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이하 지원사노조)가 28일 용산 윤석열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장애인활동지원 사업 지침 개정을 요구했다.ⓒ에이블뉴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하는 남성 장애인 이용자가 여성 활동지원사의 허리를 안는 등의 성추행을 했지만, 기관의 조치는 둘의 매칭만 종료한 채 새로운 지원사를 파견하는 정도로 마무리지었다. 결국 새로 파견된 활동지원사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일을 시작했다가 같은 피해를 당하고 말았다. 피해자들은 가족에게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그저 이용자를 바꾸는 것 외에 조치를 요구하지 못한 채 ‘쉬쉬’해야 했다.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이하 지원사노조)가 28일 용산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장애인활동지원 사업 지침 개정을 요구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의 일상을 지원하는 일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보건복지부의 지침은 업무매뉴얼이자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이날 지원사노조가 개정을 요구한 부분은 크게 4가지다.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이하 지원사노조)가 28일 용산 윤석열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장애인활동지원 사업 지침 개정을 요구했다. 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가자들. ⓒ에이블뉴스

먼저 ‘이용자에 의해 발생하는 성폭력 등에 대한 지침 강화’다. 활동지원사는 여성 노동자 비율이 88%를 차지하지만,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대책이 거의 없다. 지침에는 ‘이용자에 대한 교육’에 대한 내용만 나와 있을 뿐, 별다른 대처가 없다.

특히 피해자는 사건을 신고할 경우 상당 기간 무급휴직을 거치고, 재매칭에 어려움을 겪는 이중의 고통으로 아예 피해신고조차 꺼리는 현실.

실제 성폭력 피해를 당한 활동지원사 A씨는 “사건 직후 바로 회사에 알렸지만 회사 관리자는 ‘내일부터 바우처 못 찍는데 어떻게 할 거냐’ 였다. 위로는커녕 회사에 생긴 손실부터 걱정했다”면서 “몇 달이 지난 후에 사건 트라우마로 여성 이용자 매칭을 요청하는 저에게 ‘일은 많아, 그런데 다 남자이용자야’라면서 무급휴직을 하라고 했다”고 했다.

결국 지원사노조를 알게 된 A씨는 노조의 도움으로 산재로 신청하고 회사로부터 겪은 부당함에 대해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했지만, 결국 끝은 ‘계약만료’라며 퇴사처리를 당했다.

이에 지원사노조는 ▲활동지원사, 이용자, 사업기관(전담인력) 매뉴얼 마련 ▲정부 지원방안 마련 및 보고체계 개선(유급병가 등 피해자 구제 등) ▲재발방지를 위한 동성 활동지원사 파견. 2인 파견 등 조치 등을 요구했다.

석션 등 의료행위 내용이 담긴 인터넷 구인광고 모습.ⓒ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두 번째는 ‘석션 등 의료처치 요구 시 법과 지침 정비’다. 현재 활동지원사가 이용자에게 석션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의료법 위반이지만 이용자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기 때문에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배뇨도움 또한 지침에서는 허용하고 있지만 의료법상은 불법이다. 지침은 2시간 보수교육에 대한 언급이 전부다. 장애인의 안전과 노동자가 부당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법과 지침 등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석션하는 활동지원사 범죄자 만들지 말고 법과 제도 정비해라’ 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가자.ⓒ에이블뉴스

이에 지원사노조는 의료처치가 필요한 이용자 지원대책을 정부가 마련하며, 의료행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요구했다. 또 석션 등 의료행위를 포함하는 인터넷 구인광고 제재, 배뇨서비스 관련 문제 발생 시 정부 책임 등을 지침에 명시하고 피해보상 등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지원사노조 고미숙 조직국장은 “정부는 의료행위를 금지하려면 단속을 철저히 하고, 허용하려면 법률적 문제 해결을 하는 등 입장을 분명히 해달라”면서 “석션 등 의료행위를 포함하는 인터넷 구인광고에 대해서 철저히 단속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이하 지원사노조)가 28일 용산 윤석열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장애인활동지원 사업 지침 개정을 요구했다.ⓒ에이블뉴스

세 번째 요구사항은 ‘수급자 2인 이상에 대해 동시 서비스 허용 지침 삭제’다. 현재 활동지원서비스는 일대일 서비스가 원칙이나, 수급자가 2인 이상 함께 생활할 경우, 출산할 경우 등에 대해 예외적으로 동시 서비스 제공을 허용하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이는 이용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활동지원사의 과중한 노동을 강요하는 꼴이라며, 2인 이상 동서 서비스 허용 지침을 폐기하고, 해당 지침 대상자의 급여량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바우처 부족 추가구매 이것이 왜 노동이 아니란 말인가’ 피켓을 든 모습.ⓒ에이블뉴스

마지막으로 ‘추가구매 시 활동지원사의 노동권 보호 조치 마련’을 요구했다.

이용자는 정부로부터 받은 급여보다 서비스가 더 필요한 경우 활동지원사에게 사비로 추가구매가 가능한데, 현행지침으로는 추가구매 시간에 발생하는 사건과 사고에 대해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 추가구매 근무 중에 사고로 다친 활동지원사 B씨는 ‘바우처 외 시간에 발생한 사고’라는 이유로 산재 불승인 처리된 상태다. 그는 이용자 가족의 장기입원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이용자의 추가구매를 통해 주 7회, 하루 8~9시간의 강도 높은 노동을 해왔다.

B씨는 “단지 ‘시간 외 근무’라는 단편적인 부분으로 산재 처리가 되지 않아 억울하다. 이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아무도 타인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며 일하지 않을 것이고, 이용자분들은 다시 사회에서 고립되게 만드는 악순환이 야기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복지부 지침에 추가구매 관련 절차를 정비하고 관련 서식 추가하는 등 정비와 함께 추가구매 노동에 대한 노동자 권리보장 조항을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왼)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김영이 지부장(오)서울요양보호사협회 정찬미 회장.ⓒ에이블뉴스

지원사노조 김영이 지부장은 "왜 노동자가 불안에 떨며 일을 해야 하며,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하냐. 정부는 무책임하게 회피하지 말아달라. 15년이면 지침을 개정해야 할 때"라면서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피력했다.

서울요양보호사협회 정찬미 회장은 "이동하고 방문하고 사람을 돌보는 노동자들의 처우가 이렇게 열악한데 이름만 필수노동자로 명명하고 돌봄 현장 실태를 방치하는 정부의 느린 대처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면서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센터에 알려도 '피해 어르신이 그랬으니 참아라' 거나 '재매칭을 기다려달라'는 말뿐이다. 성폭력을 당한 것도 억울한데 일자리까지 잃고 무급으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 돌봄노동자의 현실"이라면서 "돌봄노동자에 대한 안전보호 대책을 취해주고, 지침이 강화돼 안전한 돌봄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장애인활동지원 지침 개정 요구 면담신청서를 전달하고 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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