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소설 도가니가 청각장애인의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한 언어치료사인 박현안 교사. ⓒ박현안

최근 여류소설작가 공지영씨가 청각장애학생들을 소재로 쓴 장편소설 <도가니>가 “청각장애학생들은 피해의식이 심하고, 남을 못 믿고, 거짓말도 그들의 풍습 중 하나”라고 표현되어 있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것과 관련해 메아리복지원 언어치료사인 박현안 교사가 강한 반론을 제기했다.

박현안 교사는 먼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박 교사는 “청각장애인을 단면적으로 보고 부정적으로 묘사하여 마치 독자들은 청각장애인을 거짓말쟁이로 인식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은 이해할 수 없고 동의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교사는 “청각장애인이 피해의식이 많은 것이 아니라 이 소설을 집필한 작가가 청각장애인에 대한 피해의식이 많아서 이런 소설이 나온 것 같다”라고 하면서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했다.

“청각장애학생은 피해의식이 많다?”

박 교사는 “청각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이며 수단적 정보제공의 기능이 손실되어 발생하는 현실의 벽 앞에서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청각장애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개구쟁이들이 골목을 누비며 놀다가 감나무에 앉아 있는 참새를 잡으려고 던진 돌멩이가 이웃집 장독을 깨뜨렸다. 듣는 아이들은 ‘쨍그랑’ 소리에 뒤이은 고함소리를 듣고 도망가 숨었다. 못 듣는 아이는 아무 영문도 모르고 있다가 아주머니에게 끌려 그의 집으로 갔다. 아주머니의 고함을 듣고 아버지가 달려 나와 다짜고짜로 자기 자식의 따귀를 후려갈겼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아버지가 뺨을 때리니 분하고 억울했다. 맞은 것도 억울하지만 그것을 말 할 수 없으니 더욱 원통한 것이다. 그는 그길로 아주머니 집에 가서 대문을 발로 차며 땅을 치고 울다,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말을 못하니 이렇게라도 자기 억울한 의사를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슬픈 울음소리에 도망쳤던 아이들이 나와 ‘저 아이가 돌을 던지지 않았어요.’ 어린이는 순진한지라 바르게 증언해 주었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억울하게 장독과 간장을 고스란히 물어 줄 뻔했는데. 어째 피해의식이 생기지 않겠는가.

우리 사회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믿는 이런 현실에서 장애인은 언제나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마치 청각장애인들만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공정한 게임이 아닌 듯하다.”

청각장애인은 남을 믿지 못하며 의심이 많다?

"먼저 단언 하는데 청각장애인도 사람인지라 의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 여기에 비장애인들의 의심은 이해하면서 왜 장애인들의 의심은 이해하지 않으려 가슴에 담아두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의심의 원천은 자기(일부 비장애인들)들이면서 청각장애인보고 의심이 많다고 하니 통탄할 일이다.

좁은 마을길에서 승용차를 피해 주고 태연히 걷다가 뒤따라오는 차 경적 소리와 앞차의 경적 소리를 구별 못해 사고를 당할 뻔 한 고비가 몇 번인지 모른다. 한귀만 들리면 소리가 나는 방향과 원근(遠近)을 가늠 못하고, 소음이 많은 곳에서는 말을 알아듣기 어렵다. 이런 나를 보고 살붙이고 사는 아내까지도 듣고도 모른 체한다고 의심하며 타박하기 일쑤다. 어디서 하소연할까?

거짓말이 청각장애인의 풍습 중 하나?

이는 서로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말로 자신의 주장을 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

그들은 아마 자신들의 주장을 더 옳다고 주장하면서 서로 목소리가 커지면서 심하게는 싸움까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청각장애인과 사회(특수교사 및 비장애인 등)와의 대화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회(특수교사 및 비장애인 등)의 수화능력이다.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단어를 구사하는 경우 스스로 '저 학생은 그렇게 생각하구나'라고 단정 지었던 것이 오해의 발단이 되는 것이다.

농(聾)학교 2학년 교실에서 학생둘이 싸우는 것을 6학년이 지나다가 보고 교실에 들어가 말렸다. 그때 마침 2학년 담임이 와서 상급생이 어린학생과 싸운다고 꾸중을 했다. 상급생이 싸운 것이 아니고 싸움을 말린 것이라고 수화(手話)로 설명을 해도 수화를 모르는 선생은 도리어 학생이 거짓말을 한다고 사정없이 매질을 했다.

내가 청각장애학생들이 손짓 발짓으로 하는 증언을 보니, 6학년생이 싸움을 말렸는데 거짓말쟁이로 몰려 매를 맞은 것이었다.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학생들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닌데 가르치는 교사가 거짓말을 한다고 여기니 비장애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들의 거짓말은 대부분 비장애인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생긴 오해로 야기된 것이 많았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청각장애인들은 무엇이 거짓말이고, 참말인지 분별도 못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무조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박 교사는 마지막으로 “우리 장애인들은 타인에 대한 오해나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타인들이 먼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경시하는 태도와 편견 속에서 비장애인들 스스로가 장애인에 대해 오해의 벽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경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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