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는 2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지구대?파출소 및 치안센터 장애인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지역사회에서 가장 가까운 공공기관인 지구대․파출소 및 치안센터의 장애인 편의가 ‘낙제점’을 받았다.

더욱이 경찰관들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 등 편의법)상 설치 의무가 있음에도 ‘장애인이 거의 안 온다. 꼭 설치해야 되는 거냐’며 무지함을 드러내 장애인식개선 또한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는 2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지구대·파출소 및 치안센터 장애인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 장애인 편의환경 모니터링 결과를 공유했다.

이번 모니터링은 전국 지구대‧파출소 1176곳 및 치안센터 439곳 등 총 1615곳을 대상으로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28일까지 장애인당사자 등으로 구성된 264명의 모니터링단이 직접 방문해 진행했다.

장애인 등 편의법에 따른 최소 편의시설 의무와 함께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제공 7개 항목을 중심으로 조사했다.

애초 넓지도 않고 이렇게 주차되어 있어도 단속을 하지 않음.ⓒ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인주차구역 절반, 휠체어 접근 난감

먼저 의무적으로 지구대·파출소 내 장애인 주차구역을 둬야 하지만 총 1176곳 중 43.8%에 달하는 515곳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더욱이 순찰 중심의 업무를 하는 지구대·파출소이다 보니 주차구역이 있더라도 순찰차를 주차하는 곳이 우선일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 주차구역이 있는 661곳의 경우도 주차구역의 수는 평균 1.07곳으로, 대부분 1곳 정도만 갖추고 있을 뿐이었다. 더욱이 126곳(19.1%)은 비장애인 주차구역보다 좁아,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었다. 또 장애인주차구역이 있는 661곳 중 1/3 수준인 226곳만 바닥 색깔이 다르게 표시돼 있었다.

경사로를 이용했지만, 출입구 앞에 턱이 있어 접근 안됨.ⓒ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또한 지구대‧파출소 1176곳 중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곳은 93.8%지만, 접근 자체가 안되는 곳이 무려 73곳(6.2%)이나 됐다.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1103곳 중 경사로가 설치된 곳은 868곳(78.7%)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지만, 16.9%가 좁아서 이용하기 어렵거나 불편했다.

또 안전바가 양쪽 다 설치되지 않은 곳이 446곳(51.4%)이나 돼서 장애인 당사자 스스로 경사로를 이용하기 어려웠다. 경사로 기울기 또한 32%가 가파름으로 인해 시설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다.

창고가 되어버린 장애인화장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인화장실 32.7%만 사용 가능

그렇다면 화장실은 장애인 사용이 가능할까? 총 1176곳 중 사용이 가능한 곳은 32.7%인 384곳에 불과해 매우 심각했다.

장애인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화장실 잠김 5곳(0.6%) ▲청소도구 등 물건 쌓임 134곳(16.9%) ▲화장실 좁음 666곳(84.1%) ▲남녀구분 안 됨 297곳(37.5%) ▲턱(단차) 207곳(26.1%) ▲지저분하거나 대변기에 안전바 등이 미설치 103곳(13%) 등이다.

선형블록을 따라가면 연석에 부딪히게 되어 위험시설임.ⓒ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지구대·파출소 1176곳 중 주 출입구에 시각장애인 점자유도블록이 있는 곳은 1010곳(85.9%)이며 점자유도블록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은 166곳(14.1%)이었다. 이중 33.2%가 상태가 좋지 못해 시급히 개선이 필요했다.

모니터링 대상 1176곳 중 장애인 등이 편리한 자동문을 설치한 곳은 122곳(10.4%)에 불과했고, 이중 비상호출벨이 설치된 곳은 33.6%로 저조했다. 이는 지진 등 재난 시 자동문이 수동화됐을 경우 다른 대처수단이 극히 적은 장애인들에게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접수대가 있더라도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높이로 편의시설 기준에 맞는 접수대는 거의 없었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휠체어 사용자 민원실 접수대 이용 첩첩산중

모니터링 대상 총 1176곳 중 민원실 접수대에 휠체어 접근‧이용이 가능한 곳은 42.4%인 499곳으로, 여전히 접근이용이 어려운 곳은 57.6%나 됐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접수대는 의무적으로 설치되어야 하며 규격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하단공간과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는 높이가 갖춰져야 하지만, 절반이 그러지 못한 상황.

또 민원실 이용 시 기본적인 편의제공 중 점자로 된 안내책자 또는 서식을 지원하는 경우는 62곳(5.3%), 확대경(돋보기)은 445곳(37.8%), 화상전화기 비치 또는 지역수어통역센터 안내 등 수어통역 제공은 407곳(34.6%), 기본 인력지원은 953곳(81%), 수동휠체어·촉지도·발달장애인의사소통 책자 등 기타는 31곳(2.6%)이었다. 반면, 아무런 편의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곳은 139곳(11.8%)이었다.

장추련 이승헌 활동가는 “문제는 정당한 편의제공을 공무원들이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 오히려 강압적이고 권위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일부 경찰관의 무지와 불친절이 평상시에 장애인 응대로 이어진다면 감히 상상하기가 힘들다”고 꼬집었다.

