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박은수 이사장이 취임식이 끝난후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제8대 이사장으로 임명된 박은수씨가 28일 오후 5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오후 4시경 박 이사장과 회담을 가졌던 박은수취임저지 및 노동권확보투쟁위원회(이하 박노투위)는 박 이사장의 취임식에 대한 물리적인 저지를 하지 않았다.

긴급 회담에서 무슨 얘기 오갔나

박 신임이사장과 박노투위 대표단과의 회담은 28일 오후 4시 10분경 경기도 분당 미금역 인근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열렸다.

박노투위 측에서는 장애인노동권확보 및 법개정투쟁위원회(이하 장투위) 이안중 위원장, 서울DPI 위문숙 회장,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상호 소장이 참여했고, 박은수 신임이사장은 노동부 나영돈 장애인고용과장과 함께 참여했다.

박노투위측은 박 이사장에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을 역임한 이력을 들며 장애인고용장려금 축소 사태 등을 야기하고 있는 98년 직업재활법 파동의 연장선상에 있어 반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박노투위는 성명서 등을 통해 밝힌 것처럼 박 이사장이 장애인당사자주의를 견지하고 있지 않으며 재활론을 추종하고, 장애인노동에 대해 전문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산적해 있는 장애인노동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노투위측은 박 이사장에 대해 정치 지향적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특히 박노투위는 직업재활법 파동이후 야기되는 장애인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며, 노동부의 이러한 의지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이사장 철회를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 개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되지는 않았다.

박 이사장은 한국장총 정책위원장을 1년 동안 역임했지만 대구에 있을 때부터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등과도 일을 했었다며 공단 이사장으로서 한쪽 장애인단체에 편향된 행정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박 이사장은 현재 재활패러다임에서 자립생활패러다임, 인권패러다임으로 변화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자신도 항상 강조해왔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자신이 재활론 추종자라는 것은 오해라고 덧붙였다.

이어 박 이사장은 정치지향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열린우리당 중앙위원 자리가 장애인대표가 아니었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계에 진출할 것은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회담은 4시50분경까지 계속됐으며, 박노투위측과 박은수 이사장측은 각각 다른 차를 타고 장애인공단본부 건물로 향했다.

이사장 취임식 물리적 충돌 없어

오후 5시로 예정돼있던 박 이사장 취임식은 예정대로 진행됐으며, 박노투위측은 별다른 물리적인 제지를 하지 않았다. 취임식에는 공단 직원이외에 장애인언론 기자들만이 취재를 위해 참석했으며,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박 이사장은 “공단 이사장에 취임하게 된 저로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채찍을 가하고자 하는 심정”이라며 미리 준비해온 취임사를 읽어 나갔다.

박 이사장의 취임사는 총 5가지 내용으로 압축된다. 그중 첫 번째는 현재 추진 중인 공단 역할과 기능 재정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공단이 효율성을 갖춘 전문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박 이사장은 공단의 조직과 운영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고, 함께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박 이사장은 공단의 중요한 고객인 장애인과 사업주를 중심으로 수요자를 위한 서비스체계를 갖춰 의사결정 과정에도 자유롭게 고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박 이사장은 공단의 조직과 사업도 장애인을 중심에 두고, 그 가운데에서도 보다 중증의 장애인을 중심에 두고 과업을 수행하고 시스템을 재편하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장애인 인력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보다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장애인력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직업훈련시스템을 개편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네 번째는 장애인과 장애계가 함께 하는 공단으로서 장애인관련 사회정책의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 부분에서 박 이사장은 재활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자립의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중증장애인들의 욕구에 대해서도 공단은 진지하게 경청하는 자세로, 장애인의 노동권 문제를 새롭게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이사장은 공단은 재화를 생산하는 기업이 아닌 서비스를 창출하고 제공하는 조직이므로 이를 담당하는 임직원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취임식이 끝난 후 직원들과 인사를 한 뒤 곧바로 점거농성을 하고 있는 7층으로 갔다. 이때 박노투위측은 노동부측 인사와 회담과정에서 제시한 내용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농성단 일부 인사는 박 이사장과 인사를 나누며 점거농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마친 후 박 이사장은 이사장실에는 들어가지 않았으며 장애인언론 기자들과 약속한 기자간담회를 위해 8층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로 향했다. 기자간담회에는 장애인계 주요언론사가 거의 모두 참여했다. 박 이사장과의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노동부와 협상을 마친 박노투위측도 농성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입장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자간담회 내용은 자세하게 추후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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