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2일, 경찰에 의하면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의 한 빌라에서 40대 여성 A 씨와 10대 딸 B 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어 A 씨가 B 양을 죽이고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경찰은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7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다지만, 이웃에서는 경제적인 어려움일 것이라고 했으나 유서가 없어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다.

이보다 앞선 지난 8월 21일 경기 수원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신변을 비관하는 유서를 남겼는데 60대 어머니는 암을, 40대 두 딸은 장애인이었다. 아버지는 몇 해 전 사업 실패로 빚만 남기고 병사했고, 이후 생계를 책임졌던 아들도 3년 전 지병으로 숨졌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었다. 그 이유는 수원은 이들의 주소지가 아니어서 사회복지 관계자들도 알지 못했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9월 23일 '수원 세 모녀' 빈소 조문. ⓒ연합뉴스TV 캡처

윤석열 대통령은 8월 23일 생활고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원 세 모녀 사건'을 언급하며 '정치복지'가 아닌 '약자복지'를 강조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약자복지 언급으로 정부에서는 ‘복지사각 개선 TF’팀을 구성했으나 얼마 되지 않아 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약자와의 동행을 계속했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약자복지란 어떤 것일까.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자가 진정한 약자’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약자란 빈곤층 그리고 장애인 등이다. 기초생활수급자는 235만 9672명이고, 장애인은 264만 4700명이다. 모든 장애인이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겠지만 많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은 맞물려 있다.

이들에게 제일 시급한 문제는 경제적 자립지원과 일자리 창출이다. 그러나 현 제도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일할 의욕을 잃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게 한다. 왜냐하면 일을 하여 수입이 발생하면 수급자에서 탈락하기 때문에 아무도 일을 안 하려고 한다.

지난 12일에 일어난 모녀 사망사건에서도 관할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A 씨의 일일 소득과 전 배우자의 양육비 지급 등으로 의료·생계급여의 선정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선정기준을 초과했다면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와 반대의 경우로 일부 기초생활수급자 중에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선정기준을 잘 알아서 그 기준이 넘지 않도록 급여를 현찰로 주고받고 있다. 대부분의 급여는 계좌이체 하는데 현찰거래를 하므로 소위 검은돈이 되는 것이다.

주위에서는 누가 검은 거래를 하고 있는지 뻔히 알고 있음에도 차마 관련 기관에 말을 할 수 없는 실정이라 부정 수급자가 있음에도 사회복지 관계자 중에도 ‘임금님이 발가벗었다’라는 것을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모양이다.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빠진 시각장애인 다리. ⓒ이복남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이 풍족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럭저럭 연명은 할 정도인데 돈이 없어서 생활고에 허덕이면서도 정직하게 살아서 기초생활수급자도 못 되는 사람들이 제일 서럽고 안타깝다. 기초생활수급자를 빈자라 하면 빈자와 부자의 가운데쯤에 속하는 어중간한 사람들은 이도 저도 아니라서 정말 힘들고 죽을 판이다.

그리고 윤 대통령의 약자복지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빈곤층과 구직난에 허덕이는 청년 실업 등에 치중했다. 그러나 약자에는 빈곤이나 구직만 있는 게 아니라 교통약자 내지 보행약자도 있다. 대문 밖을 나서면 곳곳에 턱이 있어 앞을 가로막고 대중교통에서 지하철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부산지하철 서면역이나 연산역 등의 곡각지점에는 승강장과 지하철의 간격이 넓어서 그 사이로 시각장애인도 빠지고 어린이도 빠지고, 휠체어 사용 장애인과 유모차는 바퀴가 빠지기도 한다.

버스도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불편하기는 해도 저상버스가 있어 그런대로 견딜 만하지만,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 지체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은 버스가 어디에 설지를 모르고 버스의 승강장이 너무 높아 이용하기가 참으로 난감하다.

한편, 산업의 발전으로 2000년대부터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가 보편화되었다. 따라서 누군가가 밀어주어야 하는 수동휠체어는 가정용이나 병원용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부산의 주요 관광지인 송도 용궁구름다리는 2020년에 완공했음에도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접근조차 불가하고 송도 케이블카는 전동휠체어는 탑승조차 못 하게 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해운대 블루라인파크의 해변열차도 2020년에 개통했음에도 전동휠체어는 탑승을 못 하게 해서 장애인들은 불만이다.

송도 용궁구름다리. ⓒ이복남

송도 케이블카나 해운대 블루라인파크의 해변열차나 전동휠체어 사용 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에서 내리라는 것은 옷을 다 벗으라는 말과 같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에게 휠체어는 몸의 일부로써 옷이나 마찬가지인데 어찌 전동휠체어에서 내리라고 말 할 수 있는가 말이다.

전동휠체어에서 내리라는 말을 들은 장애인은 극도의 수치심으로 치를 떨었다고 했다. 송도 케이블카에 전동휠체어는 탑승이 안 된다고 했는데 무게 때문이라면 다른 사람을 줄이면 될 게 아닌가.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도 최근에 개통했는데 전동휠체어가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개조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왜 안 된다고만 할까.

그런데 윤 대통령의 약자복지의 뒤꼍에서는 복지 관련 예산이 줄줄이 삭감되어 앞뒤가 다르다는 원성도 높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표를 얻기 위한 복지가 아니라 표가 안 되는 곳, 정말 어려운 분들의 곁에서 힘이 되는 복지 정책을 펴나가겠다."라고 했는데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필자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근무할 때 정화원 회장님 주장이 복지는 선거라고 했다. 선거를 통해서 복지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고, 좋은 복지라면 투표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복지는 선거로 바꿀 수가 있는데 '약자복지'는 왜 표가 안 되는 곳이라고 할까. 약자는 대한민국 국민도 아니라는 말인가.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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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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