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갈 수 있으니 가능? 투표소 방치 국가폭력”이날 재판은 신청 당사자인
발달장애인 박 씨 측 대리인과 정부 측 대리인이 모두 자리해 팽팽한 법정 다툼을 펼쳤다. 박 씨 측은 “혼자 투표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원 지원을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 측에서는 ‘비밀투표’와 ‘자기결정권’으로 맞섰다.
박 씨 측은 재판부에 서면으로 ‘인권위는
발달장애인 선거인이 공적보조인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권고를 내렸지만, 중앙선관위는 지침을 수정하지 않았고, 다가오는 선거에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면서 ‘당사자는 기표소의 좁은 공간에 혼자 있을 경우 과다한 손 떨림이 생겨 보조원 배치 등 정당한 편의제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을 내세웠다.
박 씨 측 대리인은 “정부에서는 1만여 개 투표소, 20만 명의
발달장애인 유권자를 일일이 확인해 혼자 기표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직원이 판단해보겠다고 하는데 적절한 처사인지 의문”이라면서 “
발달장애인도 국가기관에서도 중증장애인 판정을 내린 장애인이다. 제도와 특정 후보자, 투표행위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고, 과도한 손 떨림으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기표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함부로 지원을 박탈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애인 스스로 보조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음에도 앞으로 걸어갈 수 있으니 투표하도록 방치하고 투표소에 2시간 머물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폭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부 “자기결정권 침해”…“역할 한정하면 된다” 맞짱반면, 정부 측은 이미
발달장애인 참정권을 위해 알기 쉬운 책자 및 애니메이션 배포, 선거 관련 자료 제작, 교육 시행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차별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본인의 의사보다는 보조자의 의사에 따라 투표할 위험성이 높다’고 맞섰다. ‘투표보조제도는 필연적으로 비밀을 침해하기 때문에 예외적 상황에서만 허용돼야 한다’는 것.
구체적으로 ‘낯선 환경으로 인한 두려움’은 얼마든지 현재 매뉴얼로 가능한 부분이며, ‘투표방법을 모르는 경우’, ‘누구에게 투표할지 모르는 경우’로 인해 투표지원이 필요한 대상자에 대한 지원은 선거 전까지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측 대리인은 “비밀투표 원칙은 최대한 존중돼야 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도 장애인은 보호 주체가 아닌 자기결정권 주체로 언급하고 있다. 이 틀에서 한 표 행사 가치를 ‘보조’라는 일반적인 가치로 누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쌍방 모두 의견을 청취한 재판부는 박 씨 측에 정부 측이 주장한 ‘자기결정권 침해 위험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박 씨 측은 “보조원을 반드시 친분 관계가 있는 부모님으로 정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누가 됐든 보조원으로부터 지원을 받았으면 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자기결정권을 침해되지 않도록 절차와 기표행위 보조의 역할로 한정해 해결할 문제지, 선거 참여 권리까지 박탈하면서까지 자기결정권을 제기할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양측 대리인으로부터 서면 추가 내용을 제출받아 검토한 뒤, 짧은 기간 내
임시조치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보통 2주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계는
임시조치 신청과 더불어 오는 18일 본안 소송도 시작한다. “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보물과 그림투표용지를 제공하라”며 법원에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