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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허술한 장애인복지의 민낯

집단감염? 코호트격리뿐!…중증장애인 방치

발달장애인 가족 비극사…평등한 재난은 없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12-31 15:18:03
[2020년 결산]-⑤코로나19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코로나19가 집어 삼킨 한해였다.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종식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장애인계는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준수하며, 현장에서 또는 온라인으로 장애계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정부와 사회에 알렸다.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2단계 개편, 만65세 장애인활동보조 제외 문제, 장애인 노동권 보장, 장애인 탈시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의 조속한 비준, 수어통역 확대, 신장장애인을 비롯한 코로나19 사각지대 대책 마련 등.

에이블뉴스는 올해 '가장 많이 읽은 기사'를 토대로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5개를 선정, 한해를 결산한다. 마지막은 ‘코로나19’다.


올해 초 한국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재난 취약계층인 장애인의 삶은 더욱 참담했습니다. 첫 사망자 역시 20년간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해있던 정신장애인으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였던 정신병동의 민낯이 세상에 알려졌죠.

활동지원 없이 홀로 방치된 중증장애인, 그리고 코로나19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 마스크 정책에 소외된 청각장애인들까지. 장애계는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진 코로나19 엄중 상황 속에서도 거리에 나와 외쳐야 했습니다. “누구도 배제하지 말라!”

2020년 2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도 대남병원 사망 환자 7명을 추모했다.ⓒ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2020년 2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도 대남병원 사망 환자 7명을 추모했다.ⓒ에이블뉴스DB
■죽어서야 빠져나왔던 정신병동

올 초, 청도대남병원 사태 발생과 동시에 칠곡 밀알사랑의집, 경북 예천 극락마을, 대구 성보재활원 등 장애인거주시설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며 감염 취약계층 안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정부는 치료를 위해 음압병실(1인 1실)로 옮긴 일반 확진자들과 달리 청도대남병원에 있는 정신장애인들을 환자와 의료진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격리하는 방역조치인 ‘코호트격리’ 치료를 결정했는데요. 사회에서 철저히 격리된 폐쇄적인 공간에서 집단으로 생활하는 정신병동에 대한 코호트격리는 실질적으로 ‘사망선고’와 다름없었습니다.

"청도 대남병원에 정신장애인이 죽어가고 있어도, 단지 '코로나 환자', ‘바이러스 감염자’로만 치부되고 있습니다. 폐쇄 병동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 주십시오. 죽어가는 정신장애인을 살려주십시오!"

2월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은 코호트격리 조치에 반발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구제를 요청했습니다. 20년간 폐쇄병동에서 나오지 못했던 몸무게 42kg의 환자는 죽어서야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피할 곳도 없는 폐쇄된 시설 안에서 억울하게 사망하는 장애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여전히 정부 대책은 ‘코호트 -격리’에 머물러 있는 현실입니다.

12월 확진 판정을 받은 근육장애인 A씨가 별도의 활동지원이 없어, 방호복을 입은 아내가 직접 활동지원을 해야 했다.ⓒ근육장애인 A씨 페이스북 에이블포토로 보기 12월 확진 판정을 받은 근육장애인 A씨가 별도의 활동지원이 없어, 방호복을 입은 아내가 직접 활동지원을 해야 했다.ⓒ근육장애인 A씨 페이스북
■나는 왜 방치되었나, 중증장애인 절규

1월 26일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서 예배를 본 중증장애인 여성은 아무런 대책 없이 2주간 ‘캄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가 지원받은 것은 마스크 50개와 손소독제 1개가 전부였고,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이 불가능했습니다. 활동지원사와 14일간 숨죽인 채 지낸 후, 밖을 나선 그는 “위험한 상황에서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고 또 도움을 받고 싶다”고 외쳤습니다.

2월 말, 대구의 한 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지원사 중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장애인 13명이 동시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손발이 돼준 활동지원사마저 격리에 들어간 후, 그는 왼팔에만 의지한 채 아무도 없는 원룸에 버려졌습니다. 배고픔 끝에 보급품 박스를 열었지만, 들어있는 건 생쌀과 배추 뿐, 혼자서 도저히 조리할 수 없는 그의 일상은 ‘지옥’이었습니다.

뒤늦게 정부가 자가격리 시 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 24시간 지원의 내용을 담아 계획을 발표했지만, 확진자에 대한 대책은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부실합니다.

12월 16일 확진 판정을 받은 근육장애인은 12시간 홀로 방치 끝에, 방호복을 입은 아내의 도움을 받아서야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고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장애인만 긴급돌봄이 이뤄졌기 때문에, 그와 같은 확진자는 방치 상태였던 거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확진 사흘 만에 아내와 함께 생활치료센터로 갔지만, 휠체어조차 탈 수 없는 곳이라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병원 이송 전까지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중증장애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긴급지원 제도 운영지침 마련과 재원 마련을 조성하라”, “중증환자 치료시설인 병원에서 활동지원사 등의 입장을 승인하라” 등의 개선방안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뒤늦게 장애인 확진자에 대한 24시간 활동지원 대책을 내놨습니다만, 모든 것이 해결된 걸까요?

