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유진우 활동가가 12일 서울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7-1)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10차 삭발 투쟁에 결의했다.왼쪽이 유진우 활동가.ⓒ에이블뉴스

“저는 머리가 꾸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그런 머리를 밉니다. 그만큼 절박하기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라는 게 단순한 외침이 아니라, 저의 머리보다 절박하기에 삭발합니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유진우 활동가가 12일 서울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7-1)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10차 삭발 투쟁에 나섰다.

중증 뇌병변장애인인 유 활동가는 조금의 언어장애와 경직이 심해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일이 많다. 술자리에서, 회의에서 본인도 모르게 경직돼 병을 깬다든지, 잔을 엎는다든지 등 의도와 상관없는 행동이 나올까 봐 항상 사람들의 눈치를 본다고 했다. 그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집에만 있고, 외출은 한 달에 다섯 번 하는 이벤트”였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11살 때부터 소외되고 배제된 자와 함께 활동하던 예수의 발자취를 따르는 ‘목사’를 꿈꿨다. 신학교, 신학대학원을 진학하며, 학교에서 하라는 과제, 공부, 책 읽기 등 할 수 있는 노력이란 노력은 다했다. 하지만 비장애인 중심 구조가 가득한 신학교, 교회 내에서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었던 그에게 오는 답변은 ‘장애인인데 할 수 있냐?’ 였다고.

그는 “그 순간 장애인이 아무리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노력하고 발버둥을 쳐도 그냥 장애인이구나, 도움의 주체밖에 될 수 없기에 17년간 꿈꿔온 목사는 물거품이 됐다”고 가슴 아파했다.

12일 서울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7-1)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10차 삭발 투쟁 결의식에 연대한 단체들 모습.ⓒ에이블뉴스

지난해 4월부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가로 일하는 그는 전장연의 이동권 투쟁에 항상 자리를 지켰다. 3년간 길렀던 긴 머리를 삭발하는 그는 “머리는 다시 자라나지만, 권리예산은 투쟁 없이 결코 자라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장애인은 이동할 수 없었고, 이동할 수 없기에 교육받지 못했고, 교육받지 못했기에 노동할 수 없었고, 노동할 수 없기에 시설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제 다시는 이러한 삶을 살지 않을 것”이라면서 “권리로 보장된, 법에 명시된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고 싶다”고 결의를 다졌다.

12일 서울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7-1)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10차 삭발 투쟁 결의식.왼쪽이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유진우 활동가, 오른쪽은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강현석 대표.ⓒ에이블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를 향해서도 “21년간 장애인들이 온몸으로 투쟁해왔던 시절, 무릎에 피가 날 정도로 한강대교를 건넜던 시절, 1842일간 광화문역에서 했던 농성을, 21년간 켜켜이 쌓인 투쟁을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라”면서 “당신이 말한 것은 투쟁의 역사를 왜곡하는 짓이며, 장애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짓”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날 함께 삭발에 동참한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강현석 대표는 “우리 사회는 80년대 민주화 사회, 경제성장을 통해 경제 10대국의 나라가 됐지만, 장애인 관련된 생존권,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은 30년 전 그 자리에 멈춰있다”면서 “삭발을 통해 우리도 변화하는 사회, 장애인도 함께 사는 사회, 누구도 차별 없는 사회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한편, 전장연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내년도 장애인권리예산 반영과 장애인권리민생 4대 법안(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평생교육법,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하며, 4월 20일까지 삭발 투쟁을 벌이고 있다.

12일 서울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7-1)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10차 삭발 투쟁 결의식.ⓒ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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