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국을 아니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두기를 해야 되고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특히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승차가 거부된다. 가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버스를 타려다가 버스기사가 거부하는 바람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버스기사를 폭행해서 구속되는 사례도 있다.

부산역 지하철 마스크 자판기. ⓒ이복남

얼마 전 시각장애인 A씨를 만나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A씨 : “며칠 전 마스크를 깜박하고 안 쓰고 나와서 다시 집에 가서 쓰고 나와야 했습니다.”

필자 : “지하철에 마스크 자판기 있는데…….”

A씨 : “(그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 자판기에 점자 있습디까?”

필자 : “점자는 없었던 것 같던데요.”

A씨 : “저는 마스크 자판기가 있다는 것도 몰랐지만, 점자가 없으면 전맹(사물을 전혀 볼 수 없는 사람) 시각장애인은 혼자서 마스크를 어떻게 구입합니까?”

필자 : “그러게요. 시각장애인 단체에서 마스크 자판기가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점자도 첨부하도록 해야 될 것 같네요. 그런데 마스크는 여분으로 좀 가지고 다니시지…….”

A씨 : “그런 일도 있었고, 가끔 가다 끈이 떨어지는 일도 있어서 이제는 마스크 여분을 가지고 다닙니다.”

필자 : “그런데 여분 마스크는 어디다 보관 하세요?”

A씨 : “비닐에 넣어서 가방에 넣고 다닙니다.”

마스크 자판기는 종류가 많아서 어떤 마스크를 얼마에 파는 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은 한소네와 흰지팡이 등을 가지고 다니므로 가방을 가지고 다닌다. 여분의 마스크는 비닐봉투에 담아서 가방에 넣고 다닌단다.

코로나19로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면서 다양한 마스크 케이스가 나와 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은 누가 알려주지 않는 한 마스크 케이스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비닐 봉투에 여분의 마스크를 담아서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시간이 지나면 한쪽으로 밀리기도 하고 구겨지기도 해서 얼마 전 마스크 케이스를 새로 구입했다.

마스크 목걸이. ⓒ이복남

어느 카페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대화를 한 결과 한 확진자에 의한 바이러스가 에어컨 바람을 타고 카페 전체로 퍼지는 바람에 수십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했다. 카페 직원들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라고 하는데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코로나19는 장애와 마찬가지로 언제 누가 어디서 걸릴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다행인지 필자 주변에는 아직 코로나19 확진자는 없다. 그러나 누구라도 거리두기를 해야 되고, 음식을 먹을 때 외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목걸이로 걸고 다닌다. 음료수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때는 마스크를 턱 아래 가슴으로 내려놓으면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편리할 것 같다.

모두가 음식을 먹을 때 외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턱스크’나 코는 내 놓고 입만 가리는 ‘입스크’를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마스크는 반드시 코와 입을 같이 가려야 한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턱스크’나 ‘입스크’를 하고 다니는 것은 마스크 착용이 불편해서 일 것이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이 정말 어렵고 불편한 장애인이 많지만 어쩔 수 없이 그 불편을 감수하는 장애인도 있다.

제일 큰 문제는 호흡기장애인이다. 호흡기 장애인은 숨쉬기가 자유롭지 못해서 코와 입을 가리는 마스크는 숨쉬기에 지장을 주지만,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중증의 지체장애인이나 뇌병변장애인도 마스크 사용은 만만치가 않다.

지체중증장애인 B씨는 한쪽 팔과 한쪽다리가 불편하다. 그러나 마스크를 발로 쓰는 것은 아니므로 다리는 예외로 하고. B씨는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니는데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스쿠터에 걸어 둔다고 한다.

B씨 : “그런데 한손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려면 내 마음대로 되지 않기에 어떤 때는 정말 짜증이 나지만 어쩌겠습니까?”

