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래서 내년에 필요한 저상버스도입예산이 1,800억원 가까이 됩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고작 200억원 정도로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장애인등에관한특수교육법’에 근거하여 특수교사를 충원하는 등 장애학생들의 권리를 지켜줘야 하지만 내년도에 특수교사를 한 명도 늘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장애학생들이 학교가 없어서, 선생님이 없어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게 말이나 됩니까?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며 일상생활을 하려면 활동보조인서비스는 필수적입니다. 보건복지가족부 통계에 의하면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이 30만 명이 넘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활동보조서비스를 시행하면서 계획한 대상자 기준이 3만5천명입니다.

그런데 올해 확정한 예산은 고작 2만5천명 치에 불과합니다. 현재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자가 2만5천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예산이 고갈되어 신규로 신청하는 중증장애인의 신청을 끊을 수밖에 없다느니, 흉흉한 소문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내년 활동보조 예산은 2만7천명을 기준으로 잡는다고 하더군요.

올해 그 기준을 훨씬 초과할 것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자연증가분 조차 못 따라가는 예산을 책정하려는 기획재정부의 태도에 우리는 정말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유일한 장애아동복지제도인 재활치료서비스는 그 대상자가 저소득층으로 되어 있어 전체 장애아동의 30% 정도만이 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상당수의 장애인이 시설에 수용되어 평생을 살아가고 있는 데도 정부는 중증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며 지역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예산은 인색하기 짝이 없이 책정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중증장애인의 고용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근로지원인제도에 대한 예산은 여전히 시범예산으로 쥐꼬리만 하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라디오에서 장애인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언급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근로지원인제도를 법률에 명시하고 일반 예산에서 지원해야 합니다.

의원님, 예산이 없다는 핑계는 거짓말에 불과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예산들은 장애인계가 간절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장애인의 생존권과 인권을 지키는 예산”입니다. 이 예산을 반영하는 것이야말로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가 중증장애인을 책임지고 보살피겠다’고 한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는 최소한의 정직한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위에 언급한 예산들이 2010년 예산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기획재정부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무지막지하게 삭감해버렸습니다. 의원님 진정 예산이 없습니까? 그렇다면 4대강 예산은 어디서 나왔습니까?

의원님, 장애인들이 2010년에 거는 모든 기대와 희망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한나라당과 기획재정부가 이번 주까지 당정협의를 진행하고, 다음 주에는 대통령 보고까지 올리겠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감히 정부를 견제하고 사회적약자인 장애인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부디 한나라당 예산결산위원장이신 의원님께서 장애인의 입장에서 예산을 협의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의원님, 정부의 사기극에 동조자가 되지 마시고, 장애인의 편에 서 주십시오.

의원님께선 최근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에 출마하신다고 발표하셨습니다. 장애인체육발전을 위해선 예결위원장인 본인이 당선되어야 한다며 장애인체육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의원님께서는 장애인계의 현안에 대하여 책임 있는 위치에 계십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장으로 내년 예산 전체를 결정하는 중요한 권력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의원님, 조만간 의원님을 만나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당정협의가 끝나기 전에, 대통령께 보고가 올라가기 전에,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 선거가 있기 전에 의원님의 분명한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지금 장애인계 전체는 장애인연금이라는 중요한 제도도입과 2010년 장애인예산 문제로 하나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권한과 책임을 가지시는 의원님께서 장애인들에게 희망이 되어 주십시오.

의원님, 껌값으로는 정부가 장애인을 책임지지 못합니다. 이제 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사기극은 끝내야합니다. 함께 끝내주길 바랍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정부의 사기극에 동조자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2010년장애인예산확보공동행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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