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이 사상 첫 시각장애인 출신 사법시험 합격자의 연수를 앞두고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제50회 사법시험에서 시각장애 3급인 최영(27) 씨가 합격됐지만, 최 씨를 교육시킬 시설이나 전문 교육기법, 행정적 기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연수원측은 이에따라 시각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연수제도 마련을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기본실무과목 교수와 시설관리담당 직원, 전산담당 직원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은 현행 연수원의 강의와 평가 방법, 시설, 전산, 보조학습기구 등 다방면에 대한 점검작업을 시작했다.

연수원 측은 또 지난달 11일 최 씨와의 면담을 통해 그동안의 공부방법과 맞춤형 연수 제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최 씨의 요구사항도 들었다.

연수원 측은 최 씨의 학습 능력이 얼마나 될 지 우려했지만, 최 씨는 사법시험 준비 당시 학습보조기구로 이용해온 음성지원프로그램(센스리더)을 활용, 교재 파일을 읽는 데에는 무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수원 이정민 기획교수는 21일 "최 씨가 듣기만을 통해서도 이해력이 뛰어나다"면서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최 씨가 이미지를 전혀 못 읽는 것은 물론 웹에서 판례 검색을 하는 것도 인터넷 속도 등의 문제로 아직 무리가 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보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 씨가 실무 수습에 나갈 경우 어떤 방식으로 업무를 할 지에 대해서도 연수원 측은 법원과 검찰, 변호사협회 등과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

이밖에 최 씨는 1인 1실의 기숙사와 노트북 대여 등을 함께 요구했으며, 연수원 측은 이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 씨는 또 공지사항이 기존처럼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알려질 경우 놓칠 우려가 있어, 반드시 이메일을 통해 공지사항을 전송한 뒤 수신확인까지 같이 해줄 것도 부탁했다.

동료 연수원생들이 자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도 최 씨에게는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이 교수는 "일반 연수생이 시각장애인과 생활할 때 지시 대명사를 사용해 대화를 한다든지 하는 결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최 씨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동료들에게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러가지 우려 때문인지 최 씨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40기 사법연수생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최 씨 본인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미리 공부를 하고 싶다는 확고한 뜻을 전달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수원 태스크포스팀은 지금까지 3명의 시각장애 연수생을 교육한 일본 사법연수원을 다음달 방문해 시각장애인에 대한 교육.평가 방식은 물론 졸업 후 업무 방식, 다양한 지원 설비 등을 알아볼 계획이다.

이정민 교수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한다"면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연수생을 받아들이게 된만큼 잘 교육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CBS사회부 심나리 기자 aslily@cbs.co.kr/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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