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전동휠체어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지난 2005년부터 정부가 지원하기 시작한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가 또 다시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이 질 낮은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은데 이어 지난 13일 열린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전동휠체어 업체들이 장애인단체와 결탁해 질 낮은 제품을 공급하고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장 의원이 밝힌 사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정책이 왜 문제가 되고 있는지 짚어본다.

▲전동휠체어 브로커 등장=“전동휠체어 취급점을 원룸에다 업체를 차리고 수급자를 상대로 위임장을 받아 우편으로 보장구 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다. 수급자들은 애프터서비스를 받기가 힘들고 연락도 잘 안되어 피해 사례가 늘어날 것 같다.”

충북지역 의료급여관리사 J씨의 증언이다. 장 의원은 전국 각 지역 의료급여관리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보장구업체와 장애인단체가 결탁해 장애인들의 명의를 도용해 보장구를 신청하고 수익을 챙기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례관리 나가면서 장애인 보장구 실태조사도 함께 하고 있는데, 보호자가 말하기를 모 의료기기상사 사장을 사칭해 개인인적사항 등을 모두 적어갔는데 아무래도 미심쩍어 확인해 봤더니, 그 의료기상사에는 그런 사람 없다고 해서 경찰서에 신고했다.”

전남지역 의료급여관리사 N씨는 “결국 그 사람이 잡혀서 처벌을 받긴 했는데 그런 식으로 일명 ‘브로커’라는 사람들이 인적 사항을 적어가서 별 필요도 없는 장애인들의 보장구를 신청하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지역 의료급여관리사 S씨는 “사망일이 얼마 남지 않은 대상자가 전동스쿠터를 지원받아 사망 후 대상자 처가 장애인협회에 보장구를 반납해 장애인협회에서 사용하고 있어 회수 예정이다. 장애인협회에서 불필요한 보장구 지원을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 의원은 의료급여관리사들이 직접 목격한 사례 외에도 복지부가 지난 7월에 실시한 현장실사에서도 의료기기업체와 장애인단체가 결탁해 보장구를 구입케 한 사례가 적발된 바도 있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수원시 우만동 영구임대아파트 모 장애인단체 대표인 L씨는 해당 아파트 단지의 장애인들에게 보장구 구입을 적극적 유도하고 ‘C보조기상사’의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하게 했으나 제품에 불량이 많았고 업체와 결탁 의혹이 있었다.

▲관리부실로 혈세 ‘줄줄’=장향숙 의원은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는 가격도 비쌀 뿐 아니라 최고시속이 30km를 넘는 기종이 있을 만큼 다루는 데도 상당한 주의와 숙련이 필요한 의료기기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전동휠체어 조작이 힘들 것으로 보이는 장애인들에게까지 무분별하게 지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이 제시한 전동휠체어·전동스쿠터 의료급여 수급자 연령별 현황(2005년 4월~2006년 8월)에 따르면 전체 지급자 1만3천394명 중에서 10세 이하의 아동은 31명, 80세 이상의 노인은 469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중에는 6세의 아동도 있었고, 100세가 넘는 노인도 3명이나 있었다.

“의료급여 사례관리 대상자의 어머니인 80세가 넘은 할머니의 경우 누워서 전혀 일어나지도 못하는데 전동휠체어를 신청해서 담당공무원과 함께 현장 확인하고 회수했다.” 서울지역 의료급여관리사 C씨가 장 의원실에 털어놓은 증언이다.

관리부실로 한 사람이 2대의 전동휠체어를 지급받은 사례도 있었다. 장 의원의 조사결과, 서울시 노원구의 K씨는 2005년 10월 4일과 2006년 1월 19일, 2대의 전동휠체어를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 전주시의 S씨, 부산시 동구의 Y씨, 전북 정읍시의 L씨, 충북 청주시의 C씨 등도 중복 지급, 뒤늦게 회수조치가 이뤄졌다.

▲질 낮는 대만산 제품이 시장 석권=현행 의료급여, 건강보험 수가기준에 의하면 구입 시 전동휠체어는 최대 209만원, 전동스쿠터는 167만원까지 지원된다. 문제는 일부 보장구업체에서 싼 가격의 외국산 제품을 구입해서 장애인에게 지급하고는 보장한도금액인 209만원과 167만원을 모두 받아 차익을 챙기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른다는 점이다.

장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한해 동안 국내에서 생산·수입된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는 총 1만892대. 이중 국내에서 생산된 1천620대를 제외하고, 수입된 9천272대 중 대만산이 8천14대(스쿠터 1천985대)로 전체 수입물량의 86.4%를 차지했다.

가격대를 살펴보면 국내산의 경우 대당 평균가격이 170만3천원으로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에서 보장해주고 있는 가격대와 유사한 수준이다. 독일이나 미국 제품의 경우 대상 평균가격이 각각 2천347달러, 4천72달러로 고가의 제품이 많다.

반면 대만산의 경우 전동휠체어가 1천199달러, 스쿠터가 722달러에 불과해 국내에서 지급하고 있는 가격대의 절반 수준 정도였다. 대부분의 보장구업체들은 싸고 품질이 떨어지는 대만산 제품을 수입해서 상당한 차익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

실제로 D보장구업체는 전동휠체어를 100만원을 조금 넘는 대당 1천12달러로 1천388대로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한편, 대당 750달러, 575달러로 각각 1천619대, 329대의 스쿠터를 구입해 판매하고 있었다. 또 다른 보장구업체는 대당 953달러에 전동휠체어 1천918대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었다.

장 의원은 “이렇게 싸고 질 낮은 제품을 수입해서 장애인에 판매하더라도 해당 보장구업체가 가격을 정직하게 보고하지 않은 이상 정부에서는 업체에서 달라는 대로 가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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