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에이블뉴스

혈액투석을 받는다는 이유로 2년 전 버스회사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한 중증 신장장애인이 노동행정청을 상대로 법정 다툼 끝에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신장장애인 강성운 씨가 14일 중앙노동위원회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심판정취소 소송에서 “피고의 본채용 거부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면서 강 씨의 손을 들어줬다.

■신장장애 이유로 해고, “혈액투석 업무 부적합”

경북 포항시에 거주하는 강성운(50세, 남)씨는 만성 신부전(콩팥기능상실)으로 8년 전부터 매주 3회 정기적으로 혈액투석을 하는 중증 신장장애인(기존 장애2급)이다.

관광버스 기사로 일했던 강 씨는 2019년 2월 A 회사의 포항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입사했다. 강 씨는 버스 운전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1종 운전면허, 자격시험, 적격검사를 모두 통과했고, 회사 측에서 요구한 건강검진도 모두 마쳤다.

하지만 뒤늦게 신장장애 여부를 알게 된 사 측은 ‘만성신부전과 정기적인 혈액투석은 시내버스 기사로 업무를 수행하기 부적합하다’는 내용증명과 함께 같은 해 5월 강 씨를 해고했다.

강 씨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지만, 경북지방노동위는 ‘버스 안전운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병으로 본채용 거부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으며 절차상 문제도 없음(버스의 안전운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라는 이유로 기각 판정을 내렸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도 역시 회사 측에 손을 들어줬다.

강 씨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다는 심정으로 2020년 1월 서울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구제심판정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강 씨는 A회사 근무 이전에도 관광버스 기사로 근무한 바 있으며, 해고 이후에도 일용직 관광버스 기사로 근무했다. 강 씨는 A회사에 근무할 적에도 사전에 고지되는 오전/오후 배차계획에 따라 혈액투석 일정을 조정했으며, 근무나 배차계획에 어떠한 차질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재판과정에서 A 회사와 노동위원회 측은 신장장애인의 경우 피곤함과 졸음의 징후가 수반될 수 있고, 투석치료를 받더라도 증상이 호전될 수 없다고 하면서 신장장애인은 운전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신체적 능력이 없다고 계속 주장한 바 있다.

14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이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신장장애인 버스 운전원 부당해고 사건 관련 행정소송 판결선고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에이블뉴스

■1심서 승소, 장애계 “법의 심판 받아들여야”

1심 재판부가 강 씨의 손을 들어주자, 장애계 또한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환영’ 입장을 표했다.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오월 곽예람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고용 관계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만약 장애 이유가 아닌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한다면 사용자(회사) 측에서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이번 판결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입법 취지를 확인하고, 장애를 이유로 한 근로관계에서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 등을 확인할 수 있었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장애인의 경우 외부적인 특성이 없기에 비장애인의 인식 자체가 떨어지고, 더욱더 은밀하게 차별의 대상이 되고, 이런 차별로부터 구제할 제도장치가 미흡하다”면서 “신장장애인을 비롯한 내부장애인의 차별 문제를 인식할 수 있었던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사건 당사자인 강성운 씨는 “일단 회사에서 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한 것에 대해서 판사님이 인정해주신 부분 너무 감사하다”면서 “최선을 다해 회사의 잘못된 부분을 꼭 고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미연 변호사는 “장애가 아닌 차별의 문제다. 이 당연한 명제가 장애인 노동자에게는 참 울분을 토해내며 회사에서 법정에서 사회에서 크게 소리쳐야 하는 게 우리네 현주소”라면서 “차별하는 이들은 항상 차별하지 않았다, 차별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한다. 그렇기에 더욱 은밀하고 공고히 이뤄지는 장애인차별은 법대 위에서 그 잘잘못이 가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이승헌 활동가는 “버스운송사업체는 이번 판결을 엄중히 받아들여서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고 노동할 권리를 보장할 수 있게끔 반성하고, 법의 심판을 적극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장애계는 더 크게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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