마스크는 목걸이로 사용하기에 간혹 식당에 가면 마스크를 벗어서 가슴 앞으로 내리는데 혹시나 음식물에 오염이 될까봐 목 뒤로 넘겨 둔다고 했다. 옆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마스크를 목 뒤로 넘기는 것, 그리고 음식을 먹고 나서 마스크를 다시 착용할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어쩌다 혼밥을 할 때는 도움을 받을 수도 없어서 혼자 낑낑대면서 마스크를 착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마스크 목걸이는 필자도 처음 보고 굿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마스크 목걸이는 음식을 먹을 때 마스크를 벗기도 좋아서,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게는 여러모로 편리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안전사고가 염려된다며 마스크 목걸이를 못하게 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마스크를 가슴까지 내렸을 때 마스크 속에 음식물이 들어갈 수도 있어 오염이 염려되고 그리고 아이들이 장난하느라고 목걸이를 잡아당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케이스와 비닐 케이스. ⓒ이복남

그렇거나 말거나 마스크 케이스를 주문하면서 아이들 목걸이도 같이 주문했다. 그리고 마스크 케이스는 종류도 엄청 많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그 중에서 플라스틱 케이스와 비닐 케이스 두 가지만 주문했다.

플라스틱 케이스는 생각보다 약간 커서 사용하기가 만만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플라스틱 케이스에는 덴탈마스크는 3장 쯤 들어갈 수 있는데 KF94 마스크는 사이즈가 안 맞는 것 같다.

필자가 사용하기에는 비닐 케이스가 더 맘에 든다. 비닐 케이스에도 덴탈마스크는 3장 쯤 들어갈 수 있고 부피가 작아서 가방에 넣고 다니기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KF94 마스크는 역시 사이즈가 안 맞아서 양쪽은 접어야 할 것 같다.

비닐 케이스에 마스크를 서너 장씩 넣어 다니다 보니, 우리 사무실에 찾아오는 장애인들에게 비닐 케이스를 자랑도 할 겸(?) 기념으로 마스크 한 장씩을 선물하기도 한다. 덴탈마스크는 KF94 마스크보다는 저렴해서 한 장씩 나눠 주어도 별 부담이 없다.

그런데 B씨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B씨는 마스크 케이스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지만, 비닐 케이스는 한손으로 사용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케이스는 그렇다 치고,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가 필수가 되었지만, 커피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집안에서는 각자 자기 나름대로 안전하게 마스크는 보관하겠지만, 카페나 식당에서는 마스크를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

텔레비전에서도 방역·의료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때는 주머니나 책상서랍에는 넣지 말라고 했다. 주머니나 책상서랍이 깨끗하다고 볼 수도 없고, 필터의 파손이나 오염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휴대폰에 걸어 둔 마스크. ⓒ이복남

필자가 미장원에 갔을 때 코팅 파마를 하면서 파마약이 묻을까 봐 마스크를 벗어서 가운 주머니에 넣으려는데, 미용사가 보고는 질색을 했다. 가운은 다른 사람들도 사용하므로 위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미용사는 화장지 한 장을 뽑아서 건네주면서 마스크를 접어서 그 위에 놓으라고 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마스크를 벗었을 때 마스크 케이스가 있다면 그 곳에 보관을 하는 것이 제일 위생적이고 안전할 것 같다.

그보다는 마스크 한쪽 고리를 어딘가에 걸어 놓는 것이 환기와 건조에 유리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식탁의 가장자리에 휴대폰을 놓고 마스크를 휴대폰에 걸어 놓는다는 것이다. 휴대폰에 마스크 한쪽 고리를 걸고 식탁 아래로 늘어뜨려 보관하는데 이때 마스크 안쪽 면이 자신의 몸 쪽을 향하게 하면 마스크가 구겨질 염려도 없고 음식물이나 타인의 비말에 오염될 우려도 낮다는 것이다.

벗은 마스크를 오염시키지 않고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또 하나의 방법은 마스크를 접어서 사용하지 않는 팔목에 걸어 두는 것이다. 오른손잡이는 왼손 팔목에, 왼손잡이는 오른손 팔목에 걸어 두었다가 음식을 다 먹고 나서 다시 쓰면 된다.

