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렛대 우주형 교수. ⓒ에이블뉴스

[2010년 특별기고]②나사렛대 인간재활학과 우주형 교수

2010년 새해 벽두부터 우리나라 장애인들은 희망을 잃었다. 지난 12월 31일 국회 본회의는 2010년 정부예산안을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처리하면서 작년보다 줄어든 장애인복지예산을 통과시키고, 더 나아가 보건복지가족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장애인연금예산조차 반토막내었다. 소위 벼룩의 간을 빼먹는 작태를 보인 것이다. 지난 7년간 장애인계가 그토록 외쳐온 장애인소득보장제도로서의 장애인연금제 도입을 현 정부와 한나라당은 명목상의 법제도와 함께 전혀 성의없는 예산편성으로 장애인들을 아니 국민 전체를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장애인을 국민으로 보지 않거나 아니면 적어도 우습게보지 않고서는 이럴 수 없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면서 현 정부가 얼마나 국민의 복지에 무관심하고, 특히 장애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지와 차별로 일관하고 있는지를 우리는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지난 7월에 보건복지가족부가 내놓은 ‘중증장애인 기초장애연금법안’을 ‘껌 값 연금’이라고 하며 강력하게 반발할 때만 하여도 협상의 여지에 대한 희망은 있어 보였다. 이미 4월 2일에 장애인계의 의지를 담은 ‘장애인연금법안’을 민주당의 박은수의원이 당론으로 채택하면서까지 국회에 제출해 놓았고, 그 후 여당인 한나라당의 윤석용의원 역시 별도의 ‘중증장애인연금법안’을 발의하였기에 법안 심의과정에서 변화의 한 가닥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10월 29일에 국회에 제출된 정부법안을 보고 장애인계는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소위 기획재정부안이라고 불리는 이 법안은 기존 복지부안 예산의 1/2로 축소된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말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몇 가지 문제 제기를 하고자 한다.

기초장애연금, 장애인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

첫째, 연금은 소득보장을 위한 것이므로 연금액의 수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통과시킨 기초장애연금은 기초수급자의 경우 최고 15만원을 받게 된다. 참고로 기초장애연금을 실시하고 있지 않은 현행제도하에서도 장애수당으로 13만원에서 많게는 16만원까지 받고 있다. 16만원 받던 장애인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던 추가수당(1만원~3만원)예산의 폐지가 예상되는 바, 소득이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부의 기초장애연금제도는 내용적으로 볼 때, 기존의 장애수당제도의 이름만 바꾼 것이므로 하나마나한 제도에 불과하다. 기초장애연금을 시행함으로써 도대체 장애인에게 어떤 소득보장 효과가 있단 말인가? 그야말로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기초장애연금을 도입하고자 한다면 기존의 장애수당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추가적인 소득보장으로서 연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존 장애수당은 유지하면서 장애인연금으로 박은수의원안은 중증장애인 25만원(경증은 12만5천원), 윤석용의원안은 중증장애인만 27만8천원을 제시하였다. 장애인계는 공식적인 정부안인 기재부안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반대하면서, 적어도 원래 복지부안(수당 포함하여 최고 24만1천원 급여) 수준 정도에서는 많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일 용의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것은 첫 시작이니만큼 장애인계가 정부 입장을 고려하여 최대한 양보하여 물러선 것이다. 이에 맞추어 국회 보건복지위는 기초장애연금 예산을 3,185억원으로 증액하기로 여야 합의하에 통과시켰으나, 예산결산특위에서 모두 다 원래대로 삭감되고 말았다. 이렇게 여야 합의를 무시하고 장애인예산을 가차없이 삭감한 후안무치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그 과정이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는 기초노령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명분으로 기초장애연금의 기초급여액을 기초노령연금액과 같게 하면서(2010년 9만1천원 예정), 기초장애연금의 대상자는 32만여명으로 하여 등록장애인 240만명의 12~13%만이 수급자가 될 수 있게 하였다. 이는 등록장애인 10명 중 채 2명도 기초장애연금을 받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1~2급 중증장애인만을 대상으로 따져보아도 수급자는 60%가 안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에 반해 기초노령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7명(358만명)이 수급하고 있어 비교가 안 된다. 즉 기초노령연금수급자가 기초장애연금수급자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이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65세 이상 노인과 비교하여 월평균소득이 60%밖에 되지 않은데, 그렇다면 중증장애인 대부분은 기초장애연금 수급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형평성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러한 태도는 노인복지와는 달리 장애인복지를 여전히 개인의 문제 내지 가족의 문제로 취급하여 국가의 책임의식이 희박함을 드러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노인만 표 있는 국민이고, 장애인은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셋째, 예산소요액을 살펴보면, 기초노령연금은 2009년에 2조4,700억원, 2010년에는 2조7,200억원을 편성하고 있다. 이에 비해 기초장애연금은 비록 6개월분이지만 겨우 1,519억원, 그것도 운영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연금급여액의 재원은 1,47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1년분으로 환산하여도 기초노령연금예산의 1/9도 안 되는 수준이다.

