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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중증장애인 일자리 돌파구

출퇴근·신체 어려움 해소,“나를 사랑하게 됐다”

“중증 일자리 가능성…정부 활성화 방안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2-21 17:35:11
인터프로셀(주)에서 재택근무 중인 서지화 씨가 재택근무를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인터프로셀(주)에서 재택근무 중인 서지화 씨가 재택근무를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에이블뉴스
“장애가 심한 친구가 일을 할 수 있었다면 비극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텐데..”

인터프로셀(주)에서 재택근무 중인 서지화 씨는 가슴 아팠던 과거를 회상하다 눈물을 흘렸다. 학교를 졸업한 후 무역회사에 입사한 서지화 씨의 직장생활은 하루하루 괴로움 뿐이었다.

대중교통의 어려움으로 출퇴근이 힘겨웠고 목발에 의지하느라 우산을 쓸 수 없어 고스란히 눈비를 맞았다. 회식이라도 있는 날에는 발을 동동 구르며 택시 잡으려 애쓰다 결국 그만둬야 했다.

다시 일할 곳을 찾던 서 씨는 우연한 기회에 온라인업무로 현재까지 재택근무를 하며 떳떳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서씨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몸이 불편한 장애를 갖고 살아간다는 공통적인 아픔으로 편하게 일할 수 있다”며 “한 동료는 40여년 살아오면서 장애로 인해 일을 하거나 돈을 벌 엄두도 못 냈지만, 재택근무를 하며 딸아이 옷을 사주고 감격해하고 행복해했다”고 말했다.

선천적 장애로 특수학교를 졸업한 고 유용상씨의 마지막 직업도 재택근무 였다. 30대에 접어들며 금전적인 이유로 직업을 구하고 싶었지만, 휠체어를 탄 왜소한 장애인이 할 만한 일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6개월짜리 장애인공공근로, 텔레마케팅, 장애인작업장 등을 거쳐 장애인극단도 거쳤지만 역시 일은 녹록치 않았다.

매일 출퇴근 시간을 피해가려고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도 거르고 힘들게 지하철에 갔지만 이미 사람들로 붐비는 열차에 타지 못하고 두 대를 보내야 했다. 체력이 약해 자주 멍해 직장상사에게 혼이 나기도, 앞에 턱이 있는 줄 모르고 가다가 휠체어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던 그는 출퇴근 걱정이 없고 몸의 컨디션을 고려한 재택근무를 소개받았다. ㈜제이민코퍼레이션의 연계로 아웃소싱 업체인 ㈜에이젝코리아에서 9개월간 일했다.

현재 ㈜제이민코퍼레이션은 총 40여명의 중증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연계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바이럴마케팅, 전화상담, IT업계 정보 리서치 등을 수행한다.

또 ‘그룹웨어’라는 창구를 통해 근태관리와 업무 관련 회의, 업무보고를 진행하며, 만족도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택근무로 근무하는 민선 씨는 “지체장애인의 경우 대소변 시간이 불규칙적인 경우가 많아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재택근무는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자존감 또한 높아졌습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인이 된 유 씨도 생전 이 같은 글을 남겼다. ‘재택근무가 비로소 나를 사랑하게 하다!’

한국장애인연맹(한국DPI)와 ㈜제이민코퍼레이션은 2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재택근무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 실질적인 대안과 방안을 논의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장애인연맹(한국DPI)와 ㈜제이민코퍼레이션은 2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재택근무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 실질적인 대안과 방안을 논의했다.ⓒ에이블뉴스
2006년 장애인고용공단의 EDI 정책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재택고용 희망 여부에 54.5%가 긍정적으로 응답, 장애인들이 재택 고용을 원하고 있다. 중증장애인들의 일자리 중 하나로 재택고용이 떠올랐다.

한국장애인연맹(한국DPI)와 ㈜제이민코퍼레이션은 2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재택근무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 실질적인 대안과 방안을 논의했다.

재택근무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정보통신 기기를 활용해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의 관심이 높다. 장애계 전문가들도 입 모아 재택근무중증장애인 일자리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대구대학교 직업재활학과 이달엽 교수.ⓒ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대구대학교 직업재활학과 이달엽 교수.ⓒ에이블뉴스
재택근무하며 남는 시간에 자원봉사도”

대구대학교 직업재활학과 이달엽 교수는 “재택근무를 하는 장애인들이 말하길 예전에는 20만원정도 받았는데 요즘엔 100만원 정도 받고 남는 시간에 자원봉사도 다닐 수 있다고 하더라”며 “재택근무는 출퇴근 하면서 시간을 다 보내지 않아도 되는, 출퇴근 이동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훌륭한 직업적 대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하지만 강력하게 스스로 동기부여가 돼야 하고 가정이나 근무 공간이 최대한 생산적일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동료근로자들로부터 지역적 격리가 없도록 재택근무자 동호회나 간담회 같은 것을 조직해야 성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람들의 이해도 높여야 하고 중증장애인 개인 특성과 선호에 알맞게 배려된 직업이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택근무는 계속 일거리를 줄지 불안하다는 것이 문제”

한국장애인재단 서인환 사무총장은 “재택근무가 생소하긴 하지만 이동이 어려운 점을 겪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계속 일거리가 있는지, 수입이 제대로 보장되는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다. 블로그 활동을 주로 하다고 하면 너무 과잉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이 있다가 없으면 안 되도록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고, 나태하지 않도록 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면서 “재택근무가 저급한 직종이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과 재택근무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굿잡자립생활센터 김재익 소장.ⓒ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굿잡자립생활센터 김재익 소장.ⓒ에이블뉴스
중증장애인 1000명에게 재택고용을!”

굿잡자립생활센터 김재익 소장은 정부가 중증장애인 1000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로 일할 수 있도록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김 소장은 자신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최근 강남의 모 기업의 사장과 미팅 약속을 잡기 위해 전화를 했는데, 알고보니 그 직원은 서울이 아닌 경남 진주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던 사람이었던 것.

김 소장은 “거리와 시간 제약이 없다는 것이 재택근무의 큰 매력이다. 중증장애인도 힘을 덜 쓰고 머리를 쓰는 직종으로 바뀌어 고용의 질도 빠른 속도로 변화될 수 있다”고 재택근무의 중요성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김 소장은 “경증장애인은 의무고용제도 대상에서 폐지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한 징벌조항을 강화시켜 취업시키고, 중증의 경우는 1000명을 대상으로 재택고용으로 해야 한다”고 들었다.

또한 김 소장은 “현재 재택고용은 보호고용에 속해 최저임금 이하로 준다.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전반적인 구상이 없다”면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재택 고용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만들고 기업이 재택고용을 받아들인다면 중증장애인 직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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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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