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26일 서울청사별관에서 “생활밀착형 국민제안! 국민과 정부가 함께 해결합니다”라는 주제로 열린소통포럼을 열었다.ⓒ에이블뉴스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책임지는 점자블록이 중간에 ‘뚝’ 끊겨 가로수에 충돌하고, 차도 옆 아슬아슬하게 설치돼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 이에 3년간 총 1672건의 민원을 제기했지만, 잘못된 설치는 여전하고, 당사자들의 불편은 해소되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권익위원회와 행정안정부는 26일 서울청사별관에서 “생활밀착형 국민제안! 국민과 정부가 함께 해결합니다”라는 주제로 열린소통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는 꾸준히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점자블록’이 첫 번째 안건으로 올려졌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민원정보분석시스템에 수집된 ‘점자블록’ 관련 민원은 총 1672건이다.

민원유형별로는 ‘점자블록 파손 등에 대한 신고’가 61%(1020건)로 가장 많았으며, ‘점자블록을 가리는 것에 대한 신고’(11.1%, 185건),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 재설치 요구’(8.7%, 146건), ‘미설치 지역 설치 요구’(7.8%, 130건), ‘각종 질의·건의 등 기타’(11.4%, 191건) 등이었다.

각 민원유형별로 세부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점자블록 파손 등 신고’ 민원은, ‘점자블록 파손’이 50.5%(515건)로 가장 많았고, ‘점자블록 침하 등’(15.9%, 162건), ‘점자블록 이탈’(4.4%, 45건), ‘점자블록 들뜸(3.4%, 35건)’ 등의 순이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편의시설지원센터 홍서준 연구원.ⓒ에이블뉴스

■점자블록 중간에 ‘뚝’ 충돌,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날 열린소통포럼에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 편의시설지원센터 홍서준 연구원은 실제 엉망으로 설치도니 점자블록의 현실과 함께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의무화를 제안했다.

먼저 홍 연구원은 시각장애인들이 많이 근무하는 안국역 ‘어둠 속의 대화’ 인근에 좁은 보도 위에 가로수가 심어져있고, 선형블록이 연속 설치돼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이 가로수 및 가로등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홍 연구원은 “개선 요청한 결과, 안국역 2번 출구에 선형블록을 설치하고 순차적으로 정비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민원제기하셨던 분이 가장 강하게 말했던 음향신호기 부분도 설치하겠다는 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좁은 보도 위에 가로수가 심어져있고, 선형블록이 연속 설치돼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이 가로수 및 가로등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에이블뉴스

또한 건대동문회관 앞 또한 선형블록이 없고 시민공원으로 이어지는 구간에는 구형 점자블록이 설치돼 잘 감지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발로 잘 감지되지 않는 구형이 설치돼 있어도 일단 깔려있으면 교체대상에서 후순으로 밀린다”면서 “너무 오래됐거나 마모된 점자블록은 빨리 교체될 수 있도록 조항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외에도 점자블록이 연속 설치돼 있지 않은 거리, 차도와 너무 인접하게 설치돼 위험한 상황 사례도 함께 언급됐다.

홍 연구원은 “선형블록 양옆으로 60cm 정도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바로 차도나 자전거도로가 붙어있으면 시각장애인들이 상당히 불안함을 느낀다”면서 “실제로 흰지팡이가 차에 파손되는 경우도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다닐 수 있도록 개선해달라”고 강조했다.

‘엉터리 점자블록 개선’이라는 주제로 테이블간 토론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에이블뉴스

■“지자체 자체 모니터링 필요”, “공익광고 내달라”

한편, 이날 정책포럼에서는 발표 외에도 ‘엉터리 점자블록 개선’이라는 주제로 테이블간 토론이 펼쳐지기도 했다.

한시련 편의시설지원센터 김홍진 선임연구원은 "음향신호기 같은 경우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시정하기도 하지만, 보도블록의 경우 지자체에서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면서 "한번 설치되면 보지 않고 민원이 나올 때까지 안한다. 점자블록이 잘못 설치되고 파손된 곳이 많다. 모니터링 제도가 생기고 고칠 수 있는 예산이 함께 반영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시련 편의시설지원센터 이진원 센터장은 "점자블록의 경우 올바르게 설치해야 된다는 설계 지침이 있음에도 한 명이 '괜찮다'고 하면 그냥 간다. 지자체 나름대로의 필터링이 필요하다"면서 "지자체에서 운영되고 있는 보도감시반도 각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잇는 세부 운영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에이블뉴스 박종태 기자는 "점자블록이 스테인레스 재질로 잘못 설치된 곳이 많다. 저시력장애인들은 반사되서 잘 보이지도 않고, 목발을 짚는 장애인은 미끄러워 다치는 경우가 있다"면서 올바른 재질로 설치돼야 한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무엇보다 점자블록에 대한 시민의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시련 홍서준 편의시설지원센터 연구원은 "법으로 위헙하는 것보다 점자블록이 시각장애인들의 안전한 통행로라고 알려서 시민의식을 바꿀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담당공무원 교육, 생활불편신고 앱 속 점자블록 코너 개설, 대국민 인식 높일 공광고 제작 등도 함께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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