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은 1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고용활성화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장애계의 매서운 회초리를 피해 가지 못했다. 여전히 실적 위주 평가와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로 장애인 당사자가 체감하는 장애인 고용은 암담한 현실인 것.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은 1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고용활성화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 설립 30주년을 맞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평가했다.

한국장총은 장애(인)관점의 장애인고용의 성과 평가와 향후 방향성 제시를 위해 올 한해 “직업재활TF”를 설치·운영했으며, 각 장애인단체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직업재활 TF 위원장을 맡은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는 장애인공단의 문제점을 크게 ▲제도적 측면(고용제도, 인력제도) ▲서비스 측면 ▲전달체계 3가지 영역으로 정리했다.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에이블뉴스

■실적만 ‘급급’, 개방직 직업재활 전공자 부재

먼저 ‘고용제도’ 관련, 공단이 분리고용형태인 표준사업장을 지원하고 확대하고 있는 방향성은 저임금으로 대표되는 2차 노동시장을 형성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변 교수는 “장애인공단의 취지와 맞지 않고, 분리고용에 적절하지 않은 장애유형을 근로자로 포함하고 있다”면서 “표준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일반고용으로 전이를 필수화하는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직업적으로 최중증인 발달장애인을 고려해 기존의 직업재활시설을 표준사업장으로 전이하는 방안 마련도 제언했다.

또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제도’를 두고 “대기업의 경우 장애인을 직접 채용해 본사의 급여체계를 가져가야 하는데, 표준사업장 제도를 이용해 최저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줬다”고 지적하며, “자회사형표준사업장 설립 규정 등을 변경해 본사와의 임금 및 복지체계 차이를 줄이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30년간 장애인고용 양적 실적은 늘었지만, 근로계약서만 있으면 하루만 근무하더라도 고용실적으로 인정하는 실적 위주로, 고용안정화 정책이 부재함도 문제로 꼽혔다. 이에 고용유지율, 직장 내 승진 여부, 임금수준 등에 대한 평가 기준은 없거나 매우 미비하다고 비판했다.

변 교수는 “실적이 강조되다 보니 일부 표준사업장의 경우 공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사업주에게 부탁해 허수의 근로 계약 건수를 올리는 경우도 발생한다”면서 “빠른 시일 내 고용유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고용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력제도’ 관련해서는 직업재활 전공자가 부재한 공단의 개방직 문제가 꼽혔다. 장애인고용 실천을 이해서는 장애인 이해가 높고 직업재활서비스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직업재활 전공자 채용은 필수라면서 “개방직 직군에 직업재활전문가 채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변 교수는 직무지도원과 근로지원인이 역할과 기능에 차이가 있음에도 명확한 지침과 인력지원 관리체계가 미비한 점도 지적했다.

■공급자 중심 서비스, 발달장애인훈련센터 경증만

‘서비스 측면’과 관련해서는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을 들었다. 직업재활서비스는 장애인이 직업을 갖고 이를 유지해 갈 수 있도록 초기면접부터 직업 상담, 평가, 직업 재활 계획서 작성, 직업훈련, 직업 배치, 취업 후 적응 지도 등이 포함돼야 하나, 공단 체계로는 체계적으로 실시하기 어렵다는 것.

변 교수는 “개별고용계획서 작성도 필수적인 과정으로 제공하고 있지 않다”면서 “아직도 취업알선을 개별계획서가 아닌 구인구직표를 기반으로 실시하고 있어 공급자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발달장애인훈련센터 또한 아주 우수한 ‘경증’ 대상으로만 제한됐다고 했다. 변 교수는 “선택된 경증발달장애인만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직업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경험 후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다”면서 “다양한 장애정도를 가진 발달장애인 학생에게 훈련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애인 욕구를 반영하지 못한 보조공학기기 지원, 다양한 직업훈련 및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는 직업능력개발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변 교수는 “훈련생의 모집은 공단에서 초기면접 등 일련의 직업재활과정을 통해 특정 훈련을 받는 것이 아닌, 당사자가 기관의 홍보를 보고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훈련교사들의 경우 정규직임에도 최근 추세에 맞는 훈련업종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 ‘전달체계’ 측면에서는 장애인공단이 이용자 중심 서비스를 위해 지역사회 내 타 기관과의 연계는 필수적이지만 전달체계 형성에 중심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계협력체계를 구성해 각 지역 관할지사별로 업체발굴을 중점으로 하고, 개별 장애인 사례관리는 복지관 등 현장에서 관리하는 이원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변경희 교수는 “장애인공단은 30년간 장애인 고용 핵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많이 했지만, 직업재활 사례관리 체계를 마련하지 못해 정책의 유연성과 탄력성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고령장애인 문제, 중증장애인 고용 저조, 사업주 중심의 정책 개발, 고용취약 장애유형에 대한 대응 부족 등의 문제를 개선하지 못해 혁신적인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변 교수는 “장애인공단은 장애인이 일할수 있는 직무를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찾아내고 취업알선 구조로 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공단을 중심으로 사례관리체계를 작동할 수 있는 기본 구성을 하고 사례관리 실천은 지역사회관련기관들과의 협력체계를 통해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왼)한국농아인협회 윤은희 사무총장(오)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에이블뉴스

■“청각장애인 근로지원인 개선”, “척수장애인 직업훈련”

이날 토론자들은 30년을 맞은 장애인공단을 향한 장애유형별 다양한 애로점을 쏟아냈다.

