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원구에 사는 중증장애인 이광섭씨. 당장 추석연휴에 올 활동지원사가 없어 막막하다고 제보했다.ⓒ에이블뉴스

서울시 노원구에 사는 중증장애인 이광섭 씨(49세, 남)가 SOS를 청했습니다. 언어장애를 가진 광섭 씨는 곧바로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명절마다 활동보조를 구하기가 너무 힘드네요.’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총 4일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오전 10시부터 12시간 동안 그를 지원해줄 사람이 없다고 했습니다. 1999년 정립회관의 활동보조서비스 첫 시범사업 대상자이기도 했던 광섭 씨는 활동지원제도에 있어 ‘산 증인’입니다. 현재 보건복지부 시간 450시간을 포함해 총 월 850시간을 지원받습니다.

독거에 손발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중증장애로 활동지원 ‘부자’지만, 올 사람이 없습니다. 광섭 씨는 총 3곳의 중개기관과 연계해 3명의 활동지원사와 함께하지만, 약 2달 전, 2년간 근무했던 낮 시간(오전 10시~오후 10시) 활동지원사가 개인적 사정으로 그만뒀습니다. 이후 새로운 사람이 왔지만, ‘개인적 사정’을 이유로 바로 지난주 그만둔 겁니다.

지난 5일부터 광섭 씨의 낮은 ‘나 혼자 산다’입니다. 식사 지원이나 간단한 보조조차 해줄 사람이 없어, 택한 방법은 인근에 있는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는 것입니다. 활동지원 중개기관 중 하나인 이곳에서 밥도 먹고, 직원들로부터 간단한 도움도 요청합니다. 그렇게 며칠은 버틸 수 있겠지만, 당장 9일부터 이 복지관도 추석 연휴로 문을 닫습니다.

서울시 노원구에 사는 중증장애인 이광섭씨. 당장 추석연휴에 올 활동지원사가 없어 막막하다고 제보했다. 그는 손발을 사용하지 못하는 중증장애를 가졌다. ⓒ에이블뉴스

4일간의 연휴 기간,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다고 했습니다. 이미 구인광고도 올렸지만, 모두 연휴 이후에나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 안 해본 곳이 없어요. 중개기관에 전화했더니 ‘연휴에 나올 사람이 없다’고 해요. 구청도 마찬가지고, 하다못해 복지부에도 전화해서 ‘책임지고 당신들이 오든지 하라’라고 으름장까지 놨습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라고 호소하며, “아무도 오지 않으면 추석 연휴 간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나 혼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알리겠다”고 호소했습니다. ‘올 가족이 없나요?’ 라는 질문에 “가족이 있으면 이렇게 안 하지”라며 광섭 씨가 웃습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부모님은 뇌전증장애가 있는 큰 형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간호사로 일하는 여동생 역시도 마찬가집니다. 아는 인맥도 총동원해 활동지원을 받아보려고 했지만, 온 답은 ‘명절 쇠고 보자!’. 아, 이러려고 내가 탈시설해서 자립했나?

여러 차례 민원을 넣은 끝에, 중개기관 2곳에서 그의 활동지원을 돕기로 했습니다. 당장 한시름 놨지만, 절대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다음 명절 때 무슨 일이 또 생길 줄 알아요? 명절은 매년 오는데 명절 때마다 또 이렇게 싸워야 할까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부를 향해 장애인개인예산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DB

‘어떤 것이 개선됐으면 좋겠냐’면서 활동지원 수가 인상, 명절 연휴 대체인력 지원 등을 언급하자, 광섭 씨는 “개인예산제가 정말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개인예산제’는 장애인 사회서비스 전 영역을 대상으로 서비스 비용을 현금으로 지급해 당사자가 서비스 간 조정을 자유롭게 결정함으로 구매력을 갖는 제도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입니다.

“내 활동지원으로 들어가는 예산이 1년에 1억원이 넘어요. 이것을 잘 활용하면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텐데”랍니다. 내가 원하는 활동지원사를 구해 25%의 중개기관 수수료로 떼지 말고, 넉넉한 급여를 준다면 더 소비자로서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지 않냐고 했습니다.

“지금은 활동지원사가 그만둘까 봐 노심초사 해야 하고, 내가 급여를 직접 줄 수 없으니까 더 챙겨주고 싶어도 못 해요. 먼저 충분한 대가를 준다면 상대에게도 서비스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고, 더 필요한 것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2022년 8월 19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브리핑 모습.ⓒ보건복지부

한편, 복지부는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4년부터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업무계획을 보고했습니다. 장애인 대상 서비스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수요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모델개발, 모의적용 연구 등을 거칠 예정입니다.

장애계는 이 개인예산제가 예산 확대가 전제되지 않으면 ‘이름만 바뀐 제도’라고 목소리를 외쳐왔는데요. 광섭 씨의 바람처럼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탄탄한 준비가 이뤄져야겠습니다. 더 이상 광섭 씨처럼 배고픈 ‘활동지원 시간 부자’가 되지 않도록 말이죠.

추석연휴를 앞둔 중증장애인 분들, 모두들 안녕하신가요?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