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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조인 ‘감시·저임금’ 서러운 눈물만

“끝없는 부정수급 감시, 쓰레기 만도 못 한 존재”

인권침해 증언대회 개최…“노동환경 개선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09-05 17:01:36
오래전 요양원에서 알게 된 인연으로 김금녀씨는 지난 6년간 남성 중증장애인 A씨의 손발이 되어줬다. 전동휠체어에서 내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A씨의 몸을 일일이 뉘어주고, 자세도 바꿔줬다. 잠시도 쉴 틈이 없다. 2시간에 한 번씩 소변도 받아내야 하고, A씨가 잠이 들면 숨쉬기가 힘들까봐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지는 남편을 위해 금녀씨는 한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이 됐다. 혹여나 A씨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봐 모든 의견을 그에게 맞췄고, 해달라는 것은 다 해줬다. 목욕부터 식사보조까지, 늦은 밤에 들어오는 일도, 종일 눈비를 맞으면서 걸어 다니기도 했다. 한 달 꼬박 몸이 아프게 일해도 손에 쥐는 임금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쳤다.

“저는 배운 게 없고, 나이가 많기 때문에 그거라도 해야 합니다. 제가 생활비를 벌라면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연초, 김포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금녀씨는 큰 절망과 수치심까지 느껴야 했다.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을 대상으로 한 복지 부정수급 수사였다. “어떻게 남자 집에서 밤을 지샐 수 있습니까? 어떻게 여자가 아무 남자의 몸을 만질 수 있냐고요.”

속상한 마음에 눈물만이 나왔다. 형사의 눈초리는 마치 음란물을 보는 듯했다. 전국 요양원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모든 사회서비스를 하시는 분들도 전부 그들의 몸을 만질 수밖에 없다. A씨는 남자가 아닌 정말 내가 도와야 하는 사람이었다.

이어 형사는 금녀씨의 핸드폰 내역서를, A씨의 실시간 핸드폰 내역서를 들이밀며, 왜 대구에 있었는지, 평택에 있었는지 따져 물었다. 소변을 받아내고, A씨의 일을 도운 게 부정수급이 될 줄 몰랐다. 여기는 왜가며 저기는 왜 가냐고 묻는 경찰은 조사를 받고 진술서에 사인을 하면 검찰로 송치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도 않았다.

“정말 저는 남편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해야 합니다. 저런 모욕적인 말을 들으니 저는 이분들에게 쓰레기만도 못 한 존재인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정말 괴롭습니다.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이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장애인활동보조인 인권침해 증언대회’. 증언을 하던 중 금녀씨는 그간 참아온 눈물을 쏟아냈다. 함께한 활동보조인 동료들의 눈가도 촉촉해졌다.

장애인활동보조인근로기준법노동자이며, 노동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낮은 수가로 인한 저임금에 시달리고, 부정수급에 대한 정부의 끝없는 감시까지. ‘동네북’과 다름없는 처우에도 제2, 제3의 금녀씨들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꾹’ 참아야만 하는 현실이다.

올해로 활동보조인 10년차인 베테랑 김영이씨도 마찬가지다. 척수, 근육장애인, 루게릭병 등 중증장애인들을 주로 맡아온 영이씨는 70kg의 이용자를 매일 두 세 번씩 들어 옮긴다.

작년부터 팔이 시큰해 병원을 찾으니 ‘손목터널증후군’이란 진단이 내려졌다. 이용자를 매일 옮기다 보니 생긴 직업병이었다. 중개기관에 조심스레 산재 이야기를 꺼냈지만 이내 외면당했다. “본인 돈으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도 꾹 참았다. 하지만 4개월 전,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02’ 전화에 결국 분통이 터졌다.

“XX씨 맞죠?”, “네 맞는데요, 제가 운전 중입니다”. “알겠습니다”라고 끊긴 전화. 한참 일을 하던 도중 ‘02’ 지역번호가 또 떴다. 이용자가 잠을 자고 있기에 전화를 받지 못했다. 곧바로 잠을 자고 있는 이용자에게 전화가 왔다. 영이씨가 받았다. “이용자가 주무신다구요? 그래도 바꿔주세요” 확인을 마치자 “모니터링 끝냅니다”로 마무리됐다.

‘02’ 전화, 즉 부정수급감시하기 위한 사회보장정보원의 모니터링 전화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58명의 활동보조인이 2~3개월 전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일일이 CCTV, 버스내역서를 들이밀며 소명해야 했다. “이정도 시급을 받으면서 이런 대우까지 받아야 하나”란 생각에 많은 활동보조인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갔다. 영이씨도 마찬가지다.

“10년을 몸 바쳐서 일한 대가가 이런 것 밖에 되지 않습니까? 부정수급 적발이라는 이유로 이용자의 집의 문을 벌컥 열고 사생활 침해도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습니다. 최저임금도 주지 못하면서 왜 빼앗으려고 하는지….”

“아니 장애인이 어떻게 성폭력을 해요?” 남성이용자에게 여성활동보조인이 성추행을 당한 사건도 있다. 활동지원기관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활동보조인을 교체하는 것 외엔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이용자가 원한다는 이유로 다시 여성을 매칭시켰지만 그에게 성추행 전력이 있음을 알려주는 이가 없다. 같은 피해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밤늦게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서 오라고 하거나 술을 같이 마시자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활보연대 까페에 올라온 글이고요. 야한 영화를 틀어놓고 같이 보자고 요구하질 않나, 방광에 로션을 발라달라고….”

더욱 아연실색한 것은 복지부 담당 공무원의 태도다. 이 사실에 대해 털어놓아도 그는 “아니 장애인이 어떻게 성폭력을 해요?”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지자체에서 처리하는 조항이 삽입됐지만, 역시나 구체적인 처리 방법은 없고 별도의 지침 설명도 없다.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고미숙 사무국장은 “활동보조인이 부당한 일을 겪는 현장의 사례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렵다. 임금은 점점 하락하고 감시는 점점 강화된다. 이로 인해 활동보조인의 이직이 늘고 있다”며 “과연 장애인에게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할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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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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