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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안락사를”, 중증장애인의 절박함

활동지원 휴게시간 둔 국회 앞 동시 1인시위

“특례업종 지정” 요구…“해결될 때까지 투쟁”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7-17 13:30:55
근육장애인 배민우 씨가 17일 국회 앞에서 동시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근육장애인 배민우 씨가 17일 국회 앞에서 동시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에이블뉴스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17일. ‘제70주년 제헌절 기념식’이 열리는 국회의사당 9개 출입구 곳곳에서 인공호흡기를 낀 중증장애인과 가족 30여 명이 목숨을 건 동시 1인 시위를 벌였다.

고위험희귀난치성근육장애인생존권보장연대(이하 근장생존권보장연대) 회원들인 이들은 저마다 ‘차라리 안락사를 시켜주세요’란 피켓을 들고, 고위험 중증장애인들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근장생존권보장연대는 이달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시행된 활동지원휴게시간에 반대하며, 기자회견, 국민청원, 성명서 발표 등을 이어가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며 활동지원사의 근무시간에 따라 4시간일 경우 30분, 8시간일 경우 1시간의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휴게시간 적용이 활동보조 서비스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아 최중증장애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반발해 왔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대체인력, 교대근무, 가족 홛동보조 허용 등의 대안을 내놨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며 휴게시간을 적용하지 않는 기존 특례업종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진행한 ‘중증장애인 말살하는 휴게시간 거부’ 청와대 국민청원은 총 9650명이 동참한 바 있다.


김경자 씨는 근이영양증 장애 아들을 위해 대신 1인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활동지원 특례업종 지정은 물론, 가족 활동보조 허용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김경자 씨는 근이영양증 장애 아들을 위해 대신 1인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활동지원 특례업종 지정은 물론, 가족 활동보조 허용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에이블뉴스
“아이 숨소리, 기침 소리 1분 1초 놓칠 수 없어요.”

김경자(58세, 여)씨는 근이영양증 장애가 있는 27살 아들을 위해 1인 시위에 참여했다. “불안한 마음 때문에 나왔다”는 그는 자다가도 아이의 숨소리, 기침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19년째 잠을 편안히 이루지 못한다.

“아이의 1분 1초를 놓치면 바로 감기에 노출되고 병원에 가는 지름길이거든요.” 그는 휴게시간 시행이 아이를 고려하지 않은 법이라며 특례업종 지정을 촉구했다.

특히 김 씨는 복지부 대안 중 하나인 휴게시간 중 ‘가족 활동보조 허용’을 할 바에는 차라리 가족 활동보조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우리 아이들은 기관에서도 천대받아요. 활동지원사가 와도 근육병 환자를 보면 그냥 가는 게 태반사거든요. 결국 휴게시간에 가족이 메울 거면, 차라리 가족을 써주세요. ”

김은선 씨는 넘어져도 자신의 힘으로 일어나지 못해 방치 상태가 된 적이 많다며, 활동지원 휴게시간 적용은 차라리 죽으라는 말과 같다고 반발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김은선 씨는 넘어져도 자신의 힘으로 일어나지 못해 방치 상태가 된 적이 많다며, 활동지원 휴게시간 적용은 차라리 죽으라는 말과 같다고 반발했다.ⓒ에이블뉴스
휴게시간요? 차라리 죽으라는 말과 같죠.”

김은선(지체1급, 51세, 여)씨는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1인 시위에 참여했다. 근육장애인의 경우 10분 간격으로 자세를 바꿔주지 않으면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인공호흡기 호스가 빠지거나 고장이 났을 때 3분 내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항상 활동지원사 선생님들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고위험 중증장애인은 갓난아이들과 같아요. 한시 한 초라도 눈을 팔면 위급하거든요.”

김 씨 또한 활동지원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위험했던 경험이 있었다. “잠깐 넘어졌는데 저는 제힘으로 일어나지 못하니까 방치 상태가 된 적이 많아요. 등이 가려워도 시원하게 긁어보지도 못하고.”

그는 국회중증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받아 활동지원 특례적용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비 오는 날 기자회견도 진행했는데, 우리의 목소리가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어요. 중증장애인들에게 휴게시간은 죽으란 말과 같거든요. 우리도 행복할 권리가 있잖아요. 잘 반영되길 기대합니다.”

(위)1인 시위에 참여한 배민우 씨 손등에 땀띠가 올라왔다.(아래)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채 1인 시위에 참여한 한정훈 씨.ⓒ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위)1인 시위에 참여한 배민우 씨 손등에 땀띠가 올라왔다.(아래)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채 1인 시위에 참여한 한정훈 씨.ⓒ에이블뉴스
■벌써 손등에 땀띠…“많은 관심 가져줬으면”

1인 시위에 참여한 배민우(지체1급, 34세, 남)씨는 손등에 벌써 땀띠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번 1인 시위를 위해 아무것도 먹지 못 한 채, 더위와 싸우고 있다. “한 번 외출하면 변 실수를 할까 봐 하나도 먹지 못해요. 휴게시간이 저희의 생존권을 위협하기 때문에 어려움도 감수하고 나왔어요.”

한정훈 씨(지체1급, 30세,남)씨도 1인 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도 이천에서 새벽부터 서둘렀다. “휴게시간 문제가 저희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거든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어요.”

한 씨는 제헌절 행사에 참석한 국회의원, 정부 인사, 시민들이 중증장애인들의 휴게시간 문제에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주길 기대한다. “복지부도 그렇고, 시민이나 의원들이 저를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뜻이 전달돼서 다시 특례로 적용돼 생존권 문제가 해소되길 기대해요.”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친 근장생존권보장연대 배현우 위원장. 제헌절 기념식이 끝난 후 이동하는 인사들을 바라보고 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친 근장생존권보장연대 배현우 위원장. 제헌절 기념식이 끝난 후 이동하는 인사들을 바라보고 있다.ⓒ에이블뉴스
한편, 근장생존권보장연대는 지난 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각 정당에 활동지원 특례업종 포함 내용과 장애인 차등수가제 도입 등이 담긴 면담요청 및 정책질의서를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12일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태다.

근장생존권보장연대 배현우 위원장은 “기자회견 이후 아직 큰 변화도 없고 정당에서 연락 온 것이 없다”면서 “한 번 더 압박하기 위해 1인시위를 실시했고, 해보는 데까지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근장생존권보장연대는 오는 8월 31일 까지 SNS를 통한 피켓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고위험 최중증장애인 생존권 보장하라’는 피켓을 든 참여자의 사진과 #중증장애인_말살하는_휴게시간_거부한다, #활동지원사를_특례_업종에_포함하라 등의 태그를 입력해 전체공개로 올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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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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