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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알 권리 묵살' 행정청 응징

종합조사 점수 결과 ‘비공개’…1·2심 "공개하라"

"주는대로 받으라는 시혜적 행정, 권리침해 중단”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6-23 16:29:45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활동지원 시간이 대폭 하락한 사지마비 중증장애인이 관할구청과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종합조사표 항목별 점수를 공개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끝에 2심에서도 이겼다. 장애계는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장애인이 자신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권리침해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피고 측에 경고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 제9-3부(조찬영 강문경 김승주 부장판사)는 23일 중증장애인 서기현 씨가 도봉구청과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사건에서 피고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판시했다. “원고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것.

원고 서기현 씨가 2020년 8월 6일 활동지원 산정특례 보전자에 대한 대책 및 종합조사표 개선을 촉구하며 밧줄매기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모습.ⓒ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원고 서기현 씨가 2020년 8월 6일 활동지원 산정특례 보전자에 대한 대책 및 종합조사표 개선을 촉구하며 밧줄매기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모습.ⓒ에이블뉴스DB
■월 100시간 뚝? 이유묻자 “비공개” 법정다툼

소송 당사자인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소장 서기현 씨는 사지마비 중증장애인(중증 뇌병변장애)으로, 복지부로부터 받은 월 440시간과 서울시 추가 95시간을 포함해 총 535시간을 판정받아 하루 약 17시간의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2019년 7월 장애등급제 폐지 후, 기존 인정조사가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로 바뀌며 수급 갱신 재판정을 받은 결과, 복지부 시간 기준 월 440시간에서 330시간으로 ‘뚝’ 떨어졌다. 등급제 폐지 전과 비교해 4구간이나 하락한 6구간이었다.

기존 시간보다 월 110시간, 하루로 따지면 약 3시간 30분 정도 줄어든 것. 그는 “하루 3끼 중 1끼를 챙겨 먹지 못하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서 씨는 어떤 항목에서 점수를 낮게 받았는지 종합조사표상 항목별 점수가 궁금했다. 이에 도봉구청과 국민연금공단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2021년 3월 도봉구청과 국민연금공단 모두 2021년 3월 ‘비공개’ 처분을 내리며 거부했다.

정보공개법상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2021년 4월 29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소송을 제기할 당시 기자회견 모습.ⓒ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2021년 4월 29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소송을 제기할 당시 기자회견 모습.ⓒ에이블뉴스DB
■1심 이어 2심도 “점수 공개 하라”, "당연한 결과"

서 씨는 지난해인 2021년 4월, 법무법인(유한)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의 도움을 받아 도봉구청과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이주영)은 그 해 11월 12일 서 씨가 청구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피고(국민연금공단, 도봉구청) 측이 항소하면서 2심까지 이어왔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재판과정에서 “(종합조사 점수를)알려줄 경우 종합조사표의 세부결과를 바탕으로 장애인이 이후 조사를 진행할 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사원에게 진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정보 비공개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에 이어 중증장애인 당사자의 '알 권리'에 손을 들어준 것.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은 “활동지원서비스는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자립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생존권이다. 종합조사 판정 결과는 당사자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행정이기 때문에 알 권리가 마땅히 있다”면서 “행정청의 입장은 결국 장애인과 관련한 서비스에 대한 통제권을 국가가 독점하겠다는 갑질과 다름 없는 처분”이라고 반발했다.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에이블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1심에서도 사실 다툼의 여지가 전혀 없었던 판결이었다. 피고들이 세금을 들여 말도 안 되는 소송을 하고 있는 증거“라면서 ”남의 정보가 아닌 자신의 일상과 긴밀한 정보에 대해서 공개해달라는 것인데 항소까지 무리하게 한 부분은 유감“이라고 피고 측인 국민연금공단과 도봉구청을 비판했다.

이어 ”주는대로 받으라'는 식의 장애인 서비스 관련 제도를 굉장히 시혜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면서 2심 선고결과에 따라 권리침해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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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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