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기습 취임식에 항의하러 찾아온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회원들과 면담을 갖고 있는 양경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신임 이사장. ⓒ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양경자(70) 신임 이사장 선임을 두고 장애인계가 격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장애인정책의 현주소를 여실히 알았다는 반응이다. 장애인계는 오는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 장애인들이 총 집결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과연 양 이사장은 어떤 인물인지, 양 이사장에 장애인들이 격분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김선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전 이사장은 조직 확대를 위한 후원금 로비 문제 등에 휘말리면서 지난 5월 6일 자진사퇴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고용촉진이사 등을 거쳐 이사장자리까지 오른, 즉 내부 승진을 통해 이사장 자리에 처음 오른 인물이 정치적 스캔들 때문에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지난 5월 27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임원추천위원회가 노동부에 추천할 3명의 후보를 가리는 최종 면접.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김정록 회장은 면접 심사 후 울분을 참을 수가 없어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고 양심고백을 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김 회장은 양 이사장이 면접과정에서 장애인복지가 무엇인지, 7월부터 도입되는 장애인연금 액수가 얼마인지 등을 묻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런데 이아무개 심사위원이 양 이사장에게는 98점을 주고, 장애인당사자 후보 2명에게는 50점대의 점수를 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면접심사 무효를 주장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 회장은 호서대 교수인 이아무개 심사위원장은 시각장애인은 업무를 하기 힘들다고 장애인 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한 간부는 심사장에 들어와 심사위원들에게 양 이사장을 잘 부탁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고발했다.

장애인계는 이번 인사가 이명박 정부의 코드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첫 번째 증거로 양 이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선배라는 점을 들고 있다. 양 이사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고려대 여성교우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장 선거에서부터 대통령 선거까지 측근에서 도운 인물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을 때 여성특보로 일했고, 당선됐을 때는 이명박 서울시장인수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대선 때는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고, 대선 이후에는 청와대 사회수석 보건복지분야 정책자문위원으로 일했다.

이러한 경력에 뒤로 하고 양 이사장은 국회 재입성을 시도했다. 2008년 한나라당 도봉갑 당원협의회 위원장이었던 양 이사장은 4.9총선에서 도봉갑 공천에 도전했지만 신지호 현 국회의원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양 이사장은 85년부터 92년까지 이미 12, 13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중앙일보정치부에서 지난 2008년 1월 펴낸 <이명박 핵심 인맥 핵심 브레인>이라는 저서에서는 양 이사장을 “서울시장 선거부터 도운 재선의원 ‘또순이’”라고 표현하고 있을 정도다. 이 책은 두 권에 걸쳐 이른바 ‘이명박 사람들’을 총정리한 책으로 양 이사장은 174명 중의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장애인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89년부터 92년까지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고문직을 역임했다는 것이다. 취임사를 통해서 언급했듯이 국회의원 시절인 1989년 2월 '장애인고용촉진등에관한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양 이사장은 장애인계 인물이라기보다 사회복지계 인물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최근까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이사와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해 왔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이사장직과 이사직과 관련해 장애인당사자 참여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현행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48조는 이사장을 비롯한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 중 각각 3분의 1 이상을 장애인으로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손영호 씨가 지난 2009년 2월부터 고용촉진이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양 이사장이 비장애인인 것이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초창기를 제외하고, 장애인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이사장직에 오른 적은 없었다. 황연대(3대), 안성혁(4대), 신필균(7대), 박은수(8~9대), 김선규(10대) 이사장은 모두 장애인당사자였다. 비장애인인 양 이사장의 임명은 법적인 하자는 없지만 이례적인 일인 것이다.

장애인계는 이번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새 이사장을 뽑은 모든 인사과정은 결국 양 이사장을 뽑기 통과의례였다고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자리는 장애인당사자가 맡는 것을 상식처럼 생각해왔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그 상식이 무너졌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즉, 이명박 대통령의 코드인사 때문에 장애인계 몫까지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것.

현재 장애인계는 대규모 집회를 준비 중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 모여 ‘장애인생존권사수를 위한 저항연대’를 꾸렸고, 오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국회와 여의도 공원 사이)에서 ‘MB정부 장애인 죽이기 정책 저항을 위한 총궐기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쥐꼬리 장애인연금, 가혹한 장애등급 재심사 등 일련의 장애인정책 후퇴에 이어 양경자 이사장 사태까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판단아래 이번 집회가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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