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종로 3가역 승강장에 줄지어 서 있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 ⓒ에이블뉴스

“20년을 기다렸다. 약속도 했다. 장애인 이동권 즉각 보장하라! 서울시가 약속 이행을 위한 예산 반영을 할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다.”

12일 오후 2시경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승강장에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줄지어 서있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이들은 서울시가 약속한 시내 저상버스 100% 도입, 서울시 지하철 1역사 1동선 승강기 100% 설치 이행을 요구하며 “누구도 배재되지 않도록!”, “리프트는 살인 기계다”,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권을 위해!”라고 외쳤다.

“이곳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 2호선, 4호선 5호선의 창구인 이곳에 승강기를 설치하기 위해 수년간 투쟁했고 이뤄냈다. 우리는 특별대우를 받고자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평등한 이동권을 보장받고 싶은 것이다.”(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대표)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대표. ⓒ에이블뉴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20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2001년 1월 22일, 설을 맞이해 역 귀성한 장애인 노부부가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수직형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지 20년,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이동권과 생명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 왔다.

20년간의 투쟁으로 이들은 2020년 서울시 기준 저상버스 58% 도입, 지하철 전체 역사 중 91.7% 승강기 설치 완료 등 성과를 이뤄냈지만 마을버스는 지상버스가 한 대도 없으며 2017년 신길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사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장애인 이동권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호소한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장애인 이동권 선언’에 따라 2025년까지 시내 저상버스 100% 도입, 2022년까지 서울시 지하철 1역사 1동선 승강기 100% 설치 등을 약속했다.

지하철에 붙인 ‘장애인 이동권 즉각 보장하라’ 선전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하지만 올해 설치계획에 따르면 2021년 저상버스 도입 예산이 삭감됐으며 지하철 승강기는 1역사 1동선 미설치 23개 역사 중 올해 공사를 추진할 13개 역사에 대해 2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책정됐어야 하나 2021년 서울시 본예산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참 많은 약속을 한다. 약속은 누구나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약속을 지키는 것. 우리가 저상버스와 승강기 설치를 요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을 지나가는 시민들처럼 같이 생활하고 어울리며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것이다. 서울시는 우리의 요구를 확실히 명시해 달라.”(노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배재현 활동가)

“서울시에서 가장 보편적인 대중교통이 저상버스와 지하철이지만 우리에게 이것은 안전한 교통편이 아니다. 지하철 리프트 때문에 발생한 사망사건들이 발생했다. 교통약자가 모두 안전하고 편리하게 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 예산을 즉각 편성해야 한다.”(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대표)

모든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장애인 이동권 증진 이행 촉구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부터 여의도역까지 이어졌다. 이들이 여의도를 목적지로 한 이유는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만나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선전캠프 사무장에게 요구안을 전달하는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대표. ⓒ에이블뉴스

이들은 ▲서울시는 2022년까지 지하철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 ▲ 2025년까지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100% 도입 ▲장애인단체이동버스 ‘장애인버스’ 10대 도입 ▲마을버스의 저상버스 100% 도입 계획 수립 ▲특별교통수단 운영 수도권 전역 확대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게 전달하며 간담회와 정책협약을 요청했다.

이 요구들은 오세훈 서울후보시장에게만 요구하는 것이 아닌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들에게 촉구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의 승강기가 그냥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장애인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해서 이뤄낸 것. 저상버스도 지하철 승강기도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교통약자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것은 모든 사람에게 편리하고 안전하다. 서울시장 후보님들은 이러한 우리의 요구를 경청해서 정책에 꼭 반영해 달라.”(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경진 활동가)

투쟁에 참여한 장애인들은 여의도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시민들에게 지하철 사용에 있어 자신들이 겪은 어려움과 공포를 이야기하며 이날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투쟁은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서울시를 만들기 위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캠페인이라고 알렸다.

12일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투쟁하며 5호선 방화행 열차 첫 번째 칸을 점거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 ⓒ에이블뉴스

지하철 곳곳에 붙여진 장애인 이동권 보장 선전물.ⓒ에이블뉴스

지하철에서 내리는 활동가들의 모습.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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