마스크를 접어서 왼쪽 팔에다 걸친 모습. ⓒ이복남

한쪽 팔이 없는 장애인은 팔목에 마스크를 걸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한쪽 팔을 사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의수를 하고 있으므로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손님이 가고 나면 간혹 식탁위에 마스크가 있다고 한다. 때가 때인지라 마스크를 발견하면 찜찜하기도 하고 혹시나 몰라서 발견 즉시 휴지와 함께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얼마 후에 찾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난감하다고 한다.

만약에 깜박하고 마스크를 식당에 두고 가더라도 다시 찾으러 갈 생각은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미 버리고 없을 테니까. 따라서 절대 마스크를 잊어버리지 않는 방법으로 보관하시기를.

또 하나 마스크를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것은 마스크를 벗지 않는 것이다. 마스크를 벗지 않고 어떻게 음식을 먹을 수가 있을까.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다보니 나온 아이디어 같은데 펠리컨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다.

펠리컨마스크. ⓒ청강문화산업대 패션스쿨

펠리컨마스크는 손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서 청강문화산업대 패션스쿨에서 사회공헌 사업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펠리컨마스크는 상단과 하단 사이에 트임이 있는 디자인으로 펠리컨 새가 입을 벌린 형태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펠리컨마스크는 마스크를 벗지 않고 음식 섭취가 가능하다. 그러나 입을 벌렸을 때 아래 위에 음식물이 묻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운데 사용해본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빨대 외에는 불편해서 마스크를 벗게 된다고 한다.

손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들도 마스크는 써야 하므로, 펠리컨마스크를 착용하면 커피숍 같은 데서 음료를 마시는데 굳이 마스크를 벗어야 할 필요가 없으므로 장애인을 위한다는 마음은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그러나 일반 마스크에 비해서 가격이 비싸고, 커피나 음료수를 빨대로 마시는 것 외에는 불편한 것 같아서 실효성은 약간 의문이다.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마스크는 KF94와 KF80 그리고 덴탈마스크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비말(침방울)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여러 번 실험을 했음에도 어떤 사람들은 KF94와 KF80은 비말을 차단하지만 덴탈마스크도 과연 비말을 차단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것 같다.

생생정보에서 마스크 실험. ⓒKBS

마침 지난 8월 31일 KBS2 생생정보에서 실험을 했다. 최은정 박사가 KF94와 KF80 그리고 덴탈마스크 등 세 가지 마스크에 잉크를 뿌린 후 현미경을 통해서 실험한 결과, 세 가지다 비말 차단 효과는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마스크는 일회용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2~3일씩 사용한다고 한다. 그것은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고, 필자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마스크 케이스는 물에다 락스 서너 방울을 떨어뜨려서 깨끗이 씻고 햇볕에 말려서 사용하기 바란다. 자외선 살균이 된다고 하므로.

아무튼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가 필수항목이 되었다. 그런데 길을 가다보면 길에 버려진 마스크를 더러 볼 수 있는데, 누구라도 자신이 사용한 마스크를 길에다 버리는 일은 제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사용한 마스크를 버릴 때는 접어서 종량제 봉투에 넣어야 된다. 어떤 사람들은 끈 부분을 가위로 잘라서 버리라고 하는데, 누군가가 재사용을 할까봐 염려도 되지만 혹시라도 마스크 끈이 다른데 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교사용 투명마스크. ⓒ에이블뉴스DB

마스크는 코로나19의 전파를 막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도구지만, 청각장애인에게는 소통의 벽이 되고 있다. 청각장애인들은 구화를 하거나 수어를 하더라도 상대방의 입 모양을 읽어야 온전히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데 마스크가 입을 막아 버리니까 소통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입이 보이는 투명마스크’다. 그동안 투명마스크는 일부 민간단체 등에서 수작업으로 제작하여 무상 배포를 했는데 언제까지 민간단체의 수작업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투명마스크는 시간이 많이 걸려 가격도 비싸고, 김이 서려서 불편하다고 한다. 청각장애인의 소통과 안전 그리고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투명마스크를 정부에서 개발하고, 생산을 기계화해야 한다고 국민청원을 해 놓은 상태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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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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