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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발 뗀 ‘장애인 탈시설’ 과제 산적

“탈시설은 장애인의 권리”vs“무책임·비현실적 정책”

‘열악한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생활 지원’ 해결과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12-29 16:23:24
8월 2일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8월 2일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DB
[2021년 결산]-④장애인 탈시설

2021년 신축년(辛丑年)은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더욱 기승을 부린 한해였다.

장애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최고 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운영되는 상황에서도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장애인 등록 사각지대, 장애인 탈시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장애인 이동권 등 정부와 사회에 장애계의 요구를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에이블뉴스는 올해 '가장 많이 읽은 기사'를 토대로 한해를 결산하는 특집을 진행한다. 네 번째는 '장애인 탈시설'이다.


장애계의 수년간의 투쟁 끝에 정부는 지난 8월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장애인의 완전한 탈시설 후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미흡하다는 평가와 더불어 찬반 논란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탈시설 로드맵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장애인 탈시설 정책이 4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내년부터 3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2025년부터 매년 740명의 장애인을 지역사회에 정착시켜 2041년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20년간 단계적으로 사업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시설장애인에 대해 매년 자립 지원조사를 실시해 정기적으로 지원대상을 발굴하고 체험홈 등 중간단계 거주공간을 활용해 충분한 사전 준비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이외에도 장애인 편의시설 등이 설치된 공공임대주택 지속 공급, 무연고·중증발달 장애인을 위한 후견 지원, 소득·일자리 등 경제적 자립기반 확충, 장애인 거주시설 신규설치 금지, 기존 거주시설을 주거서비스 제공기관으로 변환, 장애인 학대 관련 범죄 발생 시설을 즉시 폐쇄 등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1월 10일 서울시청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정책 이행 촉구를 외쳤다. ⓒ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1월 10일 서울시청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정책 이행 촉구를 외쳤다. ⓒ에이블뉴스DB
장애계 탈시설 운동은 2009년 경기도에 위치한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중증장애인 8명이 “더 이상 시설에서의 삶을 거부한다”면서 “지역사회에서 자립 생활을 하면서 살겠다”고 서울시내로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당시 중증장애인에게 자립 주택 제공, 탈시설 5개년 계획 수립, 발달장애인 위한 주거복지 대책 마련, 주거 안정을 위한 주거비 지원,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초기정착금 지원, 주택개조 사업 전면 확대 등을 요구했으며 탈시설과 자립 생활을 위한 투쟁은 현재까지 계속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투쟁 끝에 정부가 발표한 탈시설 로드맵에 대해 장애계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4년 만에 발표된 탈시설 정책이지만 정책이 시설 소규모화, 시설서비스 재편에 불과하다는 것.

“동네에서 사는 게 자연스럽죠. 장애인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시설에선 하고 싶은 게 없어요. 보호라는 이름으로 자유를 빼앗지 마세요. 장애인의 자립은 권리입니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을 비롯한 68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한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장애인탈시설지원법)’이 원안 그대로 통과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법은 장애계의 의견을 반영해 장애인이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자 발의됐다. 탈시설을 지원하고 시설 등을 단계적으로 축소·폐쇄하고 인권침해시설을 조사해 제재하는 등 장애인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10년 이내 단기보호시설, 공동생활가정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거주시설 폐쇄, 모든 유형의 신규 시설 설치 차단 및 입소 금지, 지역사회 자립지원서비스 제공, 주거‧돌봄‧의료 등 서비스 통합연계를 통한 지역사회 내 생활 지원, 자립생활센터를 통한 자립생활 프로그램 제공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10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의 참고인으로 출석한 발달장애인 부모 신정화 씨. 에이블포토로 보기 10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의 참고인으로 출석한 발달장애인 부모 신정화 씨.
탈시설 로드맵이 발표되면서 장애인 탈시설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시설퇴소는 사형선고’라면서 정부의 탈시설 정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

전국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집회와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장애인 탈시설 정책이 추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중증발달장애인들의 경우 부모가 자녀를 감당하지 못해서 죽음을 오가는 고통을 받고 있다고 토로하며 장애인과 부모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을 즉시 철회하고 중증발달장애인이 시설에서 거주할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10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발달장애인 부모 신정화 씨는 정부가 추진 중인 일방적인 장애인 탈시설에 반대하며, “시설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중증발달장애인을 가졌다는 이유로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죄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케어하다 보면 가족들은 경제활동을 모두 포기해야 합니다. 모두가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죄책감을 갖고 시설에 자녀를 맡기고 있습니다.”

“가위가 뭔지 라이터가 뭔지, 자기 옷도 다 자르고 사는 아이들이 자립 생활을 하면 살 수 있을까요?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탈시설을 하든, 시설에 남든 선택권을 주세요.”


10월 6일 한국천주교주교회 사회복지위원회도 “중증발달장애인 중 도전적 행동 정도가 심해 부모가 통제할 수 없거나 부모의 건강 악화, 사망 등으로 장애인 자녀를 돌볼 수 없는 경우 등 장애인 거주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 가족들에게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권리”라며 탈시설 로드맵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선진국들에서는 그룹홈, 공동 시설 등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장애 유형과 특성에 따라 적합한 생활 형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정부의 정책은 이러한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을 없애고 오로지 온전한 자립만을 강조하는 비현실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즉 탈시설에 대한 입장차는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의 완전한 자립 생활 보장을 위해서는 올해 첫발을 내딛었지만,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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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 기자 (bmin@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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