한국농아인협회 윤은희 사무총장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현행 근로지원인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윤 사무총장은 “재직 중인 취업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가장 적응지원이 필요한 입사 초기에는 신청 후 상당 기간 기다려야 한다”면서 “상주 지원 서비스로만 지원이 가능해 청각장애인 구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생산직이나 서비스직의 지원이 어렵다. 오히려 외국인 근로자만도 못한 대우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청각장애인과 근로지원인은 호흡이 중요한데, 현 제도는 매년 계약을 갱신하고 연차나 호봉이 인정되지 않는다. 호흡이 맞는 근로지원인을 찾는 것이 힘들고, 못 찾으면 이직까지 하는 상황”이라면서 근로지원인 경력 인정 등 처우 개선을 강조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장애인공단이 30년간 해왔던 다양한 사업에 대한 수고들은 박수받을 만하지만, 양적성장보다는 개인별 맞춤형 지원 확대 등 질적 성장을 바라는 장애인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면서 "기초수급장애인들의 근로유인을 위한 장애인고용부담금의 현실적이고 과감한 사용, 노후연금 조기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사무총장은 중도장애인인 척수장애인의 직업재활 환경 개선을 위해 병원 내 직업상담 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사무총장은 “뉴질랜드의 경우 척수환자가 수술 후 2주부터 심리상담사와 직업상담사가 퇴원 후 진로에 대한 상담이 시작된다. 주택개조부터 원직장 복귀를 원할 경우 실질적인 지원을 해준다”면서 “공백기간 없이 사회로 복귀시키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동탄에 건축 중인 경기남부직업능력개발원에 척수장애인직업훈련 사업을 진행, 척수장애인의 경력단절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성 회복훈련을 제공해야 하며, 고등교육 지원 활성화, 과감한 맞춤형 보조기기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서비스국 강혜승 부장,ⓒ에이블뉴스

■“현장에서 듣고, 고객의견 반영한 개선안 마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서비스국 강혜승 부장은 장애계의 지적에 하나하나 조목조목 설명하며, “더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재정비해 고객과 함께 성장하겠다”고 답했다.

먼저 제도개편 속 분리고용 위주의 패러다임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동의하지만, 표준사업장은 일반사업장 취업이 가능한 장애인도 일부 고용할 수 있겠지만 근무환경, 보수 등을 고려한 근로자의 자발적 선택에 따른 결과지, 공단이 이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면서 “표준사업장을 공단이 지원한다해서 분리고용을 지향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별도의 임금체계로 고용의 질을 낮추는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문제에 대해서도 “대수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지적장애인 등이 일할 수 있는 업종과 업태를 운영하며 직무에 따른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 모회사의 급여체계를 적용하고 있지 않은 것을 이유로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인력제도 개편 문제와 관련해서는 “직업재활 전공자가 부재한 공단의 개방직 지적에 대해서는 취업지원부분 등 사례를 다루는 사업부문에서는 공감한다”면서도 “본부 관리 직급에 대한 내외부 개방형 공모는 해당 직급과 직무를 정해 운영, 정부의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무지도원, 근로지원인 제도와 관련해서는 “현장에서 많이 지적되는 부분”이라면서 “기존 제도가 가진 공급자적 관점이 아닌 개별 근로자 입장에서 필요한 지원제도로 자리잡기 위해 세부 지원기능으로 구분하고 업무보조형, 소통지원형, 적응지도형의 유형으로 개편하는 방향 등을 논의하고 있다. 지원시간이나 직무난이도를 기준으로 한 지원활동인력의 차등적 보상과 교육체계도 함께 보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강 부장은 “사례관리는 늘 부정당해왔던 이슈여서 사례관리실천은 관련 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해결하라는 말씀이 정말 반갑게 들렸다”면서 “기업의 장애인고용의무 이행 지원과는 업무의 방향과 에너지 투입량이 확연히 다른 업무라서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 부장은 “예전에는 대개의 시스템 상의 문제는 인적 역량으로 극복이 가능했는데 요사이는 문제적 상황의 양상, 방향, 강도에 있어 꽤 차이가 있다”면서 “현장에서 듣고 가능한 한 고객의견을 반영한 개선안을 시행하려하고 있으나, 한 번에 만족되진 않는다. 통계조사와 같은 업무엔 중장기적 안목과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함께 고민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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