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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공무원 임용 차별' 법정싸움

면접시험 '미흡' 불합격…1심 패소 후 항소

“직무 무관 차별적 질문 위법, 2심 시정돼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2-12 14:31:44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김철환 활동가가 류 씨의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김철환 활동가가 류 씨의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장애 때문에 저평가를 받는 일이 없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했는데, 꿈이 좌절돼 많이 속상했습니다. 힘없고 억울한 장애인이 법에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저와 같은 중증장애인은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

구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이 9급 공무원 임용시험 면접 과정에서 ‘장애인 차별’로 최종 탈락했다며, 경기 여주시를 상대로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여주시의 손을 들어줬고, 류 씨는 즉각 항소해 “고용차별 없이 일하게 해달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

류 씨는 전혀 듣지 못하고, 구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으로, 2018년 제1회 여주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임용시험 9급 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에 지원,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최종 2명을 선발하는 장애인 구분모집의 유일한 필기시험 합격자였기 때문에 면접시험에서 ‘보통’ 등급을 받으면 최종 합격하는 상황이었다.

면접은 노트북을 사용한 필담 형태로 이뤄졌고, 면접위원 3인은 ‘수화를 배우지 않은 이유’, ‘집. 학교에서의 의사소통 방법’, ‘동료들과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지’, ‘(SNS를 통해 소통하겠다고 하자) SNS를 쓸 줄 모르는 민원인과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지’, ‘장애 때문에 오해와 갈등이 있었던 경험’ 등을 질문했다.

류 씨는 최선을 다해 답변했지만, 면접위원 3인 모두 ‘의사 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을 ‘하’로 평가했다. 이어 추가 면접시험에서도 3인 모두 동일한 평가로, 최종 불합격하고 말았다. 전체 응시자 61명 중 ‘미흡’ 등급을 받아 탈락한 사람은 류 씨가 유일했다.

이에 류 씨는 수원지방법원에 불합격처분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9년 9월 1심에서 패소했다. 류 씨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최현정 변호사 등 총 9명의 변호사와 함께 항소했으며, 오는 3월 4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농아인협회,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등이 기자회견을 갖고 류 씨의 불합격처분이 시정돼야 함을 촉구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농아인협회,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등이 기자회견을 갖고 류 씨의 불합격처분이 시정돼야 함을 촉구했다.ⓒ에이블뉴스
한국농아인협회,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등은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류 씨의 공무원 불합격처분은 “청각장애인 차별”이라면서 2심에서 반드시 시정돼야 함을 촉구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최현정 변호사는 ▲면접위원의 질문이 청각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는 점 ▲절차상의 위법성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항소의 이유를 밝혔다.

최 변호사는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따르면 면접시험에서는 해당 직무수행에 필요한 능력 및 적격성을 검증해야 한다. 수화를 배우지 않은 이유, 의사소통 방법 등의 질문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내용이 아니다”라면서 “류 씨는 구화와 문자를 통해 의사소통하고 있고, 굳이 구두에 의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면 근로지원인을 통해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면접위원의 질문인 ‘수화를 배우지 않은 이유’, 집 학교에서의 의사소통 방법‘ 등은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 아닌, 류 씨의 의사소통 방식을 문제 삼는 것으로 청각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는 것.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최현정 변호사.ⓒ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최현정 변호사.ⓒ에이블뉴스
또한 최 변호사는 절차적 위법성과 관련해서 “여주시가 면접위원에게 장애특성을 설명하며 ’대화 및 수화 불가능‘이라고 안내했다. 이는 청각장애인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수어를 모르거나,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이라는 편견과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어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복지법 취지에 맞는 장애특성 고지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어나 필담에 의해 의사소통을 할 경우 통역에 시간이 걸려, 청각장애인에게는 ’시간 연장‘ 편의를 제공하고 사전에 공지하지만, 여주시는 편의를 안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채용절차에서 면접시험은 평가요소가 추상적이고 면접위원들의 암묵적인 사전 사후 합의를 통해 차별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에 절차적 유권은 더욱 엄격히 준수돼야 하고, 차별적 질문은 금지될 필요가 있다”면서 “1심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 항소심에서는 현명하게 판단해달라”고 강조했다.

류 씨의 아버지는 “결국 면접관들은 청각장애인은 의사소통이 미흡하다고 평가함으로써 불합격했다. 너무나 속상하고 억울하다”면서 “장애인 고용촉진법은 중증장애인에게 더 필요하고 더 적용하고 더 채용해야 하는 법인데도 우리나라 현실은 중증장애인을 외면하고 있다. 시험에 응시하는 중증장애인들이 편견과 차별을 당하지 않고 당당히 공무원 시험에서 합격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길 기원한다”고 호소했다.

한국농아인협회 김정선 부회장은 “민간기관이 아닌 국가에서 채용하는 공무원 시험에서 차별이 생긴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 문제를 올바로 보지 못하고 1심을 선고한 법원도 문제가 있다”면서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 뿐 아니라 난청인을 포함한 청각장애인 모두에 대한 차별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농아인협회 김정선 부회장.ⓒ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농아인협회 김정선 부회장.ⓒ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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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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