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열린 ‘2022년 서울시 장애인권리예산 쟁취 투쟁 결의대회’ 모습.ⓒ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시가 약속한 지하철 엘리베이터, 저상버스 도입 등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 내년도 예산 우선순위에 밀려 ‘찬밥’ 처지에 놓였다.

내년까지 서울시 지하철 모든 역사에 1동선(출구에서 승강장까지 최소 하나 이상의 연결된 경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당장 내년도 예산이 삭감되고, 저상버스와 장애인콜택시 확대가 절실함에도 도입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 장차연)는 22일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2022년 서울시 장애인권리예산 쟁취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 오세훈 시장을 향해 “예산없이 권리없다”며 장애인권리 예산 증액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지하철 4호선 혜화역~서울역 구간에서 약 1시간동안 지하철 타기 직접행동 투쟁도 펼쳤다.

서울장차연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5년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을 통해 ▲2025년까지 시내 저상버스 100% 도입 ▲2022년까지 서울시 지하철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100% 설치 등을 약속했다. 이어 2017년 구체적 내용이 담긴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실천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올해 4월 취임한 오세훈 시장 역시 6월경 서울장차연과 만나서 “전체적으로 서울시가 의지를 갖고 목표 기한 내에 될 수 있도록 법령, 조례, 예산, 하나하나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장애인예산 보장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22일 지하철 4호선 서울역에서 장애인이동권예산을 촉구하며 직접행동을 펼치고 있는 장애인활동가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그러나 서울장차연이 확인한 2022년 서울시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까지 100% 설치하겠다고 약속한 지하철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는 현재까지 22개 역사가 여전히 미설치됐으며, 설계비조차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또한 2025년까지 저상버스 100% 도입 목표 또한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 ‘제3차 서울시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에 따르면 2021년 저상버스 도입률은 75%(5345대)에 이르러야 하지만, 2021년을 두 달 남겨둔 현재까지 도입률은 65.6%(4307대)에 불과하다. 서울 시내 여전히 3086대의 계단버스가 운행되지만,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 저상버스 도입대수는 467대 뿐이다.

장애인콜택시 또한 이용자수가 3만7151명에 달하지만 고작 620대만 운행 중이다. 대폭 증차가 필요하지만 내년 예산에는 증차예산은 120대(대·폐차 80대, 신규30대)로 수요를 감당하기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 것.

22일 서울시 장애인이동권예산 쟁취 지하철타기 직접행동을 펼치고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서기현 소장.ⓒ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서기현 소장은 "장애인들은 버스 타려고 하면 죽어라 검색해야 한다. 저상버스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동네 구석구석까지 가는 마을버스를 저상버스로 도입하는 예산 반영을 반영해달라고 했지만, 오세훈 시장은 입을 싹 닫았다. 매일 보는 버스인데도 군침만 흘려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저상버스를 100% 도입하면 되는 문제인데, 이게 무리한 요구냐. 10년안에 도입할 수 있는데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규식 상임대표도 "지하철 1동선 엘리베이터 100% 해주겠다고 약속했고 지키라고 요구했는데도, 오세훈 시장은 장애인 예산을 싹 깎았다"면서 "“오늘은 가볍게 하고 다음 주에는 진짜 제대로 할 것이다. 다음 주 화요일까지 답변이 안 나오면 그때 정말 빡시게 싸울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22일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열린 ‘2022년 서울시 장애인권리예산 쟁취 투쟁 결의대회’ 모습.ⓒ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장차연은 장애인 이동권 예산 뿐 아니라 탈시설, 자립생활, 노동권 등의 정책을 실현할 충분한 예산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장애인권리예산을 쟁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리중심공공일자리로 일하고 있는 이지숙 씨는 "거의 50년을 수급자로 있다가 이제 일다운 일을 찾아 6개월째 공공근로를 하고 있다. 일을 통해 청약을 부어 아파트를 신청한 상태다. 공공근로가 있었기에 이뤄진 일이고 평생의 꿈"이라면서 "내가 사는 동안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면서 살고 싶다. 일년동안 일해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깎지말고 더 늘려달라"고 호소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정민구 활동가는 “내년이면 서울시 탈시설 5개년 계획이 마무리된다. 5년동안 800명의 탈시설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절반도 하지 못했다. 이는 예산의 문제”라면서 “시설에서 사는 것보다 지역사회에 나왔을 때 더 많은 돈이 든다고 한다. 돈이 더 적게 들면 시설에 가둬놓고 집단수용해도 되는 것이냐. 돈이 부족하면 예산을 만들면 된다”면서 탈시설 관련 예산 확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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