건물 안전을 위해 설치된 시설로 인해 출입의 어려움.ⓒ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인 접근 험난한 치안센터 ‘낙제점’

치안센터 439곳 중 문이 잠겨있는 곳은 154곳(35.1%)이었으며, 121곳(27.6%)가 운영에 대한 안내가 되어 있지 않았고, 11곳(2.5%)이 비상연락을 할 수 없었다. 비상연락수단이 있는 428곳 중 비상전화기는 425곳(99.3%), 비상번호는 367곳(85.7%), 기타 1곳(0.2%)이었다.

비상번호의 경우에도 비상전화기처럼 연결 자체가 안된 곳이 367곳 중 무려 18곳이나 되

었고, 더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비상번호 자체가 비장애인 시선에 맞춰있다 보니 79곳이나 보이지 않았다.

점자로 위치를 안내하지 않는 경우도 357곳, 청각장애인을 위한 화상통화나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전화번호 안내가 안 되어 있는 곳이 352곳이

나 됐다.

치안센터를 찾은 장애인이 비상연락 수단마저도 접근자체를 못하는 것은 공공행정기관으로서 매우 치명적인 문제이기에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한 수준.

또한 총 439곳 중 82.9%가 장애인 주차구역이 없었고, 82.3%가 경사로가 있었지만, 형식적으로 설치된 경우가 많았다.

안전바가 양쪽다 설치된 곳은 26.5%, 주 출입구에 자동문이 설치된 경우는 단 6곳에 불과했다. 점자유도블록은 307곳(69.9%)가 설치됐지만, 이중 절반이 넘는 167곳(54.4%)가 상태가 좋지 못했다. 치안센터 285곳 대상 장애인화장실 가능 여부를 확인한 결과, 21곳(7.4%)만이 이용이 가능했다.

(왼쪽부터)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이승헌 활동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준우 공동대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나동환 변호사.ⓒ에이블뉴스

■‘장애인은 잘 안 온다?’ 편의시설 없으니 못 가는 것

장추련은 지구대·파출소 및 치안센터에 대한 장애인 접근이 어렵거나 안되고 있다는 것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며, 경찰청에 ▲편의시설 개선 계획수립 및 집행 ▲지역사회 안에서의 장애인식개선 교육 요구 등을 촉구했다.

장추련 이승헌 활동가는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저희 지구대에서는 장애인이 잘 안오시는데요’라고 많이들 질문하셨다”면서 “편의시설 안 되있으니까 못 가는 것이다. 편의시설 잘 돼있으면 당장 달려갈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장애인 비장애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도 편의시설 조사에서 그치지 않고, 대표적인 생활 밀접시설인 파출소․지구대 편의시설 설치율 제고를 위한 복지부 차원의 구체적인 계획 수립을 당부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준우 공동대표는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위급할 때 찾는 것이 경찰인데, 기본적인 것조차 안 돼 있는데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란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면서 “특히 사전에 공문을 보내고 모니터링을 진행하는데 거부당하고, ‘왜 해야 하는지’ 반문을 받았을 때 당사자의 참담한 심정 이해할 수 있었다. 사법 행정기관 중에서 가장 처음이면서 중간 역할 하는 것이 경찰이다. 과연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제대로 진행하는지 묻고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장추련 나동환 변호사는 "보건복지부 실태전수조사 이후 후속대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음에 따라 실제 목표만큼의 장애인 등 편의시설의 설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행정당국은 미흡한 실태를 확인하고 설치율을 제고해야 한다는 추상적인 목표를 수립하는데 그칠 뿐,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당장 필요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꼬집었다.

이에 나 변호사는 ""장애인 등 편의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과 과태료를 마련하고 있지만,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만큼 세금을 돌려막고 있어 이행을 강제하는 효과가 전혀 발휘되지 않고, 지방경찰청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면서 "복지부가 과감하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행을 거부할 시에는 이행강제금 또는 행정대집행의 강제이행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방안을 내놨다.

(왼)경찰청 경무담당관 모상묘 총경(오)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신용호 과장.ⓒ에이블뉴스

■경찰청, “장애인도 똑같은 국민…개선 적극 노력”

이 같은 지구대․파출소 및 치안센터 장애인 편의시설 문제, 일선 경찰관들의 장애인식 부족 지적에 대해 경찰청과 보건복지부는 “개선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경찰청 경무담당관인 모상묘 총경은 “관서에서도 노력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 경사각이 높고, 안전지대가 없는 문제는 지역 현실을 고려해 개선, 문 앞에 큰 안전바가 있고, 블록이 크게 돼 있는 부분도 즉시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와 협의해서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개선하겠다”면서도 “관서가 노후되거나, 도로에 인접해 있다보니 100% 수용이 안되 는 부분이 있다. 최대한 수용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이어 모 총경은 “저희 경찰을 찾을 때는 위급상황이기 때문에 최대한 근접하게 비상벨 설치해서 바로 대면해 민원처리하도록 하고, 현장 경찰 대상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개선교육은 나름대로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다시한번 재강조하겠다”면서 “장애인도 국민으로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늘 예의주시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신용호 과장도 “편의시설 문제는 지자체 중심으로 하다보니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다. 한 부산파출소에서는 ‘복지부는 돈도 안 주는데 이행 명령을 내렸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5차 5개년 계획에 실태조사 속 부족한 부분들을 반영하고, 경찰청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개선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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