장애인을 여전히 불쌍한 존재로 바라보는 정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볼 때, 현 정부의 장애인정책의 현주소를 명백히 알 수 있다. 장애인들은 소박하게 기초적인 생존권 보장을 원하지만, 그들은 얼마도 되지 않은 금액으로 생색을 내며(내용을 모르는 대다수 국민들은 기초장애연금을 시행한다고 하면 장애인 삶이 좋아지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겠는가),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 차원으로 주는 대로 받는 불쌍한 존재로서 여전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10월2일 라디오연설에서 2010년 정부 복지예산이 사상 최고수준인 81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27.8%를 차지하며 전년도 대비 8.6%가 증가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연금자연증가분과 보금자리주택융자금 예산 5조6천억원을 빼면 순증액은 8천억원(0.8% 증가)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 보건복지부 소관예산은 당초 19조1,235억원(국회에서 약간 증액되어 최종액은 19조3,050억원)으로 이는 전년도 대비 6.2% 증액된 것에 불과한 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의 연평균증가율 21.7%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더욱이 문제 있는 것은 2009년 6,988억원이었던 장애인복지예산이 2010년에는 6,801억원으로 오히려 187억원(2.7%)이 감소되어 있다. 새해에는 기초장애연금을 새로 실시한다는데 어찌하여 장애인복지예산은 줄었는지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 정부는 복지마인드가 없는 가진 자의 정부

현 정부는 한마디로 복지마인드가 없는 가진 자의 정부임이 드러났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서민을 위한다며 숫자놀음으로 포장하여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현 정부의 장애인복지 인식은 역대 정권 중 최하 수준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예산 수준이 OECD국가 평균의 1/10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OECD 30개국 중 경제력 규모가 15위 이내에 드는 막강한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장애인복지예산이 이 정도라고 한다면 가히 코미디가 아니고 무엇인가. 장애인복지예산을 매년 2배 이상씩 증액하여도 우리나라 국력수준에 걸 맞는 장애인복지를 실현하는 데에 수년이 걸릴 것이다. 이렇게 가장 낙후되어 있는 장애인복지 분야에 대해 진정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다른 예산이 줄더라도 당분간은 계속 증액하는 것이 상식일진대 오히려 삭감하는 이 후안무치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번 국회에서 최종 확정된 정부예산안은 정부가 당초 요구했던 액수보다 1조원이 늘어난 292조8천억원 규모라고 한다. 이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장애인위원장께 정중히 묻고자 한다. ‘당초 정부예산안 보다 1조원이나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기초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서민예산인 장애인연금예산의 경우 얼마 되지도 않은 1,666억원을 삭감한 것이 과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인 것인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사항을 예결위 위원장 자신도 보건복지위원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그 합의를 무시하는 것이 과연 정치인으로서 신의 있는 행동이었는지?’, ‘예결특위에서는 장애인복지예산 삭감결정이 여야 합의하에 이루어졌는지?’ 등등.

지금부터라도 현 정부와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반복지정권 또는 반복지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바로 잡고자 하는 뼈아픈 각성과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복지는 동정이나 자선이 아닌 권리이며 인권임을 깨달아야 한다. 장애인도 당당한 국민이며, 그들도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이다. 450만 장애인은 누가 진정으로 장애인을 위해 일하는가를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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