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치게 되지만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슬픔과 고통으로 가슴을 아리게 한다. 따라서 그 어떤 죽음이라도 호상(好喪)이란 있을 수가 없으므로 주의하시도록.

그러나 사람이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하면 죽음 후의 뒷수습을 해야 한다. 부모 자녀 일가친척 등 지인들이 장례를 치르고 시신을 매장 또는 화장해서 바다나 산에 뿌리거나 봉안당(奉安堂)에 모시기도 한다.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사람은 이름 외에 남기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재산이다, 사람이 죽으면 재산이 많건 적건 가져갈 수 없으므로 유산으로 남길 수밖에 없다.

어린아이나 미성년자라면 별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성인이라면 누구나 재산이 있다. 가끔 언론에 쓸쓸한 노숙자의 죽음도 있지만, 대부분의 성인은 재산을 남기므로 누군가는 그 재산을 물려받아야 한다.

B 씨의 조촐한 장례식. ⓒ이복남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몇 해 전만 해도 LPG는 장애인만 사용할 수가 있었다. 택시는 예외이고. A 씨의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A 씨가 장애인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는데 할아버지의 보호자로 LPG 차량을 구입했다.

그러다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LPG 차량을 상속받아야 했다. 사람이 사망하면 일반적인 상속대상자는 배우자와 부모와 자녀들이다. 할아버지의 상속대상자는 아들딸이었는데 A 씨에게는 삼촌과 고모였다.

요즘은 자녀가 하나 또는 둘이지만 예전에는 대여섯은 되었다. 그런데 A 씨가 LPG 차량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삼촌과 고모들에게서 상속포기각서를 받아야 하는데 개중에는 상속 포기각서를 못 쓰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상속은 6개월 이내에 해야 하는데 상속포기각서를 못 써주겠다는 삼촌과 고모 때문에 멀리 떨어져 사는 삼촌과 고모를 몇 번이나 찾아가서 설득하느라고 골치가 아팠다고 했다.

사람이 죽으면 남은 사람 중에서 상속해야 하는데 상속인이란 법정상속인과 대습상속인(사망자의 배우자와 자녀)이 있다. 민법에서는 상속이 개시되면 유언 등에 의한 지정상속분을 제외하고 피상속인의 유산은 그의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및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재산을 상속을 받기 전에 재산 총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 하므로 대표 상속인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피상속인의 금융자산을 취합해야 한다. 요즘은 행정복지센터에서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신청한 후 금융감독원에 들어가면 사망자 즉 피상속인의 금융자산을 한꺼번에 다 볼 수가 있다.

상속 순위. ⓒ국세청

얼마 전 장애인 B 씨의 동생이 사망했다. 평소 별다른 지병도 없고 여름 땡볕에 텃밭에서 잡초를 뽑다가 사망한 모양이다. 아무도 없는 텃밭에서 사망했으므로 이웃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왔고 이어서 법의가 왔다.

갑작스러운 사망이었으나 유족들이 타살 혐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법의는 사망진단서가 아니라 시체검안서를 발행했다. 사인은 심장사였고 시간은 오전 불상이라고 했다. 만약 유족들이 타살 혐의를 제기한다면 부검을 한다고 했다.

사망자는 부모도 없고 배우자나 자녀도 없이 혼자 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기에 별다른 부고도 없이 조의금도 받지 않고 형제들끼리 조촐하게 장례를 치렀다.

그리고 다른 형제들은 멀리 있으므로 장례를 치른 후에는 B 씨가 대표 상속인으로 행정복지센터에 사망신고와 함께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신청했다.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신청하면 금융감독원에서 사망자의 금융재산을 전부 파악해서 알려 준다. 예전에는 사망자의 재산을 어떻게 파악했을까.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 ⓒ정부24

누군가 사망하면 남은 재산과 빚은 법정상속인에게 상속된다. 이럴 때 상속인은 상속재산의 규모를 고려해서 상속할 것인가, 한정승인을 할 것인가, 상속포기를 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물려받을 재산보다 빚이 더 많다면 상속포기를 해야 한다.

상속재산이란 토지·건물 등 부동산은 물론 예금·보험금·퇴직금 및 주식, 자동차, 골동품 등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물건을 말한다고 한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B 씨 동생의 재산이란 00상해보험, 국민연금, 그리고 은행의 정기예금 및 우체국 예금과 보험이 있었다. 만약 사채 같은 것을 사용했다면 금융감독원 자료에는 안 나타나므로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예금이 있는 사람이 설마 사채를 사용하지는 않았을 테고.

예상외로 보험은 00상해보험 하나뿐이었다. B 씨가 보험회사에 연락하니 관련 서류를 보내라고 해서 근처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팩스로 다 보냈다. 그런데 얼마 후에 보험담당자에게서 온 전화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해당이 안 되는데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사인이 ‘심장사’라 이는 질병에 속하므로 상해는 해당이 안 된다고 했다. 보험금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해당이 안 되므로 그것도 알려 줄 수가 없다고 하더란다.

그리고 국민연금에서는 사망자에게 부모나 배우자나 자녀가 없으므로 형제자매는 해당이 안 된다고 하더란다. 이제 남은 것은 몇 군데 은행의 일반예금과 정기예금뿐이었다. 전화를 하니 서류를 준비해서 오라고 했다.

