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5일 오후 4시 ‘구금시설 장애인 수용자의 인권실태와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튜브 캡쳐

장애인 수용자가 구금시설 내에서 비장애인과 동일한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배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구금시설의 장애인 편의시설 미흡, 취약한 정보 접근성, 필수 보조기기의 불허용 등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는 당사자가 많으며 치료감호소의 발달장애인은 심사기준의 부재로 인한 장기구금의 위험이 있다는 것.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5일 오후 4시 ‘구금시설 장애인 수용자의 인권실태와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는 ‘구금시설 장애인 수용자 정당한 편의 제공 실태’,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치료감호를 중심으로 구금시설 장애인 인권 및 차별 현안’에 대해 발표했다.

장애인 수용자, 자유 박탈 이상의 인권침해 감수해야 하는 상황

5일 오후 4시 개최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 ⓒ유튜브 캡쳐

목원대학교 김동기 교수는 “국가의 강제력에 의해 사회로부터 격리돼 자유를 박탈당하는 그 자체가 ‘자유형’의 본질이다. 그러나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수용환경으로 인해 장애가 있는 수용자는 자유 박탈 이상의 인권침해를 감수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내부자료에 따르면 2020년 7월 기준 구금시설에는 총 1,529명의 장애인 수용자가 수용돼 있으며, 인권위가 이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거실 형태의 경우 독거는 8.5%에 불과하고 대부분 혼거 거실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7명 이상인 경우도 전체 28.4%에 달했다.

보조기기나 의료적 처치 장비 등으로 인해 비장애인 수용자보다 넓은 공간이 필요함에도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

일상생활 이동 및 시설이용과 관련해 건물 내 이동이나 복도 이동, 그리고 화장실 사용에 있어서 손잡이·경사로·점자블록의 부재, 통로·복도 협소 등의 이유로 불편을 느끼고 있었고 기본적인 운동, 목욕 등에 대한 배려 및 필요한 보조기기가 지급되지 않는 점에 대한 문제점도 나타났다.

또한 구금시설 입소 시 관련 정보 접근이 제한적이며 장애인 수용자가 장애인 인권침해를 받았을 때 구제절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함 등 정보 접근성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료서비스 영역과 관련해 처방, 진료, 외부 진료 및 의료거실 입원 등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4.0점 만점에 평균이 전반적으로 2.5점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외부 진료 및 의료거실 이용과 관련해 대기시간이 1주일 이상인 경우가 외부 진료는 약 66%, 의료거실은 약 37% 정도 존재했으며 1개월 이상의 경우도 외부 진료는 36.8%, 의료거실은 17.1%에 달했다.

“장애 유형·특성 고려한 편의 제공 이뤄져야”

김 교수는 “구금시설에 입소했을 때 분류심사 단계에서 장애 유형과 정도를 파악해 분류심사 결과에 반영해야 하고 구금시설의 일상생활 부분에 대해서는 장애인 전담 구금시설이 아닌 일반 구금시설에도 편의증진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장애 유형 정도를 고려해 발달장애인, 시청각장애인에게 구금시설에 대한 정보가 제공돼야 하며 발달·뇌병변장애 유형처럼 권리구제에서 자기주장이 어려운 경우에 대해서는 의사소통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수용자가 비록 수용자일지라도 비장애인 수용자와 장애인 수용자가 구금시설 내에서 동일한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배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감호 종료 한 번에 평균 253건 심사…졸속 심사 우려

5일 오후 4시 개최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 ⓒ유튜브 캡쳐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2009년 9월 1년 6개월 징역형과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이후 2020년 12월 인권위 진정을 제기한 이후 2021년 1월 가종료돼 10년이 넘도록 치료감호에서 지내다가 출소한 한 지적장애인의 사례를 소개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치료감호의 조건은 치료의 필요성과 재범의 위험성이 모두 인정될 때에만 치료감호의 대상자에 해당한다. 또한 치료의 필요성 요건은 피감호청구인이 강제력을 수반하는 감호 상태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사정이 명백한 경우에 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최 변호사는 “이는 치료감호제도의 판결선고에 대한 엄격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땅히 치료감호심의위원회의 판결 집행, 종료·가종료 결정에 있어서 이러한 엄격함이 적용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의심되는 대목이 있었다”고 밝혔다.

치료감호심의위원회(이하 치료감호심의위) 운영 상황을 보면 피치료감호자에 대해 치료감호 집행을 시작한 후 6개월마다 치료감호의 종료 또는 가종료 여부를 심사·결정해야 한다.

2015년 인권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치료감호심의위는 매월 일정한 날을 정해 한번에 무려 평균 253건을 심사하고 있었으며 치료감호 종료·가종료 심사에서 전체의 약 7.85%에 대해서만 퇴소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2021년 언련 보도에 따른 치료감호심의위 운영 상황은 6년이 지났음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사, 치료 정도에 대한 기준 없어 “치료 필요성 심사기준 마련해야”

최정규 변호사는 “이러한 상황은 졸속 심사의 우려가 있다. 또 종료 심사율이 낮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종료율이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며, “한 번에 지나치게 많은 건을 심사하는 것은 아닌가. 과연 충실한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심사에서 치료 정도에 대한 기준이 없기에 장애인이 도달할 수 없는 기준을 설정할 위험이 있다. 비장애인과 비교해 충돌조절이 어렵다고 구금을 한다면 그것은 장애의 특성인 것인데 사실상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치료 필요성이 없는 치료감호 집행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 변호사는 발달장애인 치료감호 개선을 위해 “심사기준이 없는데 그 심사가 엄격하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차별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안심할 수 없다”며, “재범위험성과 독립적으로 치료 필요성 관련 심사기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현재 치료감호심의위에는 정신의학과 의사만 참여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여러 가지 차별받을 위험성, 장기구금의 위험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위원회에 발달장애인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금시설 장애인 수용자의 인권실태와 개선방안 모색’에 대해 토론 중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정책홍보국장(왼쪽)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권수진 연구위원. ⓒ유튜브 캡쳐

구금시설 장애인 수용자를 위한 정당한 편의 제공 ‘공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정책홍보국장은 “발제자들의 구금시설 장애인 수용자를 위한 정당한 편의 제공 원칙과 예외기준 등 정책제안 내용과 현행 치료감호제도 안에서의 차별 현안과 개선방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금시설 장애인 수용자의 인권증진을 위해 정당한 편의 제공 위한 법적 근거 정비와 데이터 구축, 세부지침 마련이 선행돼야 하며 장애인 수용자의 장애특성을 살펴야 한다. 또한 편의 제공 및 인권증진에 관련한 정보제공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권수진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발제에 동의하며 교정 통계 연보에서 장애인 수용자 현황 부분은 굉장히 문제가 있어서 시급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서비스 영역에서는 권역별 공공의료 기관이나 지역 민간의료기관을 활용해 전담 병원을 지정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치료감호에서도 치료할 필요성에 대해 의사 의견을 조금 더 근거를 가지고 명확한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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