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한 장애인활동지원사 신경숙 씨 모습.ⓒ에이블뉴스

16일 정오 무렵, 뜨거운 햇볕이 쏟아지는 국회의사당 앞. 색색의 피켓을 든 1인 시위자들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관공서 공휴일 수당 추경 편성으로 활동지원사 권리 보장!’ 피켓을 건 신경숙 씨(54세, 여)가 눈에 들어왔다. 찜통더위에 마스크와 모자 안에는 쉴 새 없이 땀이 흘렀다.

“관공서 공휴일에 일하면 수당이 지급되는지 몰랐어요. 아무도 얘기해준 적 없었거든요. 노동자를 위한 법 개정인데, 우리는 인정받지 못하는구나. 답답한 마음에 왔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활동지원사지부(이하 지원사노조)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올해 1월부터 3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도 관공서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는다. 활동지원사와 근로계약을 맺는 활동지원기관 대부분은 30인 사업장이다.

문제는 월급제와 달리 활동지원사와 같은 시급제 노동자는 공휴일 근무 시 수당을 추가로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원사노조가 이를 우려해 보건복지부에 올해 활동지원예산에 관공서 공휴일 수당을 포함해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못한 것.

활동지원기관 입장에서도 시간당 1만4020원의 단가로 관공서 공휴일 수당까지 지급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로 인해 노사갈등만 끊이지 않는다. 결국 활동지원기관은 관공서 공휴일에 근무를 막거나, 수당포기각서를 요구하는 현실. 신 씨 또한 경험했다.

“2월에 기관 관리자가 ‘공휴일에는 일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제 이용자는 팔을 못 써 식사 도움을 줘야 하는데 난감했죠. 이유를 물어보니까 ‘계산하기 복잡하다’고 하더라고요. 도저히 일을 안 할 수 없다고 했더니, ‘그럼 일을 하시고, 결제는 다른 날 하세요’라고 하덥니다. 불법을 조장하는 것이죠.”

'이용자 권리 침해하고 부정수급 지시하는 활동지원기관 퇴출' 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에이블뉴스DB

실제로 지원사노조가 지난달 장애인활동지원사 314명을 대상으로 관공서 공휴일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84.1%가 관공서 공휴일 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근무방식도 제각각이다.

‘이용자 시간이 부족해서 일 26시간만 찍기로 했다’, ‘공휴일에도 평일과 똑같이 근무한다’, ‘월별제공기록지에는 기록을 못 하게 함’, ‘이용자 요구대로 실행하며 휴게시간은 없다’, ‘결제하는 시간보다 근무하는 시간이 더 많다. 공휴일 일을 해달라면 해줄 수밖에 없다.’, ‘빨간 날이 끼이면 그냥 일했고 수당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장애인활동지원 예산 추경 요구안 내용. 총 738억5000원 수준이다.ⓒ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활동지원사지부

지원사노조는 관공서 공휴일 수당을 둘러싼 갈등의 가장 큰 책임은 적정한 수가를 책정하지 않은 정부와 국회에 있다며, 관공서 공휴일 수당이 추경에 포함돼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지원사노조가 국회에 전달한 추경 요구안은 총 738억 5000만원으로, 시간당 470원을 적용한 올해 유급휴일 14일 치 수당이다.

16일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한 장애인활동지원사 신경숙 씨 모습.ⓒ에이블뉴스

15년째 활동지원사로 일하는 신 씨는 생애 처음으로 1인시위에 참여했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주 6일 하루 12시간을 근무하는 신 씨의 월 급여는 평균 270만원 정도. 노동시간과 강도에 비해 부족한 금액이지만, 두 아이를 키워낸 소중한 ‘내 일’이다. 다만, ‘대단하다’는 시각보다는 노동자로서 대우해달라는 것이 신 씨의 바람이다.

“‘나라에서 준 일자리니까 묵묵히 해라’는 식이거든요. 우리는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겁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줬으면 좋겠어요. ‘아줌마’가 아닌, 우리는 ‘활동지원사’ 노동자거든요.”

한편, 지원사노조는 추경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때까지 릴레이 1인시위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또 1인시위 동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에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계속해서 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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