왼쪽 사망자 관련 서류. ⓒ법원 전자민원센터

준비해야 할 서류는 사망자의 사망진단서, 제적등본,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그리고 상속자 모두의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상세), 주민등록등본(초본), 인감증명서, 인감도장, 주민등록증 사본 등을 준비하라고 했다.

다른 형제들은 다 멀리 있으므로 B 씨는 혼자서 서류를 준비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았다고 했다. 상속인들이 가까운 곳에 있는 한두 명이라면 함께 은행에 가서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고 하는데 다들 멀리 있어서 서류와 인감도장을 전부 등기우편으로 받아서 제출했다고 했다.

그런데 은행에서는 상속인 중에는 오래전에 사망한 동생이 있었는데 그 동생에 관한 모든 서류를 해 오라고 했다. B 씨는 자기가 잘 몰라서 빠뜨렸나 싶어서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 서류는 없으니 자기는 잘 모르겠다며 해당 구청으로 연락해 보라고 했다. 그래서 구청으로 전화했더니 무슨 소리냐고 되레 화를 내면서 예전 것은 제적등본(除籍謄本)으로 대체한다고 했다.

은행에서는 오래전에 사망한 동생의 서류를 가져오라고 하는데 행정복지센터에서 그런 서류는 없다 하고 참으로 난감했다. 그래서 ‘대한민국법원 전자민원센터’ 홈페이지에서 들어가서 아무리 찾아보아도 관련된 내용은 찾을 수가 없어서 전자민원센터에 전화로 물어봤지만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상속 관련으로 상담을 했던 법무사에게 문의했더니 “2008년 이전의 사망신고는 제적등본으로 대체하고, 2008년 이후의 사망신고는 폐쇄 가족관계증명서로 발급할 수 있다.”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 제적등본에 사망이라고 나와 있었다.

그러면서 법무사가 하는 말이 상속 관련 서류는 여러가지가 복지해서 재산이 얼마 안 되는 사경우 상속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상속인이 없거나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 피상속인의 재산은 관련법에 의해 국가에 귀속된다고 한다.

가로수 노란 은행잎. ⓒ이복남

B 씨가 다시 은행에 가서 **법무사의 말대로 사망이라고 나와 있는 옛날 제적등본을 제시했더니 그제야 은행에서도 이리저리 알아보더니 수긍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웃을 수도 없는 해프닝이 벌어졌으니, 옛날 제적등본은 전부 수기로 작성되었고 이름도 한자였다. 행정복지센터 직원이나 은행직원이나 한자를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B 씨가 약간의 한자를 아는 데다 부모 형제들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기에 한자로 된 제적등본의 이름 옆에 한글로 적어 주었다고 했다.

이제 조금 더 세월이 흐르면 한자를 아는 사람들은 점점 더 없어질 테니 그때가 되면 한자는 영영 사라져서 이제 골동품이 되는 것일까.

그리고 또 하나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관련 서류를 발급받으면 보통 1통에 1,000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법원 전자민원센터’ 사이트에서 인터넷으로 발급받으면 무료다. 인터넷을 잘 모르는 어르신들은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1,000원을 내고 서류를 발급받아야 하고, 인터넷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책상 앞에서 무료로 서류를 받을 수가 있으니, 행정복지센터에서 발급하면 발급해주는 사람들의 수고비가 포함되기 때문일까?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B 씨가 동생의 금융자산은 몇 군데 은행을 돌아서 한데 모았다고 했다.

사망자 동생은 어차피 부모, 배우자, 자녀도 없는 혈혈단신이라 사망자의 금융재산을 형제들이 N 분의 1로 나누면 된다. 최근에 사망한 형제는 배우자와 자녀가 대습상속하게 되지만 그들의 지분은 N 분의 1을 받은 후에 나누면 된다고 한다.

B 씨의 형제들은 다 연로해서 부동산도 처분해서 나눌 예정이지만 부동산이 하루아침에 팔리지는 않으므로 아직은 기약이 없단다.

이번에 B 씨의 상속 관련은 서류를 준비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지만, 은행마다 약간씩은 차이가 있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오래전 필자의 딸이 인터넷 00쇼핑몰에서는 **은행 카드가 유리하다면서 **은행을 거래하라고 했다. 딸이 시키는 대로 **은행에 약간의 예금을 하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는데 사용해 보니 평소 필자가 이용하는 카드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서 더 이상 이용은 안 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B 씨의 상속 이야기를 듣고 **은행 통장과 카드를 해지했다. 딸에게 **은행 통장을 해지했다고 했더니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했다. 만약 필자가 사망하면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에서 **은행에 얼마의 예금이 있다고는 알려 주지만, 그 돈을 찾으려면 여러 가지 서류를 준비해서 직접 가야 하는데 그 어려움을 왜 자처하는가 말이다.

혹시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이 여러 은행에 분산되어 있다면 나중을 위해서라도 될 수 있는 대로 한두 군데로 모아주었으면 좋겠다. 상속인이 조금은 수월할 수 있도록. *상속세 관련은 다음에.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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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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