2020년 10월 7일 국회 앞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이름 없이 죽어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2020년 10월 7일 국회 앞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이름 없이 죽어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에이블뉴스DB
돌봄 공백, 발달장애인 가족 비극사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어 난 그냥 선물을 받은 것뿐. 너라는 최고의 선물을, 아들아 엄마는 아름다운 인생길을 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단다”(광주 발달장애인 가족 유서 中)

국가적 재난상황 앞에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또다시 스러졌습니다. 사회복지시설 등의 휴관‧폐쇄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단절감과 돌봄 공백에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모든 부담이 지어진 겁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감염 우려로 의료기관 방문 및 신경과 약을 먹지 못해, 공격 행동이나 불안증세가 심화되기도, 학생들의 경우 온라인 수업 참여나 과제제출이 불가능해 부모들의 한숨만 늘어나기도 했죠.

견디다 못한 올 3월, 제주에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발달장애 자녀와 어머니가 목숨을 끊었고, 6월 광주에서도 코로나19돌봄 사업들이 중단, 축소되자 발달장애인과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2년 전 문재인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발달장애인 가족의 양육 부담 해소를 위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한 것이 무색하게도 말입니다.

정부의 무책임으로 방치된 사이, 8월부터 10월까지 서울에서 코로나19로 일상의 루틴이 깨진 발달장애인이 서비스 이용기관에서, 가정에서 추락사하는 비극도 있었습니다.

12월에는 코로나19가 전국적 대유행으로 퍼지자, 교육 당국은 ‘원격수업’ 카드를 꺼냈지만, 발달장애학생이 온라인 수업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제대로 된 교육 지원을 마련하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발달장애인 부모 1174명 대상 ‘코로나19 상황에서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 설문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수업으로 전환되며, 부모 부담을 덜어 주고자 발달장애학생에게 추가로 활동지원서비스 특별급여를 지급했으나, 감염 공포로 인해 사실상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긴급돌봄서비스도 60%가 학교에서 제공하지 않아 이용 기회조차 없었고, 대책 미련 없는 복지시설 휴관으로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에게만 전가됐습니다. 부모 5쌍 중 1쌍이 돌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둬야 했고, 자가격리 된 부모조차 자녀를 직접 지원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결국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발달장애인 정책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돌봄 비극의 촉발제가 된 코로나19, 길어지는 재난 속 발달장애인 가족의 한숨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낀 청각장애인 모습.ⓒ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마스크를 낀 청각장애인 모습.ⓒ에이블뉴스DB
■사각지대, 소외된 자들의 작은 외침

재난은 감각장애인들도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초기 모두가 우왕좌왕하던 과정에서 정보 접근이 차단된 시·청각장애인들의 고통도 컸습니다.

실제로 농인 인권활동가 김여수 씨는 주변인이 밤에 감기 기운으로 목이 많이 부었지만, 질병관리본부나 보건소나 수어로 상담할 곳이 없어 할 수 없이 주변 약국에서 약을 하나 먹고 말았다고 합니다. 다행히 증세가 나아졌지만, ‘당시 코로나였다면 어떻게 됐을지’ 아찔하죠.

또 초기 마스크 대란 때 어떻게 구입할 지 정보를 몰라 불안에 떨어야만 했고, 의료진 또한 입 모양과 표정을 볼 수 없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 검사절차에 관한 정보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필담을 요청했을 시 인식이 부족한 의료진들은 불편한 기색을 표현한 사례도 있었고요. 물론 이후에는 입 모양이 보이는 ‘립뷰마스크’가 제작되고, 현재 주민센터 등에도 보급된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교육 또한 원격수업으로 대체되며, 일부 대학교에서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학습권 보장의 지침이 없어 학교에 따라, 수어통역 또는 자막을 제공받지 못하거나, 지원되더라도 일반 도우미가 담당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온라인 강의 사이트의 웹접근성이 떨어지고 과제물을 확인할 길이 없어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된 현재, 소외된 감각장애인들의 한숨은 여전하기만 합니다.

2020년 12월 29일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진행된 ‘코로나19 집단감염 송파구 A장애인거주시설 긴급탈시설 이행 촉구 천막농성 기자회견’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에이블포토로 보기 2020년 12월 29일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진행된 ‘코로나19 집단감염 송파구 A장애인거주시설 긴급탈시설 이행 촉구 천막농성 기자회견’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평등한 재난은 없다, 코로나19는 ING…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1년여째, 모두 안녕하신가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우리 사회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올해 장애계 또한 비대면 언택트형에 맞춰 기념식, 토론회 등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심지어 기자회견, 집회 또한 유튜브 중계를 통해 동참하고, 댓글을 통해 응원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보호 고용시장의 장애인 노동자는 보호작업장 폐쇄로 실직 또는 소득감소를 겪고 있으며, 장애인들의 활동이 줄자 활동지원사 및 근로지원인 등의 시간제 근로자도 생계 위협이 함께 가해지고 있습니다.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연기되면서 장애예술인들 또한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 등의 문제는 너무나 당연한 문제고요. 지금 현재도 서울 송파구 장애인 거주시설의 집단감염으로 장애계는 코호트격리를 중단하고, ‘긴급분산조치’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올해 장애계는 이렇게 코로나19로 시작했다가, 코로나19로 씁쓸히 마무리됐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바이러스조차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줬습니다. 가장 약한 곳을 먼저 파고들어 무참히 쓰러뜨렸죠. 코로나19는 말하고 있습니다. 평등한 재난은 없다고, 또 현재 이 모습이 장애인 복지의 민낯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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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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