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장애라는 이중고를 겪는 여성장애인들, 교육과 복지 차원에서 많은 부분 나아지고 있지만 경제활동에서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현재 여성장애인 고용률은 19.8%에 그치며, 월평균 임금은 50만원 미만이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올해 복지부가 고시한 최저생계비 61만7281원보다도 적다.

17일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 주최한 ‘여성장애인 고용실태 및 현황과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각 장애유형별 여성장애인들의 취업 고충들이 쏟아졌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육소라 직업지원팀장.ⓒ에이블뉴스

■“엄두조차 못 내요” 뇌병변장애여성=“뇌병변장애여성은 직업 훈련 받을 곳도 없습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육소라 직업지원팀장은 뇌병변장애여성을 대변해 취업에 엄두조차 내기 힘든 현실을 털어놨다.

육 팀장은 “뇌병변장애여성을 위한 직업프로그램 관련 교육은 찾기가 어렵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직업능력개발훈련기관이 있지만 뇌병변장애여성은 훈련받기가 쉽지 않다”며 “실제로 뇌병변장애여성이 상담을 함께 받았지만 주로 단순 임가공 또는 IT에 관련된 전문적인 교육으로 중도에 포기한 케이스도 있다”고 토로했다.

취업시장에서의 뇌병변장애여성들이 할 수 있는 직무의 선택이 좁다보니 서로간의 경쟁으로 인해 취업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 혹여나 사회복지 외 타 계열로 경제활동을 하고자 할 때는 사회적 편견 뿐 아니라 가족들의 만류까지 더해져 취업문이 도무지열리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육 팀장은 “뇌병변장애여성들이 취업으로 나갈 수 있도록 가족들과 사회에서 적극적인 지지와 가사와 직장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기혼 뇌병변장애여성의 경우 육아부분이 가족들 도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제도적으로 육아도우미 또는 보육시설 확충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육 팀장은 “뇌병변장애여성을 위한 직무 개발 및 관련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중증뇌병변장애인의 경우 언어장애가 동반돼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보완대체의사소통기기(AAC) 지원과 교육이 확대된다면 직업군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각장애인여성회 원윤선 이사.ⓒ에이블뉴스

■‘안마업’에 갇힌 시각장애여성=“시각장애여성은 안마업 밖에 없는 건가요?” 시각장애인여성회 원윤선 이사는 당사자로서 다양한 직업분야 개발이 절실함을 표현했다.

원 이사는 “시각장애여성은 90% 정도가 안마업에 종사한다. 안마업 외에 시각장애여성에게 다양한 직업 활동의 경험과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그 결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 이사는 “예전과 다르게 안마업도 안마원에서 안마사로 활동하는 것에서 헬스키퍼로 다양화하면서 고용의 안정성을 높이고자 노력했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근로자가 많다”며 “시각장애인 직업분야로 바리스타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직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원 이사는 장애여성 근로자를 위해서 편의시설 및 보육시설의 구축, 또 양육에 대한 지원제도의 필요성도 제언했다.

원 이사는 “결혼 후 가사와 양육에 대한 의무는 여성에게 아직도 가중되고 있으며, 가정과 직장생활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시각장애여성에게는 더욱 크게 와 닿는다. 가사의 부담이 직장생활하기에 무리가 따른다”며 “지역 거점별로 여성장애인 보육시설 및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농아인협회 이미혜 전 사무총장.ⓒ에이블뉴스

■삼중고 농여성, 당사자 취업상담사 필요=“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조차 취업 상담할 수 없어요”

한국농아인협회 이미혜 전 사무총장은 농사회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로서, 농사회를 외면하는 취업문 한계를 털어놨다. 취업 상담부터 근무환경까지 의사소통의 제한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전 사무총장은 “농여성들은 장애, 여성 플러스로 의사소통 차별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수어라는 손으로 보여지는 시각적 언어를 사용하다보니 전문적 수화통역사가 아니면 소통할 수 있는 국민이 거의 없다”며 “언어가 다르다보니 함께할 경험도 부족하고 사회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전 사무총장은 “여성장애인의 교육지원사업도 통계내보면 농여성들은 참여비율이 낮을 것이다. 특유의 농문화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회복지 정책 프로그램에 접근이 어렵다”며 “직업교육 프로그램에 초기에는 농여성들을 위한 별도의 반을 지원해주고 점차 활성화되면서 다른 장애여성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취업상담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농인당사자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공단에서도 수화교육을 하고 있지만 능숙하지 못하다. 공단에 상담가면 취업 상담이 가능한 직원이 없다는 것이 농여성의 주요 불만요인”이라며 “당사자가 직접 상담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여성장애인 고용실태 및 현황과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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