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부터 24일까지 ‘위기상황 시 장애인 안전 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안 마련’을 주제로 미국 연수를 떠나는 ‘안전을 부탁해 팀’. ⓒ김현정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관하는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안전을 부탁해 팀이 오는 13일부터 24일까지 ‘위기상황 시 장애인 안전 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안 마련’을 주제로 미국 연수를 떠난다.

우리 팀은 재활학을 공부하고 있는 3명의 대학원생과 특수교육학부생, 재활학부생, 간호사 등 총 6명의 팀원과 재활학을 연구하고 가르치시는 교수님을 팀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도드라지는 특성은 팀장을 포함한 네 명의 팀원이 최중도 척수장애인이라는 것이고 팀장을 제외한 모든 팀원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지난여름 팀원 중 두 명이 호주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호주 여행 당시 비상구에 설치된 유도등에 이동장애인을 위한 그림문자를 보고 우리나라의 이동 장애인을 위한 안전 실정이 궁금해졌다. 그 궁금증에서 우리 팀은 출발하였다.

‘안전을 부탁해’라는 팀명에 담겨진 뜻으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으로 장애인의 안전을 배우러가는 팀 스스로를 응원하는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에게 장애인의 안전을 부탁한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 팀은 오는 13일부터 시작될 연수를 통해 안전 선진국인 미국의 이동장애인 안전의 대응과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실천되는지 알아볼 예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위기상황 시 이동장애로 인해 인명의 피해를 입는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2014년 4월 서울 성동구 ‘자립생활 체험홈’에서 살고 있던 송씨(언어장애 3급, 뇌병변 장애5급)가 자택에 발생한 화재로 인해 화상을 입고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불길을 보고도 ‘불이야’라는 짧은 말도 할 수 없었고 오른팔과 오른 다리를 쓰지 못해 혼자서 움직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연기를 발견하고 신고한 집주인도 “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안에서 인기척이 없어 사람이 없는 줄 알았다”고 했다.

2013년 12월 경남 의령군에서는 홀로 사는 강씨(지체장애)가 자택에서 발생한 화재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무너진 집 파편 아래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화마를 피해 미처 휠체어로 옮겨 앉지 못하고 화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과 자연재해대책법 등에는 장애인의 안전과 관련된 근거조항이 없다. 구속력과 강제성을 띄지 않는 장애인 안전은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며 이를 위해 배정된 예산조차 쉽사리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안전을 대비하기 위해 국가에서 운영하는 안전체험관조차 장애인은 1/4 정도만 체험할 수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다행’이라는 표현이 조심스럽지만, 대한민국에 장애인을 위한 안전매뉴얼은 존재한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만든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를 위한 매뉴얼 등이다. 하지만 각각의 매뉴얼은 장애인의 특성을 전적으로 반영하지 못하였고 실효성 있는 교육과 훈련도 이루어지지 않아 실제 위기상황에서는 대처하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와 달리 미국은 장애인재난관리부서가 독립적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재난 발생시 FEMA, ODIC 등의 부서와 민간단체가 협력하여 장애인의 안전한 대피를 돕고 있다. 대부분의 기관 홈페이지에 장애 유형별 장애인 안전대피 매뉴얼이 등록되어 있어 누구든지 볼 수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L.A에서는 5Steps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위기상황 전에 장애인과 이웃주민들이 함께 연습하고 실제 위기 상황 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대피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하고 있다.

장애인의 안전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당사자와 함께 하는 팀으로 장애인을 위한 미국의 법과 해당부서가 하는 일, 위기상황을 대비해 장애인과 장애인 주변인이 받아야 할 훈련 등을 보고 배워 우리나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살펴볼 것이다.

미국에서 방문하게 될 기관들은 크게 장애인 단체, 학교, 문화시설로 나눠볼 수 있다.

전국의 주요 비영리 장애인 권리 단체인 Disability Rights Advocates (DRA)에 가서 과거에 국가를 상대로 장애인 거주자를 위한 도시대피계획을 만드는데 승소한 사건을 맡았던 DRA의 공동 대표 겸 변호사인인 Sid Wolinsky을 만나 당시 소송 상황과 어떤 과정을 통해 승소할 수 있었는지 인터뷰 할 예정이다.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인 ‘Communities Actively Living Independent & Free(Calif)’ 가서 LA의 장애인 재난 대응 방안이 없다는 것에 소송을 제기하였던 내용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리고 장애유형에 따라 대피할 수 있는 안전매뉴얼을 잘 갖추고 있는 Berkley University, UCLA, Cal State University L.A를 방문하여 학교의 시설을 살펴보고 장애부서 담당자들과 학교에 다니고 있는 장애학생들을 만나 장애학생 대피 매뉴얼이 어떻게 이루어져있고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에 대해 인터뷰를 할 것이다.

또한 Pomeroy 장애인 레크리에이션 센터에 방문하여 ​기관에서 어떤 안전교육을 어떻게 받는지 장애당사자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 볼 예정이며 Disneyland에 방문하여 문화시설을 안전하게 이용하는 안내를 받고 직접체험해 볼 것이다.

안전을 부탁해 팀은 주 1회 세미나를 하며 안전에 관한 법률과 논문을 찾아보며 자료를 공유하는 방식의 스터디를 진행했고, ‘장애인이 안전해야 모두가 안전하다’라는 주제로 국회에서 진행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하였다.

해외연수가 시작되기 전까지 기관별 인터뷰 질문지 및 설문지를 만들고, 일정과 계획들을 점검하는 등 만반의 준비로 완벽한 해외연수를 만들 예정이다.

무엇보다 연수를 통해 장애감수성이 반영한 이동 장애인의 안전매뉴얼이 만들어져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각 기관의 홈페이지에 안내가 되고 장애 당사자가 이용하는 시설에 안전대피훈련이 이루어지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또한 학급과 학교의 장애학생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여 모두가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하고 꿈꿔본다.

*이 글은 ‘2017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안전을 부탁해 팀의 김현정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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