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권달주 상임공동대표는 1일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하며 삭발을 거행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저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제가 버스 정류장에서 네발로 기면서 버스를 잡으려고 기다리면 버스는 사람을 태우고 가버렸습니다. 버스의 뒤꽁무니만 바라보다 끝났습니다. 직장에서도 ‘장애인은 일하는 것으로 감사해야 한다’는 차별적인 발언으로 눈물을 흘리며 다녔습니다. 30년이 지나도 사회는 여전히 장애인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권달주 상임공동대표는 1일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하며 삭발을 거행했다.

전장연은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국비 보장 ▲장애인평생교육시설 국비 지원 ▲탈시설 권리보장 예산 6224억원 증액 ▲하루 24시간 활동지원 보장 등이 골자인 ‘장애인권리예산’을 요구하며 지난 2월 3일부터 26번의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을 벌였다. 지난달 29일 인수위 측의 면담 이후, 권리예산에 대한 구체적 답변을 4월 20일까지 요구한 상태다.

전장연은 인수위의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을 때까지 지난달 30일부터 1명씩 삭발투쟁을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에 이어 3번째로 삭발을 거행한 권 상임공동대표는 주로 경기도지역에서 자립생활 보장 요구 투쟁을 펼쳐왔다.

2013년 경기지역에서 투쟁 발언을 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권달주 상임공동대표.ⓒ에이블뉴스DB

권 상임공동대표는 목에 사다리와 쇠사슬을 건 채 “굉장히 마음이 무겁고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삭발하게 됐는지 안타깝다. 21년 동안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고 외쳤던 목소리가 혐오세력으로 몰리고, 시민들과 장애인 간의 갈라치기로 몰렸다”면서 “도대체 대한민국 공당 대표가 장애인들의 정치를 먼저 살피기보다 오히려 혐오세력으로 조장해 장애인들을 나쁜 사람 취급 만드는 것이 억울하고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우리는 4월 20일까지 권리보장법, 탈시설지원법, 장애인 등 특수교육법, 평생교육법, 그리고 모든 것들에 대한 권리예산을 분명히 답변해달라고 했다. 답변이 올 때까지 매일 삭발하겠다”면서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특별대우가 아닌, 보편적으로 똑같은 시민과 살고 싶다는 것을 나누고 싶다. 왜 탈 수밖에 없는지를 다시 한번 목놓아 외칠 것”이라고 피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권달주 상임공동대표는 1일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며 삭발을 거행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삭발을 마친 권 상임공동대표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갖고 태어나서 학교도 완전히 다 다니지 못했다. 너무나도 삶이 힘들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네 발로 기면서 버스를 기다리면 사람을 태우고 떠나는 버스 뒤꽁무니만 바라보던 지난날이 스쳤다”면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권리예산을 만들어달라. 단순한 삭발이 아닌 끝까지 투쟁하는 각오”라고 결의를 다졌다.

한편, 이날 전장연은 삭발식에 앞서 경복궁역 회의실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박진 사무총장과 면담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인권위 차원에서의 이동권 등 정부 권고 이행사항에 대한 모니터링과 입장’, ‘장애인차별 조장 이준석 대표에 대한 인권위 차원의 입장 발표’ 등을 요구했다. 이에 인권위 측은 ‘가능하면 빠르게 논의하고 답을 주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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