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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장애인 근로자, 직장 내 ‘이방인’ 신세

편의시설 불편 ‘꾹’ 참아…이동권·부당해고 차별

“10년 전 실태 동일” 인식개선교육 실효성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6-27 17:23:03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중증장애인 노동실현을 위한 토론회’ 모습.ⓒ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중증장애인 노동실현을 위한 토론회’ 모습.ⓒ에이블뉴스
각종 노동차별을 뚫고 노동현장에 진입한 뇌병변장애인들이 직장 내에서 ‘이방인’ 신세를 면치 못 하고 있다. 장애인편의시설 미비, 동료들과의 문제, 근무 차별까지 시달리고 있는 것.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중증장애인 노동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중증장애인 노동실태파악 및 대안모색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6년 총 50명의 뇌병변장애인 실태조사, 2017년 8명의 질적조사 인터뷰 등 2년에 걸쳐 이뤄졌다.

편의시설 불편해도, 상사 눈치 보느라 ‘꾹’

먼저 총 50명의 응답자 중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취업한 경우가 24%로 가장 많았고, 장애인 복지관 및 장애인단체 등의 기관을 통해 입사한 경우가 뒤를 이었다.

이들은 취업과정에서 회사의 형편이나 사정에 따라 장애특성에 맞는 편의제공이나 배려를 받았으며, 장애특성에 관한 사항들은 질문되지 않았다.

그러나 장애인 특별전형임에도 불구하고 비장애인과 같은 조건으로 전형이 이뤄지기도 했다. 11년째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A씨(41세, 남)는 “지금은 면접만으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내가 시험을 볼 때는 비장애인과 같은 시험실에서 전형을 치렀다”고 꼬집었다.

근무지의 장애인편의시설의 경우 38%가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대부분 장애인근로자들이 설치요구를 하지 못했다. 이유로는 ‘말하기가 그래서’, ‘불이익이 생길까봐’, ‘사업주가 거절할 것 같아서’,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 등이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서기현 소장.ⓒ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서기현 소장.ⓒ에이블뉴스
■“가장 괴로웠던 것은 비장애인 직원들과의 갈등”

장애인근로자들은 동료들과의 관계 문제로도 힘들기도 했다. 업무배치, 비하 발언, 동료 사이의 소외 등이 원인. 직장동료와의 마찰로 퇴직하기도 한 예도 있었다.

실제 일반기업에서 4년간 근무했던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서기현 소장은 “활동보조인이나 자원봉사자 조차도 없던 20대 중후반 시절이었지만 정작 가장 괴로웠던 것은 비장애인 직원들과의 갈등이었다”면서 “검정고시를 학력을 취득하며 IT기술을 독학으로 익힌 상태여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이 굉장히 서툴렀다”고 토로했다.

장애인근로지원인제도를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82%가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들은 옆에서 업무지원을 하는 것이 불편해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직장 내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염려해 신청하지 않았다.

또 활동지원을 받을 때 장애재판정을 받아야 하므로 등급 하락 우려로 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하기도 했다.

행정도우미로 일하는 뇌병변장애인 C씨(35세, 남)는 “활동보조를 신청하려면 장애등급을 새로 받아야 하는데, 현재 2급에서 3급이나 4급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신청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김용탁 연구위원.ⓒ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김용탁 연구위원.ⓒ에이블뉴스
■출근할 수 있는 ‘저상버스’ 어딨나요! 부당해고도 빈번

장애인근로자들의 출퇴근 방법은 주로 대중교통이었으며, 혼잡한 출근시간에 따라 일찍 출근했지만,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경우, 불규칙한 배차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서기현 소장은 "서울 집값이 비싸서 서울 외곽의 도시로 이사를 할 경우, 비장애인은 지하철이나 시외버스 타고 출근할 수 있지만, 장애인의 경우 저상버스로 된 시외버스가 단 한대도 없어 불가능하다"면서 "장애인 작업대가 아무리 많아도 실제 장애인이 그 회사에 출근할 수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면서 이동권 문제를 피력했다.

장애인근로자들은 직장 내 승진이나 복지사항에 대해서도 대부분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방적인 해고통지를 받은 경험도 74%나 됐다.

노동현장에서 ‘이방인’ 취급을 당하고 있는 장애인근로자들은 노동권 개선을 위해 ▲인턴제 고용 활성화 통한 동등한 취업 기회 부여 ▲장애인 교육기회 확대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와 근무직종 확대 ▲동일업무 동일임금 적용 ▲장애인 노동의 질 확보 등을 요구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은 “장애인 취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근무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며, 활동지원을 통해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장애에 대한 편견 제거와 장애인단체 등 한정적인 근무처에서 벗어나 일반기업에서도 많이 근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애인근로자는 비장애인근로자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다면 동일한 임금을 줘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김용탁 연구위원은 "뇌병변장애인들이 전 직장을 퇴직한 후 실업 상태에 계속 있는 이유 절반이 차별과 선입견 때문이다. 10년 전 연구했던 실태조사에서의 애로점과 별반 다르지 않다"면서 "지난달부터 직장 내 장애인인식개선교육이 의무화가 됐는데, 비장애 편견 해소 뿐 아니라 당사자 스스로 노동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내용도 함께 담아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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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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