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에 반찬을 담고 있는 변민주 씨. ⓒ에이블뉴스

경상남도 김해시에 소재한 청솔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변민주(지적장애 3급, 여, 20세)씨. 변씨는 병원에서 일명 ‘예쁜이’로 통한다. 인사도 잘하고, 항상 웃으면서 일하는 모습 때문이다.

처음 근무 때는 낯선 환경과 익숙하지 않은 일로 긴장해 실수도 했지만, 이제는 많이 능숙해졌다. 숙련도가 향상돼 맡은 업무는 혼자서도 거뜬히 해낼 정도다.

변씨는 “하루는 김치를 배식카에 넣다가 엎지른 일이 있어요. 죄송하다는 말만 했어요.”라며 처음 훈련 당시를 회상하며 웃었다.

변씨의 주 업무는 어르신(환자)들을 위한 반찬담기, 배식 등의 요양보호사 보조업무와 직원식당 식기 세팅, 홀 청소 등이며, 근무 시간은 월~금요일까지 총 25시간이다.

변씨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남지부의 ‘퍼스트 잡 직무지원인 지원사업’을 통해 올해 8월부터 9월까지 훈련생으로 참여했고, 10월부터는 당당히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퍼스트 잡 직무지원인 지원사업’은 미국의 발달장애인 직업능력 향상과 취업성공률을 높이는데 효과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프로젝트 서치(Project Search)’를 국내 여건에 맞도록 보완해 추진한 사업이다.

이는 중증장애인의 직업재활 성과와 효율을 위한 ‘현장중심 직업훈련(OJT, On the Job Training)’을 통해 중증장애인의 훈련효과와 취업을 증대시키기 위한 것이다.

식당을 청소하고 있는 변민주 씨. ⓒ에이블뉴스

보건복지부와 장애인개발원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남지부를 통해 ‘퍼스트 잡 직무지원인 지원사업’을 도입, 올해 8월부터 최근까지 경남에서 추진했다.

개발원은 근로현장에서 발달장애인의 직업교육 및 훈련을 담당할 직무지원인을 지원했고, 부모연대는 근로능력과 의지가 있는 발달장애인 40여명을 선발했으며, 이 사업에 참여할 경남지역 내 사업체 10여곳을 발굴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변씨를 포함해 10명이 일반사업체인 ㈜영일, 빕스, 동남정밀, 롯데마트, 좋은이웃마트, 한창코리아 등에 취업하는 성과를 거뒀다.

변씨의 꿈은 이곳 병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계속 일하는 것이다. 특히 주방에서 어르신들이 드시는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을 최고라고 생각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도와 드리고 싶어요.”

변씨의 병원 적응기는 지금까지 옆에서 함께해온 동반자, 직무지원인인 김두련 씨(여, 56세, 사회복지사)가 있어 가능했다. 김씨는 26세의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기도 하다.

김씨는 변씨가 교육생일 때부터 매일 포옹하고, 사소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는 등 신뢰를 쌓아왔다. 그래서인지 변씨가 가르쳐 주는 것을 스펀지처럼 잘 따라와 준다고.

김씨는 또 ‘퍼스트 잡 직무지원인 지원사업’이 발달장애인의 인식개선에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소리에 민감한 어르신들이 짜증을 내고 싫어했지만 이제는 ‘참 잘하네’하며 칭찬해 줘요. 병실에 들어가면 ‘또 왔냐’하시며 사탕, 과일, 음료수 등을 손에 쥐어 주시기도 하죠.”

김씨는 무엇보다 이번에 처음 시도된 ‘퍼스트 잡 직무지원인 지원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하길 희망하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에게 훈련에서 취업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기업체들과 사회의 많은 관심으로 훈련장이 개발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자녀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그날을 꿈꾸어 봅니다.”

실제 장애인개발원은 올해의 ‘퍼스트 잡 직무지원인 지원사업’의 경험을 토대로 내년도에는 타 지역으로의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미 올해보다 증액된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퍼스트 잡 직무지원인 지원사업’이 기존 시설 중심의 장애인직업재활사업을 벗어나 지역사회 중심의 탈 시설화 직업재활의 새로운 모형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직업재활팀 박현아 대리는 “발달장애인이 일반사업체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점은 매우 메리트가 큰 것”이라며 “내년에는 사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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