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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척수장애 유형분리’ 미온적 태도

팔다리만 따지는 판정기준, 장애 특성 ‘미반영’

“기준 개선만으로도 가능, 사회적 공론화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10-02 17:46:47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2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척수장애 유형분리, 왜 필요한가’토론회를 개최, 현재 장애판정체계의 문제점과 함께 척수장애 유형분리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2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척수장애 유형분리, 왜 필요한가’토론회를 개최, 현재 장애판정체계의 문제점과 함께 척수장애 유형분리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에이블뉴스
“장애인복지법에 척수장애 명이 명시돼서 도움받기를 원합니다.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구근회 회장의 염원이 이뤄질 수 있을까?

지체장애에 포함돼있는 척수장애인들이 현재 장애 판정기준의 문제와 장애특성 반영 필요성을 들며 유형 분리를 주장했지만, 보건복지부유형분리 없이도 장애 판정 기준만으로도 개선할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2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척수장애 유형분리, 왜 필요한가’ 토론회를 개최, 현재 장애판정체계의 문제점과 함께 척수장애 유형분리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90%가 외상, 중도·중복·중증 복합 장애

척수장애인은 사고나 질병의 원인으로 중추 신경인 ‘척수’가 손상돼 다양하고 복잡한 신체적, 심리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중도, 중증, 중복의 장애유형이다. 90%가 외상에 의한 장애다.

일단 척수가 손상되면 그 조직이 회복 또는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상지 및 하지의 마비로 기립 및 보행이 불가능하며, 감각기능 및 자율신경의 상실 및 이상, 배뇨 및 배변기능의 장애, 호흡기능 장애, 성기능 장애 등이 초래된다.

또 갑작스럽고 영구적인 신체장애로 심리적 부적응의 문제, 가정이나 직장에서의 문제, 그리고 장기간 입원에 따른 의료비와 고가의 재활 장비 부담 등 경제적 문제까지 연속적으로 동반된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자체 실태조사 결과 추정되는 척수장애인은 약 8만 5000명이다.

척수장애인들은 지체장애 유형에서 독립적으로 분리해달라는 걸까?

서울대학교 재활의학과 신형익 교수.ⓒ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서울대학교 재활의학과 신형익 교수.ⓒ에이블뉴스
■“팔다리 문제로만 삼는 지체장애와 달라”

먼저 현행 장애판정 기준에 맞지 않는다. 척수장애는 장애인복지법상 15개 장애유형 중 지체장애에 포함되는데, 장애판정이 ‘적당히 때려 맞추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서울대학교 재활의학과 신형익 교수는 “지금의 지체장애 판정기준은 소아마비 기준으로 만든 것 같다. 상지 하지 기능만을 판단해 그냥 통으로 ‘적당히’ 수십 년간 판정을 내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 교수는 “척수장애는 팔다리 문제로만 삼는 지체장애와는 다르다. 독특한 운동마비를 갖고 있어서 관절에 따라 마비의 정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서울북부시립병원 재활의학과 김동구 과장도 “뇌병변 장애와 같이 복합적인 장애를 일으킴에도 독립적인 분류 체계 없이 단순한 근력의 등급만으로 평가해 불리하다”면서 “장애인당사자들 또한 본인의 장애판정 결과를 납득하지 못한다”고 동의했다.

서울북부시립병원 재활의학과 김동구 과장.ⓒ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서울북부시립병원 재활의학과 김동구 과장.ⓒ에이블뉴스
■소변 보지 못해 식은땀, 뇌출혈…왜 고려되지 않나요?

또 감각저하, 통증 동반, 배변 배뇨, 성 기능, 욕창 등 척수장애인이 가진 많은 문제점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 교수는 “별별 문제가 많아 불리한 것이 과하도록 많다. 대소변 문제가 대표적”이라면서 “현행장애판정체계 옷이 맞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김동구 과장은 대부분 척수장애인이 갖고 있는 ‘신경인성 방광 장애’에 대한 사례를 설명했다.

김 과장은 “실금으로 바지를 흠뻑 져서 하루 스케줄을 모두 망치거나, 방광에 소변이 꽉 찼지만 스스로 소변을 볼 수 없어 식은땀이 나고 두통이 생기며 뇌출혈까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척수장애 평가 시 반영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국이분척추증환우협회 양은경 부회장.ⓒ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이분척추증환우협회 양은경 부회장.ⓒ에이블뉴스
한국이분척추증환우협회 양은경 부회장도 구체적인 협회 회원의 사례를 들었다.

“배뇨 및 배변 장애, 하루에 도뇨를 6~9번, 관장은 이틀에 한 번 해야 하는 대학생입니다. 신경 손상으로 조금 크게 웃거나 줄넘기를 하거나 물을 조금 마셔도 줄줄 새는 소변 혹은 대변으로 인해 설명하기 어려운 장애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이 친구가 지체장애에 속하는 걸까요?”

아울러 신 교수는 적절한 판정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다른 유형의 기준을 준용하기에는 너무 큰 인구집단이라는 이유도 유형분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1년에 2~3000명 정도면 너무 많은 것이죠.”

또한 특수 휠체어, 스포츠 활동, 직업, 성과 결혼 등 특수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유형 분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에이블뉴스
■“지장협 의견도 들어봐야”, “판정 기준 개선만으로도 가능”

반면, 척수장애인이 갖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와 장애 판정 기준의 불리함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유형 분리’ 카드를 꺼내는 것은 아직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은 척수장애가 일반적 장애범주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장애상태의 중증도, 의료비 지출 부담, 사회적 불리한 경험 상태 등이 세심히 검토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무차장은 “현재 척수장애인에 대한 공식적 통계는 없다. 장애의 경과, 사망위험도, 의료이용도 등을 비교해 척수장애의 악화로 인해 발생되는 의료비 지출이 어느 정도인지 조사해 의료비가 얼마나 부담되는지 파악돼야 한다”면서 “타 유형의 장애인과 사회적 불리 문제도 비교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아울러 이 사무차장은 “이 토론회가 아쉬운 것은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의 관계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척수장애유형분리를 하기 위해서는 지체장애인협회 의견도 들어봐야 하고, 사회적 공감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이상진 장애인정책과장은 “의사결정이 반영되기 위해서는 적합성이나 여러 가지 정책 환경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척수장애 유형분리 목소리는 그전에도 있었고 그때의 실정과 지금과 어떤 것이 같고 다른지 함께 고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의 문제가 되는 판정기준에 대해서는 유형분리를 하지 않더라도 논의할 수 있다. 유형분리를 전제로 판정기준을 개선한다고 한다면 찬반 논쟁으로 밤샐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우선적으로 검토될 문제가 많고, 사회적 공론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장을 가득 메운 척수장애인들 모습.ⓒ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토론회장을 가득 메운 척수장애인들 모습.ⓒ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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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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