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심리지원사 양성과정을 수료한 나혜리 씨와 장애인아카데미 윤석권 사무처장.ⓒ에이블뉴스

대구 달구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2년째 동료상담가로 활동 중인 나혜리(뇌병변1급) 씨는 장애인 동료들의 감성을 읽고 고민을 나누는 이 직업을 사랑한다. 하지만 동료상담 자체가 고민에서 그치는 것이 매번 아쉬웠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장애인아카데미의 ‘장애심리지원사’ 양성과정 교육생 모집 소식을 듣고, ‘더 세부적으로 지원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청했다. 4개월 간 대구에서 서울까지 장시간 이동을 감수하며, 무사히 수료했다.

22일 서울 영등포구 에이블허브에서 열린 ‘장애심리지원사 양성과정 수료식’에서 만난 나 씨는 “동료상담가는 동료와 감성을 나눌 수 있다면, 심리지원사는 해결중심으로 해결까지 가능하다”며 “장애인들에게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연구도 하고 역량강화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인아카데미의 ‘장애심리지원사’ 양성과정은 장애인과 자신의 경험을 나눔으로서 외로움, 차별, 절망 등의 감정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기존 동료상담가의 역할에 체계적이고 전문성을 부과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장애인아카데미 홈페이지 속 장애심리지원사 시간표 일부.ⓒ홈페이지 캡쳐

정신장애인과 척수장애인 등 신체장애인 두 분야로 나눠 특성에 맞는 상담 이론과 실습이 이뤄진다.

예를 들면, 정신장애인 과정은 약물 치료, 회복탄력성이, 신체장애인은 척수장애인 의료적 문제, 일상의 삶, 가족 문제 등이 중점이다. 지난 6월말부터 총 24강의 기본과정을 통해 총 20명이 수료했다.

장애인아카데미 측은 보건복지부에 민간자격증을 신청해놨으며, 현재 승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장애인아카데미는 심화과정은 물론, 2기, 3기의 장애심리지원사를 양성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장애인아카데미 윤석권 사무처장은 “아직 첫 발에 불과하지만 취업이 힘든 중증장애인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 목적”이라며 “추후 정책 제언을 통해 제도화를 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2일 장애심리지원사 양성과정 수료증을 받고 있는 장애인극단 애인 김지수 대표(왼).ⓒ에이블뉴스

반면, 장애심리지원사가 중증장애인의 새로운 일자리 발전 가능성에 대해선 “힘들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있었다.

8년차 동료상담가 이자 장애인극단 애인 대표인 김지수 씨는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분들의 삶을 좋아한다. 그분들을 만날 수 있는 일이라면 조금이라도 도움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었다”며 장애심리지원사 양성과정을 신청했다.

22일 양성과정을 수료한 김 씨 역시 “동료상담가와 비슷하지만 좀 더 전문성이 부과된 것 같다. 공부를 할 수 있는 길이 늘어나서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장애심리지원사 수료 자체로 직업까지 이어지긴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김 씨는 “동료상담가도 민간자격증화 됐지만 전망이 그리 좋진 않다. 그저 수료만 했다고 다 갖춰지는 것은 아니지 않냐. 수료 이후 자기계발, 노력 등이 성장하지 않으면 자격증 의미가 없다”며 “민간자격증이 남발되는 우려가 많다. 취득 이후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2일 서울 에이블허브에서 열린 장애심리지원사 양성과정 결과보고회 및 토론회 모습.ⓒ에이블뉴스

장애심리지원사가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로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점이 필요할까?

한국장애인개발원 김민 부연구위원은 교육과 실습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커리큘럼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룸센터에서 동료상담가 심화과정이 있길래 몰래 들어봤더니 2시간 하다말고 가더라. 체계화될 필요성이 있다"며 "기존의 비장애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차이가 있도록 종합적인 커리큘럼이 필요하다"며 "비장애인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과 같다면 더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남용현 정책연구팀장은 “초기 도입단계에서 채용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며 “고용주로서의 갖게 될 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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