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과 활동지원사 모습(기사와 무관).ⓒ에이블뉴스DB

경북 경산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 최주현 씨(만 49세, 지체1급)는 이번 달 장애인활동지원 급여를 자신의 사비로 지출하게 됐습니다.

최 씨는 진행성근이양증으로 24시간 인공호흡기를 착용해야 한다는 와상장애인으로, 활동지원사 없이는 먹는 것도, 신변처리도 할 수 없는 상태인데요.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하루 10시간 가량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습니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됐을까요?

지난해 11월 30일, 폐렴으로 입원하게 된 최 씨. 그간 폐렴으로 수시로 병원을 입‧퇴원 했었지만 입원일수가 30일을 넘긴 적이 없어 활동지원을 중단해야 하는 내용을 몰랐습니다.

최 씨는 제공기관으로부터 30일이 지나면 활동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올해 1월 12일경 관할 읍사무소에 가서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19일 퇴원했습니다.

최 씨는 제공기관 담당자가 ‘퇴원 전에 미리 전화만 주면 서비스를 바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 최 씨의 활동지원사가 제공기관에 전화를 걸어 퇴원 사실을 알렸습니다. 제공기관 측은 최 씨의 활동지원사에게 “일하시면 된다”고 답변, 아무 걱정 없이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6일 후인 1월 25일, 오전 제공기관이 최 씨의 활동지원사에게 전화를 걸어 ‘서비스가 중단돼 있어서 일하시면 안 된다’고 한 겁니다. 입원으로 중단된 활동지원을 이용자가 직접 읍‧면‧동에서 활동지원 지급 재개를 신청해야 한다는 안내였습니다.

최 씨는 바로 읍사무소에 가서 재개 신청을 했지만, 이달(1월) 신청이 마감돼 서비스가 적용되는 다음달(2월) 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그 다음달인 3월부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습니다.

보건복지부 활동지원 사업안내 속 급여의 지급 재개 절차. 바우처 전송기한은 매월 27일 오후 6시로, 이 기간을 넘기면 신청이 마감돼 당장 다음 달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활동지원 사업안내에 따르면, 급여의 지급 재개 절차는 수급자가 읍‧면‧동에 활동지원급여의 지급 재개를 신청하고, 지자체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국민연금공단으로 변경신청을 전송합니다.

그럼 국민연금공단에서는 수급자의 욕구 변화를 확인해 표준급여 이용계획서를 재작성한 후, 지자체는 매월 27일 오후 6시인 바우처 전송기한까지 급여 결정 내역을 전송해야 합니다.

당장 다음날인 1월 26일과 바우처 전송기한인 27일은 토·일요일로, 업무를 하지 않습니다.

금요일인 25일 하루로는 이 같은 절차를 모두 밟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시간과 시스템의 한계로 재개 신청을 할 수 없었던 최 씨는 한 달 뒤인 3월이 돼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활동지원사 없이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최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사비를 들여 서비스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하루만 더 일찍 알려줬어도 됐을 텐데..너무 속상합니다. 원래 10시간 정도 받던 서비스를 하루 8시간씩 사비를 통해 지불하고 있습니다. 병원비 지출을 많이 해서 사비로 사람 쓸 형편도 못되고, 다 감당하기 힘듭니다. 읍사무소에서 자원봉사자를 알아봐주신다고 했는데 아직 연락도 없고요.”

장애인 활동지원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모습.ⓒ에이블뉴스DB

최 씨는 ‘전화만 주면 서비스를 바로 받을 수 있다’고 했던 제공기관이 너무나 원망스럽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공기관 담당자는 “활동지원 중단과 재개는 수급자 본인이 지자체에 신청하는 것이고, 제공기관은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면서 “권한 자체가 없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퇴원을 하셨고 서비스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셔서 선생님(활동지원사)을 보내드렸고 서비스가 결제돼서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혹시나 싶어서 시청에 전화했더니 중단된 상태에서 이미 몇 일 결제가 된 상태였다. 그분이 부정수급으로 환수조치 당할 지경에 이르렀기에 환수조치 당하지 않도록 노력까지 했다”고 오히려 황당하다고 했습니다.

지자체의 전산이 오류가 나서 바우처 결제가 된 거였을까요?

경산시청 담당자는 “1월 12일에 병원 입원으로 바우처를 중단하셨는데, 그 후에 정산이 남아있는지 등의 이유로 1월에는 바우처가 생성돼있던 상태”라며 오류가 아님을 해명했습니다.

결국 급여 재개 신청을 놓쳐 활동지원을 사비로 지출해야 하는 최 씨에게 구제책은 없을까요?

시와 연금공단 모두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연금공단 경산청도지사 담당자는 “지자체, 연금공단, 사회보장정보원 3개 기관을 거친 업무이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처리하지 못한다. 적어도 하루 이상은 걸린다”면서 “주말이 끼거나, 휴일이 끼어버리면 아무래도 즉각 처리가 어렵다. 안타까운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제공기관에서 미리 수급자에게 퇴원 확인 부분 등을 확인하고, 퇴원 확인서 신고 등을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면 좋았을 텐데 잘 안된 거 같다”면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시 담당자 또한 “읍면동을 통해서도 20일이 지나면 다음 달로 넘겨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해드리고 싶어도 해드릴 수 없는 실정이라서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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